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 수리공 출신 이광림씨 중소기업 부럽지 않네

이광림씨가 챌린저팜 초지에서 육성중인 씨암말, 망아지와 함께 활짝 웃고 있다. 한국마사회 제공
남들보다 한발 앞서 시작한 경주마 생산으로 부농의 꿈을 이룬 한 축산농이 있어 화제다. 해발 610m 한라산 중턱에서 챌린저팜(제주시 봉개동)을 경영하고 있는 이광림(36)씨가 그 주인공.

제주도에서 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농기계 수리공을 하던 이씨가 경주마 생산을 시작한 것은 2000년부터다. 말 생산에 50여년을 바친 1세대 경주마 생산자인 아버지 이용대(69)씨의 영향이 컸다. 16만5,289㎡(약 5만평) 규모의 소규모 목장에서 시작한 그는 토지개간을 통해 현재 5배가 넘는 82만6,446㎡(약 25만평)의 대규모 경주마 목장으로 성장시켰다. 지난해 경주마로 벌어들인 매출액은 10억여원. 웬만한 중소기업 못지않은 소득을 올리며 경주마 생산에 뛰어든 지 10여년 만에 당당히 성공한 축산인으로 거듭났다.

이씨의 판매경로는 오로지 경매다. 경주마 거래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개별거래보다 경매를 통해 경주마를 판매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뛰어난 혈통의 경주마를 길러내 많은 소비자에게 선보이고 평가받아 제값을 받기 위해서다"고 그는 말한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그 결과는 화려한 성적표로 나타났다. 2010년 1세 경주마 경매에서 8,400만원의 '노벨폭풍'에 이어 2011년 경매에서도 '메니피'의 자마로 역대 4위의 몸값을 자랑하는 억대 경주마를 배출하며 스타 생산자로 급부상했다. 특히 그는 지난해 총 18마리의 경주마를 경매에 상장시켜 그중 15마리를 평균낙찰가 5,000만원에 팔았다. 일반 경주마의 평균가 3,400만원 보다 월등이 높은 금액이다.

이광림씨가 지금까지 생산한 경주마는 90여 두. 이들 경주마는 서울과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통산 1078전 123승을 거두며 경주마 한 두당 평균 수득상금 8,300만원을 올리고 있다. 일반 경주마 평균수득상금(3,300만원)보다 5,000만원이나 많다.

이광림씨는 최근 미국 켄터키의 핀오크스 목장에서 씨수말 '스트라이크어게인'을 1억원에 사왔다. 그는 "일본에서도 과거에 경마가 사행산업 취급을 받았지만 좋은 혈통의 씨수말을 구입해 교배한 뒤 일본산 경주마들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국민에게 사랑받고 있다"며 "외국의 유명 경주에서 우승할 수 있는 명마를 탄생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1991년부터 농림부와 한국마사회의 지원으로 시작된 경주마 생산사업은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2월 현재 600㎏ 한우 수소의 가축시장 평균거래 가격은 490만원, 송아지는 170만원이지만, 국산 경주마의 평균가격은 3,400만원이고 뛰어난 혈통과 체형을 갖춘 1세마는 최고 1억원 이상에 거래되기도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국내 소, 돼지 생산농가는 감소 추세지만 경주마 생산농가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00년 98개에 불과했던 농가가 작년 말에는 216곳으로 늘어났다. 경주마 생산 역시 658두에서 1,363두로 늘어나 연평균 4.3%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홍성필기자 sph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