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강의 암말로 평가받던 상승일로가 2009년 KRA컵마일 경주에서 우승하는 모습. 상승일로는 지난해 농식품부에서 주는 인센티브 5억원을 받고 씨암말로 전향했다. 한국마사회 제공
'혈통 스포츠'로 불리는 경마에서 경주마의 능력은 부마와 모마 중 어느 쪽에서 더 많은 영향을 받을까. 많은 사람들이 부마의 영향력이 더 크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이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고가 씨수말의 도입 등에서도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부마보다는 모마가 자마의 경주능력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게 경마계의 정설이다. 이 때문인지 최근 국내 경주마 생산시장에서 혈통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수입 암말의 비중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2011년 서울경마공원에서 데뷔한 외산마 168마리 중 암말이 61두로 총 136만5,000 달러 어치가 수입되었으며, 1마리당 평균 수입가격은 2만 2,000 달러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010년 같은 기간의 43두, 98만 4,000 달러보다 38% 상승했다. 수입국은 경마 선진국인 미국(56두), 호주(4두), 캐나다(1두)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암말 경주마의 수입 물량도 늘었지만 금액 증가율이 물량 증가율을 앞질러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경주마들이 수입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5만 달러이상 고가 암말의 경우 2010년 4두에서 2011년에는 7두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최고가 경주마는 '당대전승(3세, 암말, 8조 김춘근 조교사)'으로 역대 수입 암말 최고 몸값인 7만 달러였다.

이는 향후 국산 경주마의 중국 수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한국마사회가 국산 경주마의 혈통개량을 위해서는 고가 씨수말만으로는 우수한 국산마를 생산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암말 우대정책을 펴고 있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마사회는 암말 경주수 확대(전체 경주의 14%)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경주퇴역 암말의 우수씨암말 지정요건(KRA 보유 우수 씨수말 교배신청 1순위 자격)을 완화 확대하는 등 매년 파격적인 암말 우대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한국마사회는 올해 수말, 거세마에 대한 수입 상한가는 현행 미화 2만 달러로 유지하는 반면에 암말은 구매 상한선을 폐지했다. 또한, 해외 경주마 경매시장으로만 한정됐던 거래시장도 뛰어난 경주마를 미리 선점할 수 있는 개별거래(private sale)까지 확대돼 종전보다 우수한 암말들이 국내에 수입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최우수 암말 선발 시리즈인 퀸즈투어(Queens` Tour)를 신설해 연도 최우수 암말에게 생산환류를 전제로 농식품부에서 확보한 3억원의 인센티브와 한국마사회가 보유 중인 우수 씨수말에 대한 우선 선택권도 주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마주와 마필관계자들이 암말 혈통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수말보다 경기력이 떨어지는 암말 도입을 기피했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암말 구매 상한선에 제한을 받아 혈통이 뛰어난 암말을 도입하기가 어려웠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해외 경주마 생산시장에서는 경주마의 뛰어난 장점은 씨암말로부터 60% 가까이 이어받는다는 보고가 있다"며 "향후 도입되는 고가의 암말들은 경주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메니피(도입가 약 40억원), 엑스플로잇(도입가 약 29억원) 등 한국마사회 소속의 세계최고 수준의 씨수말들과 함께 한국형 경주마 생산에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홍성필기자 sph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