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가드너는 테러와 전쟁 등 두려움의 공포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안전하다고 역설한다.
우리는 하루 종일 테러, 전쟁, 멸망을 경고하는 뉴스 속에 파묻혀 지낸다. 일상이 불안 그 자체다. 하지만 통계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생각보다 안전하다.

신간 '이유 없는 두려움'에서 댄 가드너는 우리가 어떻게 위험을 인식하는지 설명하고, 두려움을 일으키는 심리학적 요인들을 살펴본다. 그는 위험 인식을 두뇌의 두 가지 즉각적인 반응(직감과 이성적 고찰)의 조합이라는 측면에서 분석함으로써 아동성애자, 화학물질 오염, 자살폭탄 테러에 대한 우리의 과대망상증을 조명하고, 왜 우리가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평범한 위험이야말로 심각한 위험인지 설명한다.

심리학자, 경제학자,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가드너는 우리가 어떻게 판단을 내리는지 뿐만 아니라, 우리의 판단이 기업인, 정치인, 사회운동가, 대중매체 등 불합리한 두려움을 조장해서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에게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도 밝힌다. 그리고 우리 시대의 커다란 역설을 지적한다. "왜 역사상 가장 안전하고 건강한 사람들이 두려움의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가?"

우리는 일단 어떤 견해가 형성되고 나면 그 견해를 뒷받침하는 정보만 수용하고 그 견해를 의심하게 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아주 냉담하게 조목조목 뜯어본다.

이와 같은 '확인 편향'효과는 개인 차원의 일이다. 그렇다면 견해가 같은 사람들이 한데 모여 이야기하면 어떻게 될까.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면 신념이 같은 사람들끼리 무리를 이루면서, 신념이 옳다는 확신이 더욱 강해지고 편향적인 태도가 더욱 극단적인 방향으로 흐르는 '집단 극화 현상'이 발생한다.

실리콘 유방 보형물이 병을 유발한다고 믿는 사람들의 모임에 참가한 여성은 아마 그와 관련된 기사와 연구 기록을 여러 편 읽었을 것이다. 하지만 모임 참가자 수가 무척 많으므로 당연히 그동안 몰랐던 정보를 접하게 된다. 어떤 정보를 접하든, 상황이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한데 모여 그런 정보를 나누다 보면 참가자 전원이 똑 같은 변화를 겪고, 결국에는 문제가 생각보다 더 심각하고 무섭다고 확신하게 된다.

댄 가드너 지음. 지식갤러리. 1만8,000원.



홍성필기자 sph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