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품 나올 때, 소득이 높은 사람이 더 많이 사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서 복권(福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어떤 이는 단돈 1,000원으로 얻는 즐거움이라고 말하지만 저항이 가장 적은 세금이 바로 복권이란 말도 들린다.

로또 복권 다섯 장이 모두 1등에 당첨된 사례부터 연금 복권이 7개월 연속 매진됐다는 이야기까지 최근 복권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다. 집마다 복권에 대한 인식도 다르다. 당첨되지 않을 줄 알면서도 꼬박꼬박 복권을 사는 집도 있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복권은 도박과 같다고 여기는 집도 있다. 도대체 복권이 뭐기에 이렇게 극과 극의 평가를 받는 걸까?

신상품 출시때 매출 ‘쑥’

복권 사업을 주관하는 정부는 '경기와 복권의 상관 관계설'은 단순히 설(說)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과거 30년 동안 복권 매출을 분석한 결과 신상품이 출시됐을 때만 매출이 30% 이상 급증했다"며 "경기가 나쁘면 복권이 많이 팔린다는 속설은 틀렸다"고 발표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복권매출 영향요인 분석'에 따르면 경기가 불황이면 복권 매출도 줄거나 정체됐다. 외환 위기에 시달렸던 1998년 당시 복권 매출은 12.4%나 감소했고,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벌어진 2008년엔 복권 매출이 전년보다 0.2% 늘었을 뿐이었다.

최근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연금 복권은 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후를 걱정하는 시대상을 보여준다.
반면 복권 매출은 신상품이 인기를 얻을 때 급증했다. 복권 매출이 가장 많이 늘었던 해는 2003년으로 로또 복권의 폭발적인 인기 때문에 매출이 무려 332%나 늘었다. 올림픽복권이 출시된 1983년엔 154%, 엑스포ㆍ체육복권이 나온 1990년엔 44.4%가 증가했다.

지난해 복권 매출은 약 3조원으로 매출 증가율이 약 17%였다. 정부는 "복권 매출이 급증한 이유는 연금복권 520의 인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연금복권 1등 당첨자는 월 500만원씩 20년 동안 받는다.

연금복권 열풍 때문에 지난해 정부는 골머리를 앓았다. 국무총리실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는 복권 판매를 중단하라고 권고했지만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는 소비자와 복권판매점 반발을 이유로 거부했다.

사감위가 설정한 지난해 복권 매출 총액은 2조 8,046억원. 그러나 연금복권이 인기를 끌면서 11월까지 매출은 2조 7,948억원을 넘었다. 사감위는 복권 판매를 중단하라고 권고했지만 복권위원회는 난색을 드러냈다. 소비자 반발도 걱정이었지만 경기도 어려운데 1만 8,000여 복권 판매점을 자극할까 두려웠다.

사실 경기 불황 속에 사행 산업은 활황이다. 사감위는 복권과 카지노, 경마, 경륜 등 국내 6대 사행산업 매출이 약 18조원이라고 밝혔다. 불법 도박을 포함하면 국내 사행산업 규모는 약 76조원대로 추정된다. 사행산업 전체를 보면 복권 열풍은 새 발의 피에 불과한 셈이다.

1947년 12월에 발행된 한국 최초의 복권
연금복권 520이란 이름은 500만원씩 20년 동안 당첨금을 지급한다는 뜻으로 붙여졌다. 일확천금을 손에 쥔 복권 1등 당첨자들이 흥청망청 돈을 쓰다가 불행해지는 사례를 막고자 당첨금 12억원을 240개월에 걸쳐 500만원씩 나눠주는 방식이다.

연금복권은 지난해 7월부터 29주 연속 매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복권위원회 관계자는 지난 26일 "회당 630만장이 발행되는데 올해 들어 판매점에서 반품되는 물량이 약간 있다"면서 "매진에 가깝게 팔리는 건 사실이지만 실제로 29주 연속 매진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금복권 열풍에 연금복권을 본뜬 연금 경품도 등장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0월 매달 300만원씩 10년 동안 총 3억 6,000만원을 지급하는 연금 경품 행사를 벌였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당시 "경기 불황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증가로 노후 생활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 연금 경품 행사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로또 확률 814만분의 1

그렇다면 복권에 당첨될 확률은 벼락에 맞을 확률보다 낮다는 말은 사실일까? 벼락에 맞을 확률은 대략 30만분의 1로 알려졌는데, 로또 복권 당첨확률은 약 814만분의 1이다. 소수로 표현하면 약 0.00001%다. '언젠가 한 번쯤 걸리겠지'라고 기대하기엔 너무 희박하다. 80㎏짜리 쌀 한 가마니에 들어 있는 쌀은 약 260만~300만 톨이다. 쌀 세 가마니를 섞어놓고 눈을 감은 채 표시해둔 쌀 한 톨을 찾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혹자는 부산에서 대구까지 고속도로에 1원짜리를 늘어놓은 뒤 이 가운데 하나를 맞추는 확률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로또 복권보다 당첨 확률이 두 배 높다는 연금 저축 당첨 확률은 약 315만분의 1. 연금 복권도 확률로만 따지면 매주 평생 동안 사도 당첨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매주 1등 당첨자가 나온다는 사실은 '나도 혹시'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 있는 바이더웨이 편의점은 지난해 마지막 로또 복권 추첨에서 1등이 다섯 장이나 나온 로또 명당. 서울 노원구 상계동 스파 판매점, 부산 범일동에 있는 부일카서비스, 경남 양산에 있는 GS25 편의점 등도 로또 명당으로 손꼽힌다.

소득이 높을수록 많이 구매

복권 매출이 늘다 보니 정부가 복권 과열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있다. 복권 매출이 떨어질 때마다 정부가 엑스포ㆍ체육복권과 로또 복권을 거쳐 연금 복권까지 새로운 복권을 내놓아 사행심을 자극해왔다는 지적이다.

복권위원회는 월 소득이 높을수록 복권을 많이 산다며 오히려 복권이 소득 재분배 효과를 낳는다고 설명했다. 2010년 갤럽 조사 결과 복권 구매자 가운데 월 소득 300만원 이상이 63.9%였지만 199만원 이하는 10.3%로 줄었다.

또 복권 판매액 가운데 약 42%는 복권기금으로 적립돼 소외된 계층을 위해 사용된다. 1,000원짜리 복권을 살 때마다 420원씩 불우이웃을 돕는 셈이다. 복권위원회는 복권기금 운용에서 발생하는 수익금과 소멸시효가 지난 당첨금을 더하면 1조원 이상이라고 밝혔다. 복권위원회는 지난해 복권기금 가운데 4,719억원을 저소득층 주거 안정 사업에 사용했다.

복권은 한국 최초의 올림픽 메달 수확에 도움이 됐다. 한국 최초의 공식 복권은 1947년 12월에 발행된 올림픽후원권. 제16회 런던 올림픽 출전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생겼다. 올림픽후원권 수익으로 영국에 도착한 김성집은 역도에서 동메달을 따내 한국 최초의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복권 이름을 살피면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내 집 마련이 목표였던 70~80년대 주택복권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2002년부터 출시된 로또 복권은 인생 역전이란 홍보 문구처럼 일확천금을 상징한다. 지난해부터 선보인 연금 복권은 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후를 걱정하는 시대상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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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