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하게 시작해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박주원의 기타 연주에는 듣는 이의 마음을 휘젓는 마력이 있다. 환희와 슬픔, 낭만과 방랑이라는 이질적 정서가 공존하는 그의 집시 음악은 심연 깊숙이 숨겨둔 대중의 일탈 본능까지 사정없이 자극한다. 질주하는 그의 기타 선율에 슬픔이 느껴지는 것은 애잔한 삶의 굴곡을 담아냈기 때문이다.

평단과 대중 모두가 그를 주목하는 이유는 탁월한 연주가이면서 좋은 곡을 쓰는 작곡가이고 앨범 프로듀싱 역량까지 겸비한 올라운드 플레이어이기 때문이다.

2집 재킷 사진은 방송을 위해 미국에 함께 간 임재범이 잠시 잠수를 탔을 때 길거리 버스킹을 했던 박주원의 연주 모습을 사진작가 크리스니타가 담았다. 2집에는 버릴 것 하나 없이 알찬 10곡이 수록되었다. 서정적 멜로디가 몽롱한 첫 트랙 '마이 리틀 브라더(My Little Brother)'는 유튜브에서 클래식 기타를 슬프게 연주하는 북한 병사의 영상을 보고 영감을 얻은 곡이다. 극한의 슬픈 정서를 유발시키는 집시 바이올린 연주자 콘(이일근)의 선율을 접목한 편곡은 진정 압권이다.

시작부터 경쾌하고 화려한 리듬이 귀를 파고드는 룸바 리듬의 열정적인 타이틀 곡 '슬픔의 피에스타' 역시 몰아치는 속주의 경쾌함 속에 극한의 슬픈 정서가 공존한다. 방에 우두커니 앉아 계신 어머니를 보고 작곡한 '애인', 자신이 축구광임을 고백하는 '엘 크라시코(el clasico)', 지난 해 사망한 블루스 기타리스트 게리 무어의 '원 데이(One Day)', 심플한 구성 안에서 밀도를 유지한 '환상의 노래'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2집의 차별성은 가사가 들어간 노래를 수록했음에 있다. '낭만 전도사' 최백호를 비롯해 감성적 음색의 정엽 같은 탁월한 보컬리스트들의 피처링 참여는 박주원 음악의 음악 영토 확대에 일조하고 있다.

절창의 보컬리스트 최백호가 노래한 '방랑자'는 쓸쓸한 감정을 끝까지 유지하며 억제한 보컬과 박주원의 기타가 기막히게 어우러진 '2011년 대중음악 최고의 명작'으로 손색이 없다. 박주원은 "최백호 선생님은 '착한 임재범'같은 이미지이지만 특유의 신비로움이 있어 '집시 최백호'라 해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박주원의 보사노바 노래를 부르고 나서 40년 노래 인생에서 노래를 다시 배웠다"고 말할 만큼 최백호는 절창을 구현했던 자기 보컬 스타일과는 차별적인 어법을 시도했다. 최백호가 다른 뮤지션의 음반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것 또한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 한 곡을 녹음하기 위해 4시간30분 동안 녹음실에서 단 한 번도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최백호는 저음의 슬픈 음색으로 덤덤하게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 한다. 지쳐 보이지만 절제된 그의 어법은 전매특허인 클라이맥스 없이도 듣는 이를 감동시킬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전 곡에서 날아 다니던 박주원의 기타는 이 곡에서만큼은 차분하게 보컬의 결을 따르는 애잔한 연주로 기막힌 호흡을 이끌어냈다. 박주원은 "'방랑자'는 오로지 최백호 선생님을 위해 만든 멜로디와 가사다. 사실 '방랑자'는 처음에 노래 대신 바이올린이 들어갔었는데, 선생님 목소리가 그 무엇보다 재즈나 보사노바와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끊이질 않아 간절히 부탁했었다"고 말한다.

익살스러운 전통 가요를 집시 재즈 스타일로 재해석한 '빈대떡 신사'는 정엽의 목소리를 통해 현대적으로 재탄생되었다. 그의 향후 음악 인생에 히트 곡 탄생 여부는 중요하다. 하지만 처음으로 시도한 가사가 들어간 노래에 대한 우려 또한 적지 않았다. 연주곡으로 발표한 '환상의 노래'도 원래 그의 이야기를 담은 가사를 붙여 정엽이 부르려 했던 곡이다.

음악이 완성된 후에 음반을 내는 완벽 스타일을 추구하는 박주원은 요즘 동료 선후배 연주자를 만날 때 극도로 말조심을 한다. '앨범 성공 후 건방져 졌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서다. 하지만 그의 성공은 주변의 연주가들에게 자신감과 더불어 연주 앨범 발표의 꿈을 안겨주는 긍정적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는 그의 2집이 올 한국대중음악상에서 다관왕의 영예를 획득할지 여부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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