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64경주 중 100배이상 고배당 경주는 83개 경주에 불과

경마를 즐기는 경마팬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대박의 주인공이 되고 싶을 것이다. 경마에서 대박이라면 적어도 세자리수 이상의 배당을 말한 다. 그러나 경마에서 100배이상(복승식 기준)의 배당이 나오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가뭄에 콩나듯 나오는 고배당의 유혹은 사막의 신기루 같은 환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100배이상 배당이 터졌다는 말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비인기마가 들어왔다는 것인데, 경주마의 혈통이나 과거기록, 상대마와의 전적 등 데이터 중심의 베팅을 하는 경마팬으로서는 오히려 뒤통수를 맞은 결과를 초래한 것이기 때문에 환영할 일도 아니다.

그러나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100배이상 고배당이 터질 수 있는 경주의 조건을 안다면 불행은 피하고, 나아가서는 행운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지난해 서울 경마공원에서 펼쳐진 총 1,064경주에서 나온 100배이상 고배당 경주를 분석해 봤다.

지난해 펼쳐진 1,064경주 중 100배이상 고배당 경주는 모두 83경주로 전체 경주의 7.8%에 불과해 채 10%도 되지 않는 매우 희귀한 존재(?)라는 사실은 분명해 졌다.

그럼 고배당 경주는 어떤 조건에서 많이 나왔을까. 작년에 100배이상 고배당이 나온 83개 경주를 계절별로 나누어 보면, 9월부터 11월까지 가을철이 총 28개 경주로 전체 경주의 34%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그 뒤를 겨울철(12~2월)이 24개 경주(30%), 봄철(3~5월)이 19개경주(23%)로 이었고, 여름철(6~8월)은 12개경주(13%)로 눈에 띄게 낮았다. 월별로 10개경주 이상 나온 달은 9월(13개), 10월(11개), 1월(10개)이었고, 6월(1개), 3월(4개), 8월(4개), 5월(5개)은 100배이상 고배당 경주가 상대적으로 적게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또 주로상태별로 보면, 건조상태(함수률 5%이하)에서는 지난해 총 455경주 중 100배이상 배당 경주가 39개(8.6%)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다습(함수률 10~14%)이 148개경주 중 12개(8.1%), 양호(함수률 6~9%)는 257개 경주 중 19개경주(7.4%), 포화(함수률 15~19%)가 110개 경주중 8개경주(7.3%), 불량(함수률 20%이상)이 94개 경주 중 5개경주(5.3%) 순으로 나왔다.

특이한 것은 가장 이변이 많을 것 같은 불량주로 상태에서는 고배당 확률이 가장 낮아 '불량주로는 이변경주를 낳는다'는 속설을 뒤집는 결과가 나왔다는 점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주로상태별 고배당 경주의 확률은 7~8%내외로 앞에서 짚어 본 지난해 고배당이 나온 확률(7.8%)과 비슷해 고배당과 주로상태와는 크게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지난해 발생한 100배이상 고배당 경주는 계절별로 가을철과 겨울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사실 외에는 특별한 인과관계를 찾기 어렵다. 이 같은 사실에 대해 경마전문가들은 "100배이상 고배당 경주는 경마팬으로서는 계륵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노리고 들어가자니 실패할 가능성이 99%이고, 버리자니 두고두고 아깝게 생각된다. 신기루 같은 고배당을 쫓기 보다는 기본적인 마필의 능력을 바탕으로 하는 베팅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다"고 강조했다.



홍성필기자 sph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