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에 머무는 3500기 위성 중 2400기 '임무 종료' 뒤 방치

'케슬러 증후군'
2개의 대형 우주쓰레기 충돌로 수만개의 작은 파편 양산 악순환

일주일에 한 번꼴로 파편 추락, 美 여성 잔해물 맞아 부상입기도

자연소멸에 최대 수백년 걸려
충돌·낙하 위험 방지위해 세계 각국 감시시스템 구축 박차

궤도 진입에 실패한 인공위성이 도시 한복판에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러시아 화성탐사선 포보스-그룬트호가 1월 15일 우주쓰레기가 돼 지구를 공전하다 태평양에 추락했다. 수명이 다한 미국 초고층대기관측위성(UARS)와 독일 뢴트겐 위성은 지난해 각각 태평양과 인도양 벵갈만에 떨어졌다. 뢴트겐 위성은 한때 중국 베이징에 떨어질 거란 예측이 나와 중국을 충격에 빠트렸다. 파퓰러사이언스는 '우주쓰레기'에 대한 특집 기사를 3월호에 게재했다.

미국 합동우주작전사령부(JSpOC)는 현재 지구 저궤도와 정지궤도에 있는 직경 10㎝ 이상 우주쓰레기가 약 3만 5,000여개라고 밝혔다. 직경 1㎝ 이상은 50~60만개, 직경 1㎜ 이상은 수천만개로 추산된다. 우주왕복선이나 우주로켓, 화성탐사선 등이 어떻게 우주쓰레기 사이를 빠져나갔는지 궁금할 정도다.

우주쓰레기 생산 공장

우주잔해물이라고도 불리는 이들 우주쓰레기는 폐기된 인공위성과 그 파편, 위성 발사에 이용된 상단로켓의 잔해, 로켓의 노즈 페어링과 연료통 등이다. 우주쓰레기 대다수는 폐기된 인공위성이다.

지난 1957년 인류최초의 인공위성인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1호 이래 지금까지 지구 궤도에는 약 7,000여기의 위성이 발사됐다. 그리고 현재 약 3,500여기에 궤도상에 머물고 있다. 김해동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비행역학제어팀 박사는 "이 중 통신, 기상관측, 탐사 등의 임무를 수행 중인 것은 1,100여기"라며 "이들을 제외한 2,400여기가 수명을 다하고 버려진 사실상의 우주쓰레기"라고 밝혔다.

지금껏 총 12기의 인공위성을 띄운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1992년부터 발사된 실험용 과학위성 우리별 시리즈와 2008년 임무가 종료된 아리랑 1호가 우주쓰레기 신세로 전락한 상태다.

인공위성은 냉각수 파이프를 이용해 온도를 골고루 분산시키는데 수명을 다해 가동을 멈추면 우주공간의 극심한 온도차로 깨져버린다. 배터리가 남아있는 추진체들은 폭발하게 된다. 우주쓰레기의 약 40%를 차지하는 파편들이 이렇게 발생한다.

김 박사는 또 "숫자가 워낙 많기 때문에 통제권을 잃은 우주쓰레기들이 서로 충돌하는 사례도 잦다"며 "대형 우주쓰레기 2개가 충돌, 크기가 수㎜에 불과한 수 만개의 작은 파편들이 양산되는 악순환을 '케슬러 증후군(Kessler syndrome)'이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09년 미국 통신위성 이리듐 33호가 기능이 정지한 채 우주를 떠다니던 러시아의 통신위성 코스모스 2251호와 충돌하며 2,000여개의 새로운 우주쓰레기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더해 미국, 러시아, 중국 등이 추진하고 있는 미사일 방어 체계도 우주쓰레기 양산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2007년 중국의 인공위성 요격테스트로 10㎝ 이상의 우주쓰레기 1,000개 이상이 발생된 것이 실례다.

상황이 이런 만큼 인공위성을 우주쓰레기 생산공장이라 칭해도 실언은 아닌 셈이다.

1㎜와 충돌해도 사망

우주쓰레기는 고도 2,000㎞ 이하의 저궤도에서 초속 7~8㎞, 그 이상의 고도에서는 초속 10~11㎞의 속도로 지구를 공전하고 있다. 이처럼 엄청난 속도로 인해 직경 1㎜의 우주쓰레기조차 유영 중인 우주인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으며 국제우주정거장 및 인공위성과 충돌하면 심각한 피해가 불가피하다. 대다수 위성의 경우 직경 10㎝ 이상의 우주쓰레기와 충돌 시 완파돼 버린다.

국제우주정거장 내에서 좀 더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2009년 3월에도 직경 0.84㎝의 우주쓰레기가 갑자기 접근해 승무원들이 급히 소유즈 캡슐로 대피했다. 알려진 바로는 매년 1~2회 이상 이런 일이 생긴다.

