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미용업체 대신 셀프촬영·화장 '비용절감'예물예단 확 줄이는 대신 집·혼수 반반부담교회·구청 등 무료예식장 피로연까지 느긋하게 진행 고기대신 유기농식단 선택'부모님 설득' 큰 걸림돌 문제의식 고민·실천 '전제'

꽃 피는 3월이 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하루에도 수백 건 이상의 결혼식이 치러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결혼식이 거의 똑같은 일정으로 진행되며 준비하는 사람, 참여하는 사람 모두를 지치게 만들고 있다. 결혼식에 자연스레 따라오는 가부장적 문화와 자본이 만들어내는 허례허식도 마찬가지다. 이에 신세대 신혼부부들은 붕어빵처럼 똑같은 결혼식이 아닌 의미를 담은 나만의 대안결혼식을 꿈꾸고 있다.

예단ㆍ예물 줄이고 스드메 제외

신혼부부들이 평균적으로 지출하는 결혼비용이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다. 치솟는 집값의 대부분을 남편 측에서 대다 보니 그와 비례하여 신부 측에서 부담해야 하는 예단 및 혼수 비용도 급격하게 올라가고 있다. 집과 혼수품이야 신혼부부가 실제로 생활하는데 꼭 필요하다고 치더라도 '남들 하는 만큼'이라는 명목 아래 명품가방, 밍크코트 등을 요구하는 일도 허다하다.

그러나 다행인 점은 결혼비용이 치솟으면서 결혼과 관련된 허례허식을 줄이는 집들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허례허식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예물ㆍ예단은 최소화하는 분위기다.

인천시 남구 주안2동에 사는 신모(30)씨의 부모님은 아예 예물ㆍ예단을 하지 않고 그 돈을 신혼부부가 살 집을 구매하는 데 보탰다. 신씨에 따르면 양가부모는 상견례 때 만나 신혼부부의 정장과 한복 각각 한 벌씩과 작은 커플링 한 짝을 맞춰주는 것으로 예물ㆍ예단을 정리했다.

전통혼례업체‘한사랑’은 예식장, 혼례의상 등 신혼부부가 원하는 컨셉트에 맞는 맞춤형 혼례를 설계ㆍ제공해준다.
예물ㆍ예단을 간단히 정리하면서 집과 혼수 또한 신랑ㆍ신부 측이 적당히 나눠 부담하게 됐고 비슷한 액수를 부담함으로써 집도 자연스레 공동명의로 됐다. 신씨는 "예물ㆍ예단을 줄이고 집ㆍ혼수 비용을 비슷하게 부담함으로써 우리(신랑 측)는 경제적 부담이 줄어들고 신부 측은 딸을 시댁에 빼앗긴다는 억울함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일괄적인 스드메를 거부하는 움직임도 있다. 스드메를 주관하는 업체들은 보통 300만원 내외의 비용을 제시하지만 이후 갖은 옵션들을 붙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평생 한 번 있는 결혼식인데 10만원짜리 붙임머리를 하면 더욱 예쁠 것이라고 하던지, 20만원만 추가하면 최고급 가죽으로 된 웨딩앨범을 준다든지 하며 결혼 직전의 신혼부부들을 뒤흔들어 놓는다.

조금만 발품을 팔면 셀프웨딩촬영을 선택하거나 저렴한 웨딩드레스 대여업체, 메이크업 전문업체를 이용,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시간이 없거나 정말 귀찮다면 저렴한 가격에 스드메를 이용할 수 있는 소셜커머스 상품도 많다.

