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덕 작 '별장'
이흥덕의 근작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욕망들이 서로 마찰하는 도시에서, 안락한 휴식이 가능하도록 시간을 확보한 이들을 통해 우리들 삶의 현주소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별장'에서의 안락한 '휴식'과 대비되는 '지하철'과 '맥도날드'에서의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은 이제는 수동적으로 반복되어 몸에 익숙해진 묘하고 불안한 질서를 구축한다. 지옥에서의 휴식과 같은 새디즘적 달콤함이라고 할까.

이흥덕 회화의 이런 형상성은 오늘날 우리들 삶의 반영이자, 작가 내면의 추상적 토로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사건과 서사를 포착하면서, 갈등하는 자신의 심리를 동시에 드러내는 이흥덕 특유의 어법이 그 바탕이다. 일상의 틈새에서 부대끼는 일상적이지 않은 불안한 정서가 화면을 구성한다.

소시민적 삶의 태도에서 비롯되는 사유와 작가 특유의 감성이 결합돼 드러내는 도회적 정서는, 리얼하게 현실을 반영하지만 단순하게 묘사하거나 서술하는 범주에 있지 않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폭력적 상황에 반응하는 자신의 몸에 대해 사유하고, 그것을 회화적으로 되새김질하는 작업과정을 통해 일차원적인 내용전달 이상을 말하고 있다. 나무화랑에서 3월 7~20일 전시. (02)722-7760.



홍성필기자 sph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