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여 국가와 실시간 자료 주고받아 슈퍼컴서 나온 기상도 8만장 솎아 분석아침 7시반부터 예보 브리핑분석관들 하루 종일 분석 오후 3~4시 공식 발표단기 90·주간 79% 맞혀 예보 정확도 세계랭킹 7위

아침 7시 반 예보 브리핑을 시작으로 하루 종일 분석 릴레이가 이어진다. 분석관들의 하루 평균 근무 시간은 12~13시간에 이른다.
삼면 바다 한반도 기상 독특

1천억 투입 독자모델 구축중

"폭우·폭설은 팝콘과 비슷 10분 뒤 팝콘 되지만
어떤 알갱이 먼저 터질지 팝콘 장수도 알 수 없어"

일기예보란 얼마나 믿을 만한 것일까. 일기 예보는 기상청 예보국 예보 분석관에 의해 만들어진다. '날씨 주치의'를 자처하는 예보관이 예보를 어떻게 만드는지 알아봤다.

"기상청의 예보에 따르면 내일은 전국에 구름이 많겠고 중부지방은 낮에 산발적으로 눈이 날리는 곳이 있겠습니다.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3℃에서 영상 1℃, 낮 최고기온은 영상 0℃에서 6℃로 오늘보다 조금 높겠습니다."

광덕산 기상레이더관측소
지난 2월 9일 TV에서 방송된 일기예보다. 기상청 예언(?)대로 10일 오후 1~3시 사이 멀쩡하던 서울 하늘에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거센 눈발이 휘날렸다. 그리고 그 시각 기상청 예보국은 분주했다. 이날 오후 4시 예보 분석관실에선 주간예보가 나왔다.

"13일 새벽부터 오전 사이 충청남도ㆍ전라북도ㆍ경상북도ㆍ제주도에서는 비나 눈이 내릴 가능성이 높다. 기온은 당분간 평년 기온을 유지하다 16일부터 다시 낮아진다. 17~19일 아침까지는 기온이 평년보다 낮고 바람이 다소 강하게 불 전망이다."

예보분석관실에선 하루 종일 분석이 쏟아진다. 아침 7시 30분부터 예보 브리핑이 시작하고, 분석관들은 끊임 없이 분석한다. 분석관 주업무 가운데 하나는 '특이 기상 가이던스' 작성. 특별한 기상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을 계산한다. 분석관이 분석한 자료를 바탕으로 오후 3~4시 무렵엔 최종 일기예보와 주간예보가 공식 발표된다.

이때부터 분석관도 잠시 쉰다. 그러나 저녁이 되면 다시 분석이 시작된다. 날씨에 대한 사후 분석 혹은 내일의 날씨와 유사한 과거 사례 분석이 이뤄진다. 기상청 정관영 예보분석과장은 "한마디로 예보 분석관의 주업무는 측정된 자료를 바탕으로 대기과학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미리 내다보는 것이다. 매우 세밀한 부분까지 접근한다"고 말했다.

슈퍼컴과 분석관

기상청 내 예보분석관은 총 6명. 한국 일기예보는 상당히 정확하다. 하루 이틀을 내다보는 단기 예보는 평균 90.7%, 한 주를 내다보는 주간예보는 79.6%가 실제 날씨와 맞아떨어진다. 이처럼 정확도 높은 예보의 생산은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될까.

일단 기온ㆍ기압ㆍ습도ㆍ풍향ㆍ풍속 등 기상요소들을 관측한다. 육지와 바다, 우주에 설치된 각종 계측기로부터 받은 자료는 기상청 컴퓨터에 모이고 세계 각국과 공유한다. 기상청은 현재 180여 국가와 실시간으로 자료를 주고받는다.

기상청은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취합된 자료를 분석한다. 슈퍼컴퓨터는 방대한 자연 자료를 계산해 가상 일기도를 만든다. 예보 분석관은 슈퍼컴 자료를 바탕으로 기상 변화를 판단한다. 지역별 강수량이나 적설량 파악은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슈퍼컴퓨터가 큰 틀을 잡으면 분석관의 경험과 직감 등이 더해져 수치화된 일기예보가 나온다.

슈퍼컴퓨터는 하루에 기상도를 약 8만장 쏟아낸다. 예보관 6명이 슈퍼컴 자료를 모두 검색하는 건 불가능하다. 정충교 분석관은 "슈퍼컴퓨터를 다루는 일이 가장 어렵다"면서 "비결이 있다면 '선택과 집중' 뿐이다"고 말했다. 분석관은 비나 눈이 올 가능성을 판단하는 관심 기상에 집중한다. 신문과 TV에서 보는 일기예보는 슈퍼컴퓨터 수치예보와 예보분석관 주관이 종합된 결과물인 셈이다.