경기도 파주시 교하동에 사는 지모(29)씨는 결혼을 앞두고 웨딩촬영을 고민하다 결국 셀프웨딩촬영을 선택했다. 비싼 돈을 주고 모두가 똑같은 스튜디오에서 사진사가 요구하는 똑같은 포즈와 표정으로 사진을 찍는 것 대신에 저렴한 셀프스튜디오에서 친구들이 직접 찍어주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지씨는 "모르는 사진사 앞에서 시키는 대로만 사진을 찍는 것보다 훨씬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표정을 취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지씨가 웨딩촬영을 위해 지불한 비용은 홍대 근처에 있는 시간당 3만원짜리 스튜디오 대여료, 작은 꽃다발 및 나비넥타이와 커플 셔츠 등 간단한 소품비, 온라인을 이용해 만든 포토북 등 모두 합쳐 3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평균 200만원 내외의 웨딩앨범보다 더 의미 있고 아기자기한 나만의 앨범을 가질 수 있었다. 사진을 찍어준 친구들과의 추억은 덤이다.

친환경 유기농 뷔페‘청미래’는‘밥상이 약상이다’ 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제철에 나는 채소들을 전통방식으로 조리, 하객들에게 내놓고 있다.
무료 예식장 느긋하게 이용

결혼식 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예식비용이다. 요즘 예식장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식장 대여는 무료로 하는 대신 스드메, 피로연, 헬퍼 비용으로 이를 충당하는 업체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만만찮은 스드메 비용과 비싼 밥값을 감안한다면 절대 무료로 볼 수 없다. 모두 합치면 평균 1,000~2,000만원은 우습게 깨진다. 모든 품목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축돼 어느 것 하나를 뺄 수도 없는 구조다.

호텔결혼식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예식에서부터 차별점을 두고 싶은 부유층 신혼부부들이 선택한다는 특급호텔 결혼식의 비용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최소 10만원대의 식사와 테이블마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와인들, 100만원이 넘는 웨딩케이크와 500만원을 호가하는 무대설치비용, 호텔지정 꽃집에서만 주문 가능한 수천만원의 꽃장식까지 추가하면 결혼비용만 1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일반 예식장에서 결혼할 경우 또 다른 문제도 생긴다. 한 예식장에서 하루에도 서너 차례의 예식이 진행되다 보니 결혼식마다 주어진 시간이 한 시간 남짓에 불과하다. 예식을 올리고 사진 찍고 밥 먹는 시간까지 감안한다면 허겁지겁 진행될 수밖에 없다. 심한 곳은 예식손님을 받아야 한다는 명목으로 전 타임의 손님들을 내쫓기도 하는 형편이다. 하루에 두 타임만 받는다는 호텔결혼식은 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역시 정신없이 진행되기는 매한가지다.

대안은 있다. 결혼식 당일 당사자만 이용할 수 있는 무료 결혼식장을 찾는 방법이다. 실제로 무료 예식장, 성당이나 교회, 구청 등 무료 결혼식장 이용은 예식비용을 대폭 낮출 수 있을뿐더러 느긋하게 나만의 결혼식을 설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시설이 낙후하고 하객들의 비웃음을 당할지 염려치 않아도 된다. 서울 시내에만도 수십 곳이 넘는 무료 결혼식장 중 대부분은 시설이 오히려 일반 예식장보다 나을 정도다. 정 불안하면 저렴한 가격에 결혼식장을 전문적으로 꾸며주는 업체도 있다.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에 사는 김모(30)씨는 지난 3일 구청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김씨는 "대강당을 개조해서 만든 결혼식장이라 너무 소박하지 않을까 주변에서 많이 염려했다"며 "하지만 결혼식을 대행해준 업체가 잘 꾸며준 탓에 일반 예식장보다 훨씬 깔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씨에 따르면 무료로 결혼식장을 대여해주는 구청 중 상당수가 최근 신축한 곳이라서 일반 예식장보다 더욱 시설이 좋은 곳이 많다.

김씨는 자신의 결혼식에 와준 친구들이 "이렇게 편안하고 느긋하게 치러진 결혼식은 처음"이라고 했다며 자랑스레 말했다. 김씨는 실제로 결혼식 당일 구청 식당과 대강당을 아침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이용, 내부 장식과 테이블 세팅 등을 충분히 하고 피로연 또한 오래도록 느긋하게 할 수 있었다.

