김영일의 어리석은 모습(Be stupid with Kim Young Ill event for DIESEL)
화면의 좌우 끝에 대칭의 모양으로 인민들이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다. 민머리에 양복 차림과 앞 이마를 훤히 드러낸 헤어스타일을 하고 인민복 차림을 한 인물이 똑같은 비중으로 중심부를 차지하고 있다. 다른 듯 하지만 똑같은 인물이 하나의 화면 속에 들어가 있다. 공산주의 국가의 선전화 같다.

그 앞에 베레모와 반바지 차림의 젊은 여인들이 '앞에 총'을 한 채 일렬 횡대로 서있고, 그 가운데 인민복 비슷한 차림의 남자가 '열중 쉬엇' 자세로 버티고 있다.

'수트맨(SUITMAN)'으로 통하는 젊은 작가 영 킴(Young Kim)의 작품 ''이다.

영 킴은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민간 뒤 잡지 아트디렉터를 시작으로 세계적인 광고회사 와이덴 케네디와 덴쓰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했다. 지금은 '수트맨'이란 자신의 아이덴티티 피규어를 만들고 상업과 예술 사이를 넘나드는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영 킴의 첫번째 개인전 '수트맨 과거, 현재, 미래'가 오는 25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창성동 갤러리 팩토리(02-733-4883)에서 열린다.

수트맨의 삶은 서울에서 시작됐고,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여러 작업을 한 뒤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지난 20년 동안 기록한 여행 사진에서 골라낸 사진 작업과 지난 5년간의 작업인 '수트맨 자화상 세션'을 보여준다. 수트맨은 모든 직업을 다 가진 수백개의 자화상을 모으고 있다. 겉모습은 똑같지만 표면적인 것을 벗겨 버렸을 때 자신을 돌아보는 작업으로 구성했다.

갤러리 팩토리는 2005년부터 삼청동에서 경복궁 서문 쪽으로 화랑을 옮겨 현대 미술에 초점을 맞춘 전시를 하고 있다. 전시 대안공간으로 실험성 강한 작품들을 주로 선보이고 있다.



이창호기자 cha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