간혹 분석관끼리 의견이 다른 경우도 생긴다. 분석관 견해는 대체로 일치하지만 간혹 애매한 경우도 없지 않다. 다음 주 서울에 내리는 것이 눈인지, 비인지, 그 양은 최대 얼마나 되는지 등의 문제에서 이런 일이 생긴다. 김성묵 분석관은 "견해의 충돌이 있을 경우에는 어느 분석관의 견해가 더 논리적인지, 얼마나 근거가 충분한지를 근거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똑같은 지표의 자료를 바탕으로 판단하는데도 불구하고 이처럼 분석관들의 견해가 다른 이유는 뭘까? 정관영 과장은 "똑같은 카메라를 가지고도 각기 다른 각도의 사진을 찍어낼 수 있지 않느냐? 예보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많은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극한기상과 팝콘이론

최근 몇 년 사이에 자주 발생하는 폭우와 폭염 등은 기존 예보 시스템만으론 발생 시기를 알아내기 어렵다.

지난해 7월 말 수도권과 중부 지방에는 사흘 동안 비 700㎜가 쏟아졌다. 1년 동안 내릴 비 가운데 절반이 3일 동안에 내린 셈이다. 집중 폭우 때문에 서울 강남 일대가 침수되고 한강 상류가 범람했다. 게다가 우면산 산사태로 주민 16명이 사망해 충격이 더욱 컸다.당시 기상청은 수도권 집중 폭우를 예고했지만 예보 분석관들에겐 가슴 아린 상처로 남았다.

이런 극한 기상은 팝콘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옥수수 알갱이를 튀기면 10분 뒤 팝콘이 된다. 그러나 어느 알갱이가 먼저 터질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마찬가지로 기상청도 폭우를 예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부 지방 폭우를 예보할 순 있지만 어느 지점부터 폭우가 시작될 지 예보하기란 무척 어렵다.

정 분석관은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할 당시에도 서울 강남과 강북의 강수량이 3배 이상 차이가 났다. 같은 서울 지역이라도 이 정도로 다르죠. 비가 오는지의 여부와 강수량은 알 수 있지만, 한 지역 내에서도 시간차가 생긴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기상 현상 큰 흐름을 짚을 순 있지만 세밀한 부분까지 예측하기란 어렵다. 그렇다고 기상청을 얕잡아볼 순 없다. 기상청의 예보 정확도는 세계 랭킹 7위로, 우리나라는 이미 기상선진국 반열에 올라 있다. 김 분석관은 "우리나라의 대표 주력산업인 조선이 세계 3위, 자동차가 세계 5위다. 이 같은 내용은 잘 알려져 있는 반면 기상청이 세계 7위를 달성했다는 사실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기에보에서 세계 최고를 다투는 나라는 미국과 일본이다. 이들은 100년의 예보 역사를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상 관측은 100년이 조금 지났지만 예보를 본격 시작한 것은 분단 이후부터.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결과를 도출한 기간 역시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짧다. 그러니 아직까지는 그 역량에 다소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불확실성의 과학

현재 기상청에서 사용하는 슈퍼컴퓨터 수치예보모델 역시 선진국에서 차용한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의 환경에 따라 개발된 모델을 우리가 약간 수정해 사용한다는 이야기다. 이 점은 한반도에서의 정확한 예보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정 분석관의 설명이다. "일례로 대륙이 넓은 미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와는 지형적 구조 자체가 다르죠. 때문에 외국의 수치모델로 장마와 같은 한반도 특유의 기상현상을 감지하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참고로, 대륙이 넓은 지형은 상대적으로 예보가 쉽다. 대륙의 경우 A지점에서 시작된 기상현상이 몇 시간 후 정확히 B지점으로 도착한다. 반면 한반도는 기상현상이 육지가 아닌 바다를 거쳐 오기 때문에 예상이 종종 빗나간다. 그만큼 고난이도 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머지않아 이러한 상황도 어느 정도 개선될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한국형 수치예보모델 개발이 본격 시작됐기 때문이다. 8년간 1,000억원을 투입해 독자적 수치예보모델을 개발, 2015년부터 시험 서비스를 운용할 예정이다. 이처럼 독자적 수치예보모델이 확보되면 한반도의 특수한 환경적 조건의 반영, 한층 정확한 예보가 가능하다. 최근 가동을 시작한 통신해양기상위성 천리안, 해양기후관측선 등에 이어 기상기술이 IT기술과 연동해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또 마련된 셈이다.

정 과장은 "우리 기상기술이 점차 세계 최고 수준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이 기반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단순히 일기예보를 전하는 것을 넘어 일상에서 각 개인이 필요로 하는 스마트한 기상 서비스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작년 11월 말부터 기상청 홈페이지(kma.go.kr)에서 제공 중인 '감기기상지수' 도 그 일환이다. 이 지수는 일교차, 최저기온, 습도 등 3가지 요소에 따라 감기 발생 가능 정도를 지수화해 미리 경고해 주는 맞춤형 예보 서비스다.

