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4가, 종묘 앞. 노인들의 공간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삼삼오오 모여 앉아 바둑이나 장기를 두거나, 간단한 놀이를 하며 한낮을 보낸다.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들 사이로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짙은 화장을 하고, 화려한 색상으로 한껏 멋을 낸 아줌마들도 오간다. 노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곤 한다. 피로 회복제나 자양 강장제를 건네는 듯 하면서 성매수를 유도하는 것을 빗대 부르는'박카스 아줌마'들이다.

종로 2가와 3가 사이에 있는 탑골 공원도 비슷하다.

바깥 활동이 어려운 추운 겨울이면 이런 풍경이 종로 3가 지하철역으로 옮겨 온다. 후미진 계단이나 복도에서 노인들은 긴 하루를 보낸다. 이 속에서 가격 흥정이 가능한 노인들의 성매매가 이뤄진다.

종로 2가에서 종로 4가로 이어지는 큰 길 뒤쪽으로 아직도 작은 골목길이 얼기설기 이어져 있고, 작은 쪽방과 허름한 여관들이 듬성듬성 몰려 있다. '박카스 아줌마'들과 외로운 노인들이 성 매매를 하는 곳이다.

주머니가 풍족하지 못한 노인들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점심 한끼를 2000~3000원이면 해결할 수있는 저렴한 식당, 이발소는 물론 '콜라텍'도 성업 중이다. 불법 성인용품을 판매하는 곳도 있다.

서울 종묘 주변에는 일명 '박카스 아줌마'라 불리는 여성들이 있다. 이들은 외로운 노인들을 상대로 성매매도 하곤 한다. 주간한국 자료사진
지난해 경찰이 추산한 종묘 광장 일대의 '박카스 아줌마'들은 줄잡아 150명 정도. 한때 성 매매 관련 업종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주를 이루지만 전업 주부도 있다는 것이다.

사랑과 성은 남녀노소를 따질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다. 인간의 여러 욕구 중 나이가 들어도 변치 않는 것이 바로 성욕이다.

우리 사회는 드러내놓고 성을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노인은 더욱 그렇다. 주책인 줄 알면서도, 때론 '노망'인가 의구심을 느끼면서도 이성을 찾는 노인이 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노인의 성생활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6명 이상이 '지금도 활발하게 성생활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500명을 상대로 성생활 여부, 매매춘 및 성병 실태, 성인용품 및 성기능 보조기구 사용 실태를 2010년 6월부터 12월까지 처음으로 조사했다. 이번 조사에서 '현재 성생활을 하고 있다'는 노인의 응답 비율은 66.2%(331명)에 달했다. 또 전체 응답자의 35.4%인 177명이 성매수 경험이 있다고 했고, 44.7%(80명)는 성매매 때 콘돔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노인들은 성기능 증진을 위해 약품이나 보조기구를 구입하고 있다. 성생활을 하는 노인 가운데 발기부전 치료제를 산다는 응답자는 절반이 넘는 50.8%였다. 노인들이 이들 약품을 사는 이유는 성기능 향상(55%)과 호기심(23.4%), 발기부전 치료(19.9%) 등이었다.

'성병에 걸린 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36.9%였다. 가장 많이 걸린 성병은 감염자의 50%를 차지한 임질이었다. 요도염(질염·17.2%), 사면발니(5.7%), 매독(1.6%) 등이 뒤를 이었다. 감염된 성병의 종류를 모르는 응답자는 15.6%였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노인들의 삶도 바뀌고 있다. 발기부전 치료제가 복용하고 신체 기능을 회복한 노인들은 가정에서 정상적인 성 생활을 이어가는 기간이 연장됐고, 사별이나 이혼 등으로 혼자가 된 경우에도 마음만 먹으면 어떤 형태로든 성 행위를 할 수 있게 됐다.

기대 수명이 늘고, 건강한 노인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그동안'노인의 성'에 대해 무관심했다. 노인들도 성적인 욕구가 있으므로 욕구 충족과 함께 행복한 노후를 보낼 권리가 있다고 말하면서도 공개적인 대책 마련은 소홀했다. 더욱이 유교적 전통이 남아 있어 남성 중심으로 노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60대 이상은 성 자체를 남성의 이슈라고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여성은 성 자체에 관심을 갖지 않거나 성에 관심을 두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는 분위기에서 살아가고 있다.

노년기가 길어질수록 노후의 원만한 부부 관계는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나이가 들수록 여성 노인들의 결혼 생활 만족도는 크게 떨어지고 있다. '황혼 이혼'이 늘고 있는 것이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다.

노인 문제 전문가들은 젊은 시절의 신체적 성기능을 일시적으로 회복시켜주는 도구나 약품은 일방적으로 남성을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나이가 들수록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게 성 의식을 교감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다양한 사회 활동과 교류, 교제 등을 통해 정신과 육체가 동시에 즐거움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남성들은 성기능이 떨어지면 자신감을 잃고, 원만한 부부 생활을 하는데도 주눅이 들곤 한다.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아내에게 다가갔다가 거부 당할 때도 마찬가지다.

노인 남성의 경우 성기능 장애, 부부 간의 성 갈등, 이성 교제, 자위 순으로 전문적인 상담을 받는 반면 여성 노인은 부부 간의 성 갈등, 이성 교제 순으로 고민의 순서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와 대한민국 노인복지법에는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젊었을 때부터 성 생활을 자주한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발기부전의 빈도가 적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성기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성교의 횟수도 20~30대에는 주 2~3회이던 것이 50~60대에는 주 1회 내지 월 1회로 감소한다. 그러나 성 생활은 80대에도 규칙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남자는 문지방 넘어갈 기운이 있거나 숟가락을 들 힘만 있어도 여자를 쳐다본다'는 옛말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노인에게도 중요한 것이 성 생활이다.

2002년 70대 노부부의 실제 성생활을 소재로 만든 영화 '죽어도 좋아'가 상영되면서 '노인의 성'이 공개적인 사회 이슈로 떠올랐다. '노인의 성'은 더 이상 노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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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기자 cha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