가부장적 결혼문화 벗어나

대안결혼식을 준비하는 이들은 단순히 '비용절감'에만 머물지 않고 전반적인 결혼문화에 대한 고민까지 하고 있다. 가장 많이 시도되는 것 중 하나가 주례를 아예 없애는 방법이다. 자신의 인생과 별 상관없는 이의 의례적인 주례사로 지루한 결혼식을 만드느니 친한 친구, 부모님 등 의미 있는 이들이 해주는 덕담으로 대체하겠다는 내용이다. 신랑 신부가 하객들 앞에서 사랑의 고백을 담은 서약서를 읽음으로써 결혼생활의 각오를 밝히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경우도 있다.

결혼식 때마다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가부장적인 결혼문화를 거부하는 움직임도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신부가 아버지에게서 신랑에게로 인도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아버지의 보호 아래서 신랑의 보호 아래로 들어간다는 의미를 담은 본 방식 대신 신혼부부가 함께 손을 잡고 예식장에 들어선다거나 양가 부모까지 모두 여섯 명이 함께 들어서기도 한다. 색다른 입장에 웃음을 터뜨리던 하객들도 이내 내포된 의미를 깨닫고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폐백 또한 달라졌다. 예전에는 신부가 신랑의 부모, 친척들에게만 인사를 드렸다면 요새는 신랑이 신부 부모에게 폐백을 올리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시집과 친정 사이의 관계도 평등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팽배하면서부터다.

환경까지 생각하는 결혼식

대안결혼식을 꿈꾸는 이들은 아예 고민의 영역을 환경으로까지 확장하기도 한다. 천편일률적인 예식장 뷔페 대신 친환경 유기농 식단을 준비하거나 옥수수 전분 섬유를 사용한 웨딩드레스를 입기도 한다.

서울시 강북구 인수동에 사는 김모(31)씨는 결혼식의 식단으로 유기농 뷔페를 선택했다. 교제하던 신부와 함께 좋은 먹거리에 대해 대한 관심을 가져왔던 김씨는 자신의 결혼을 축하해주기 위해 온 이들에게 조미료가 양껏 들어간 수입농산물, 항생제 범벅의 고기로 된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김씨는 "잔치에 고기가 없으면 안 된다는 부모님의 역정을 받아내는 것이 가장 고역이었다"며 "그래도 자신이 먹어본 결혼식 음식 중 최고였다고 말해주는 친구들이 많아서 그렇게 결정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일생에 딱 한번 입을 수 있는 웨딩드레스를 실크 대신 옥수수 전분 섬유, 한지, 쐐기풀 등을 이용해 만들어 입는 신부들도 늘어나고 있다. 고급스러운 실크보다는 아무래도 투박해 보일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값싼 비용에 환경까지 생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친환경 웨딩드레스를 입는 신부들의 손에 들린 부케는 뿌리를 자르지 않은 식물로 만들어 결혼 후 화분에 옮겨심을 수 있다.

한번 쓰고 버려지는 꽃화환 대신 쌀화환을 받는 신혼부부도 있다. 받은 쌀 화환을 이용,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함으로써 환경과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으로 뭇 신혼부부의 입소문을 타고 있다.

대안결혼식 잘 치르려면?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에 사는 김모(32)씨는 오랫동안 만난 여자친구와 함께 대안결혼을 꿈꿔왔고 마침내 이달 초 예식을 올렸다. 김씨는 결혼 전 부모님과 많은 얘기를 나누어 예단ㆍ예물을 과감히 생략했고 친구들이 찍고 만들어준 셀프웨딩촬영을 선택했다. 잔치다운 잔치를 위해 마포구청 대강당에서 왁자지껄한 전통혼례를 올렸고 친환경 유기농식단으로 하객들을 대접했다. 전통혼례는 '한사랑'의, 피로연은 유기농 위주의 '미림출장뷔페'의 도움을 받았다.