정 과장은 "기상청에서 배포하는 정보는 산업적으로 활용가치가 높은 것들임에 분명하다"며 "정부, 기업, 민간에서 기상청의 기본 데이터를 바탕으로 감기기상지수와 같은 맞춤형 수치를 얼마든지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기상청은 '기상 산업'의 개념을 수립, 새로운 가치들을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비전을 앞두고 있는 예보분석관들의 어깨는 무겁다. 김 분석관은 말했다.

"의사가 사람을 살리는 사람이라면, 저희도 그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저희의 예보가 사람을 살릴 수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저희를 '날씨 의사'라고 불러주셔도 좋을 것 같네요. 궁극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게 저희의 임무고, 그에 따른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성실한 날씨 의사

이런 점에서 예보가 빗나갔을 때는 그만큼 죄책감(?)도 크다. 하지만 이는 예보분석관들에게 좋은 경험이 되기도 한다. '실패했을 때 가장 많이 배운다'는 만고의 진리를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 분석관도 덧붙였다. "기상이란 게 기본적으로 불확실성이 내포된 과학입니다. 100% 맞힐 수는 없더라도 분석관들 모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죠. '맞혀야 본전'이라고 할 만큼 간혹 좋지 않은 얘기들도 많이 듣습니다. 그래도 저희는 어디까지나 과학을 하는 사람들이니까, 국민들께서도 그렇게 믿고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다시 김 분석관이 말을 이었다. "저희가 정성껏 만들어낸 '제품'이니까 잘 사용해 주셨으면 해요. 그리고 틀린 점, 안 좋은 점만 지적하시기보다는 가끔 잘 했다고 칭찬도 해 주시면 더 힘이 날 것 같아요."

현재 예보분석관팀은 가장 힘든 점으로 인력 부족을 꼽는다. 6명의 소규모 인력으로 방대한 기상 정보를 다루기에는 아무래도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다. 그럼에도 예보분석관팀은 예보국에서 가장 웃음소리가 많이 나는 팀으로 불린다고. 그만큼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단다. 야근과 주말근무를 밥 먹듯이 하는데도 말이다. 분석관은 비 소식이 있으면 휴가는커녕 주말마저 반납해야만 한다.

일기예보 생산 매커니즘 4단계

1 관측 및 감시

기상 관측은 지상ㆍ고층ㆍ위성ㆍ해상 관측 등으로 나뉜다. 지상관측에는 매분 간격으로 자동 관측이 이뤄지는 자동기상관측장비(AWS)ㆍ레이더ㆍCCTV, 고층관측에는 대기의 상태를 관측하는 풍선 형태의 라디오존데, 위성 관측에는 30분 간격으로 위성 사진을 수신하는 천리안 위성, 해상 관측에는 동해ㆍ서해ㆍ남해에 설치된 관측용 부이와 등표, 해양기후관측선 '기상 1호'등이 이용된다.

2 모델 분석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예보 가이던스를 생산한다. 현 상황을 바탕으로 방대한 자연법칙을 계산한 슈퍼컴퓨터가 모의 표준을 제시한다.

3 예보 생산

수퍼컴퓨터의 모의 일기도와 예보관 및 예보분석관들의 주관적 판단이 더해져 최종 예보가 만들어진다. 현재 기상청에서는 1시간 간격의 초단기예보, 하루 간격의 단기예보, 한 주 간격의 주간예보 등을 생산한다. 여기에 지난 2008년부터는 3시간 단위로 전국 3,527개 지역의 날씨를 예보해 개인이 사는 동네의 세부 날씨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동네예보'를 시행하고 있다.

4 전달 및 활용

생산된 예보는 기상청 홈페이지 및 언론, 스마트폰, 방재기상정보시스템, 인터넷 기상방송 등으로 전달되고 군 작전 등 각계에서 활용된다.

기상조건 유사한 사례 100번 중 30번 비왔으면 확률 30%

■강수확률 도출법

오늘날의 예보는 단순히 "내일 비가 옵니다"가 아닌 "내일 비가 올 확률은 ○○%입니다"와 같은 식으로 이뤄진다. 여기서 확률은 어떻게 도출되는 걸까.

기상청에서 비나 눈이 올 확률을 계산하는 법은 시간ㆍ공간과는 무관한 개념이다. 다만 과거 유사한 기상 조건들에서 도출한 통계학적 접근인 것. 예를 들어 내일 비가 올 확률을 계산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내일과 기온, 기압 등의 기상조건이 유사한 과거 100번의 사례를 조사한다. 조사 결과 100번 중 30번은 비가 내렸다. 그렇다면 내일의 강수 확률은 30%가 된다. 기상청은 현재 이를 기준으로 비나 눈이 내릴 확률을 0~100%까지 10% 간격으로 총 11단계로 발표하고 있다.



박소란 기자 psr@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