김 박사는 "위성끼리의 충돌은 당장 국제우주정거장과 우주인들에게 큰 위협이 된다"며 "파편이 인공위성 궤도보다 낮은 궤도에서 지구를 공전 중인 국제우주정거장으로 비산(飛散)돼 2차 충돌의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주지하다시피 우주쓰레기의 위협은 이제 우주공간을 넘어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로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거의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우주쓰레기가 지구로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이 중 뢴트겐 위성처럼 마찰열을 견딘 일부 잔해물은 지표상에 낙하할 수 있다. 1997년에는 미국 오클라호마에 살던 한 여성이 지상에서 델타 로켓의 연료탱크 잔해물에 맞아 어깨를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정지궤도 위성은 우주무덤으로

물론 우주쓰레기는 영원불멸의 존재가 아니다. 김 박사는 지구 비대칭 중력장, 대기저항 등의 영향을 받아 시간이 지나면 점차 고도가 낮아지며 지구 대기권에 진입, 마찰열에 의해 소멸된다. 앞서 언급한 7,000여기의 위성 중 지금은 사라진 3,500여기가 이렇게 제거됐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저궤도 위성이라도 대기권 재진입에 수십년 이상이 걸린다. 특히 운용고도가 3만6,000㎞인 정지궤도 위성은 최대 수백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고도를 강제로 낮추기도 어렵다. 1파운드(454g)의 화물을 지구궤도에 올리는 데 무려 1만 2,000달러의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대기권 재진입 시의 엔진가동을 위한 추가 연료 탑재는 과도한 발사비용 증가를 초래하는 때문이다.

그러면 지금은 어떻게 처리되고 있을까. 김 박사는 "정지궤도는 운용 공간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내버려둔다면 새로운 위성을 띄우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폐 정지궤도 위성은 원래 궤도에서 200~300㎞ 정도 위쪽으로 위치를 이동시켜 공간을 확보하는 게 상례에요. 이렇듯 정지궤도 위성들이 폐기되는 궤도를 '우주 무덤'이라 부릅니다. 우리나라의 정지궤도 위성인 무궁화 시리즈와 천리안 또한 이미 이 같은 방식으로 우주 무덤에 폐기했거나 향후 임무를 마치면 그렇게 할 계획이죠"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매년 100여기에 가까운 위성이 추가 발사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우주쓰레기의 기하급수적 증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앞으로 충돌 위험과 지표상으로의 낙하 빈도는 계속 높아질 것이며 종국에는 안전한 지구탈출 루트 확보가 어려워 인류의 우주탐사와 개발을 막는 장벽이 될 수도 있다.

이에 미국, 유럽, 러시아 등 우주강국들은 오래전부터 우주쓰레기 증가 방지에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주쓰레기 감시·추적 프로그램

같은 맥락에서 위성, 우주발사체, 국제우주정거장 등과 우주쓰레기의 충돌을 막고자 위치추적을 통한 위험 회피 능력 제고에도 한창이다. 사실상 우주쓰레기의 궤도와 위치를 정확히 파악, 사전에 회피하는 것이 우주공간의 자산과 인명을 구할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 일환으로 JSpOC가 고성능 광학망원경 등을 활용, 직경 10㎝ 이상의 우주쓰레기를 추적하고 있으며 미 공군은 2015년 가동을 목표로 직경 2㎝ 이상의 우주쓰레기 10만여개를 탐지·추적하는 '우주 울타리(Space Fence)'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유럽연합도 약 2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2015년경 '유럽우주감시망'을 운용할 계획이다.

후발주자이기는 해도 미래의 우주강국을 꿈꾸는 우리나라 역시 항우연과 한국천문연구원이 관련작업에 돌입했다. 먼저 항우연은 국내 최초로 '우주 파편 충돌위험 종합관리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이 시스템은 우리나라 위성들에 접근한 우주 쓰레기와의 충돌확률과 근접거리를 계산·분석해 일정 위험수준을 초과하면 궤도조정을 수행할 수 있다.

천문연의 경우 오는 2016년까지 240억원을 들여 직경 0.5m급 광학망원경과 우주감시용 전자광학카메라를 보유한 우주물체 추적소 5곳을 몽골·터키·남아공·호주 등지에 설치할 예정이다.

박장현 천문연 우주감시사업센터장은 "지금은 JSpOC의 데이터에 의존, 우주쓰레기 추락 시 신속한 추적데이터 입수에 한계가 있다"며 "추적소가 본격 운용되면 자체적 감시능력이 확보돼 우주쓰레기에 의한 인적·물적 피해를 미연에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우주쓰레기의 탐지·추적만으로는 모든 위성에 대한 충돌 가능성을 계산해 내기 어렵다. 지구 대기의 저항에 더해 태양, 달, 지구 등의 인력이 위성 궤도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각국이 비밀리에 운용 중인 첩보위성과의 충돌 가능성도 큰 탓이다.

김 박사는 "직경 1㎝ 이하의 작은 우주쓰레기들과의 충돌은 현실적으로 피할 수 없다"며 "충돌하더라도 임무수행에 영향이 없도록 위성 플랫폼의 두께를 키우거나 특수재질을 개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덕=구본혁기자 nbgko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