김씨는 나만의 대안결혼식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문제의식과 부지런함 그리고 부모님을 설득할 수 있는 인내를 꼽았다. 김씨는 "그냥 별 생각 없이 기획, 준비하다가는 결국 편한 길을 갈 수밖에 없다"며 "다른 이들의 결혼식을 다니고 관련 얘기를 충분히 들으며 생긴 문제의식에 대해 끈질기게 고민, 실천으로 이어갈 수 있는 힘이 우선돼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김씨는 여간 부지런하지 않으면 결국 돈으로 간단히 해결하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조금 비싸더라도 웨딩플래너를 이용, 스드메를 비롯하여 식단과 폐백까지 '예식장 패키지'를 선택하는 것이 몸은 가장 편하기 때문이다. 패키지 상품화된 결혼식을 자신만의 결혼식을 위해서는 부지런히 발품을 파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김씨는 나만의 대안결혼식을 하기 위한 가장 큰 걸림돌은 부모님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씨는 "우리나라에서 결혼식은 단순히 신랑-신부의 결합을 넘어 부모님을 비롯한 양가 어른들의 결합"이라며 "주변의 시선, 자신들의 체면 등을 중요시하는 부모님과의 갈등을 잘 해결하지 못하면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채 서로 마음만 상한 상태에서 끝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김씨는 "대안결혼식은 단순히 '남들과 다르게', '저렴하게'만 생각하다 보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애초에 왜 내가 그것을 선택했는지를 마음속에 품고 하나하나 해결하다 보면 나만의 즐거운 잔치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호텔 부럽지 않은 '공공청사·유기농뷔페' 대안결혼식 우리가 돕는다

대안결혼식을 꿈꾸지만 정보와 경험이 부족한 신혼부부들로서는 막막할 때가 있다. 이들을 위한 대안결혼식을 설계, 진행해주는 업체들을 소개한다.

무료 예식장은 공공청사들이 발 벗고 제공하고 있다. 마포구청, 성북구청, 금천구청, 서대문구청 등 다수의 구청이 대강당을 무료 예식장으로 제공하고 있다. 단, 결혼대상자 중 한 명이 해당 구의 구민일 경우에만 해당한다. 국립중앙도서관도 4월부터 사서교육연수관 1층을 예식장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그밖에 한강시민공원, 남산공원 등 야외 무료 예식장도 즐비하다.

판에 박힌 결혼식이 싫은 이들을 위해 맞춤형 전통혼례를 전담하는 업체들도 있다.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한사랑'은 30년 넘게 전통업계에 몸담아온 노하우로 멋스러운 궁중의상, 폐백의상을 직접 제작ㆍ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본식 뿐만 아니라 전통혼례장소 선정부터 예식장 컨셉설정, 혼례의상 선정까지 맞춤형으로 설계해준다.

서울시 서초구 잠원동에 위치한 '우리옛멋'도 신혼부부가 원하는 컨셉으로 결혼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조촐한 혼례식, 신명나고 흥겨운 혼례식 등 원하는 컨셉으로 다양한 장소에서 결혼할 수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에코웨딩을 도와주는 업체 중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은 '대지를 위한 바느질'이다. 자연에서 뽑아낸 섬유로 만든 웨딩드레스, 재생지를 이용한 청첩장, 뿌리가 살아있는 부케 등을 제공하고 있다. 모 언론사에서 운영하는 '에코웨딩'도 있다. 결혼식 전반을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새롭게 디자인하는 에코웨딩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친환경 유기농 출장뷔페도 다양하다. 서울시 송파구 삼전동에 위치한 '청미래'는 제철에 나는 채소들을 전통방식으로 요리한 음식을 제공하는 자연식 뷔페 레스토랑이다. '밥상이 약상이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오염되지 않은 식재료를 담백하게 조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인천시 계양구 계산동에 있는 '미림출장뷔페'는 일반 식자재를 이용한 뷔페와 친환경 유기농 뷔페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여타 친환경 유기농 뷔페에 비해 저렴하고 고객들의 요구를 적극 반영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 입소문을 타고 있다.

서울시 구로구 구로동에 위치한 '나드향 뷔페'는 경기도 양평의 농장과 계약 재배한 순수 농산물로 웰빙음식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