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니시 유키나가가 다른 장수들에 앞서 바다를 건너다. -에혼 조선군기
임진(壬辰)년이다. 420년 전, 1592년 왜(倭)나라 병사들이 현해탄을 건너 조선을 침공했다. 전쟁이 터졌다. 우리에게 치욕적인 역사로 남아 있는 임진왜란이 시작된다.

분명 일본인들이 한국인에게 말하지 않는 임진왜란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그들은 '조선 침략'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일본은 당시의 연호를 따서 '분로쿠게이초의 역(慶長の役)'이라 부른다. 또 다른 참전국인 중국에선 명나라 만력제의 호를 따 '만력조선전쟁(萬曆朝鮮戰爭)', '만력동정(萬曆東征)', '임진왜화(壬辰倭禍)'라고 한다.

한국, 일본, 중국 3국은 현재 서로 다른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당시 이 전쟁은 동북아 질서를 뒤흔든 근세 최대의 국제전이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사망 이후 일어난 내분으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새 정권이 들어섰고, 명나라 역시 과도한 원정 비용 탓에 재정 문란을 겪으로며 50여 년 후 멸망했다.

조선의 학자 성호 이익이 훗날 '성호사설'에 '민간인을 포함한 조선의 사망자는 18만에서 100만명으로 추정되고, 66%에 달하는 경작지가 파괴되면서 굶주린 백성들은 인육을 먹으며 연명하는 비극을 겪었다'고 기록할 정도였다.

고니시 유키나가의 부하가 동대문 옆 한양 성곽의 오간수문을 열다. -조선군기
'그들의 본 임진왜란'은 일본인이 기록한 임진왜란의 기억을 다룬 책이다. 일본 근세의 야사, 외전, 군담 소설 등을 통해 일본인들의 의식 및 무의식에 드러난 전쟁의 모습을 그려냄으로써 보다 풍부하고 입체적인 이해를 하는데 도움을 준다.

에도 시대 200여 년 동안 베스트셀러였던 오제 호안의 '다이코기', 하야시 라잔의 '도요코미 히데요시'등 전기물과 호리 교안의 '조선정벌기' 같은 군담과 역사 소설을 분석해 일본인들이 침략 전쟁을 어떻게 정당화하고, 합리화하는지 소개한다.

특히 임진왜란 이후 19세기 중반까지 일본에서 나온 여러 관련 문헌들이 '조선 침략'을 한결같이 '정벌'이라고 옹호하지만 외국에 의한 일본 '정벌'은 부당한 침략으로 서술한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에혼 조선군기', '에혼 다이코기' 등에 삽입된 목판화와 채색화 30여점을 수록해 에도 시대 일본인들이 가졌던 임진왜란에 대한 이미지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김시덕 지음, 학고재,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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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기자 cha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