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1996년 3월 폴란드 바르샤바 대우자동차 공장 회의실에서 대우의 세계경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주간한국 자료사진
국내 재계서열 2위까지 올랐던 대우그룹이 해체되고 10여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대우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우는 '방만한 경영을 일삼다가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사라진 실패한 재벌'로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있을 뿐이었다.

2009년 대우 해체 10년을 맞아 '세계경영'의 정신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모여 대우세계경영연구회를 만들었고, 다시 수년 뒤 그들이 펼쳤던 꿈과 도전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

그들은 대우 해체 과정에서 IMF와 정부 당국이 취한 조치에 진한 아쉬움을 갖고 있다. 하지만 '가장 먼저 가장 멀리 해외로 나간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대우 해체 과정의 비사나 억울함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다만 대우에서 근무했던 33명의 회고를 통해, 세계 각지를 누비며 대우 신화를 창조한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이 책에 담긴 에피소드들은 과거 대우 사람들이 국내외 각지에서 맨손으로 만들어낸 비즈니스 성과에 대한 것이다. 긍정적인 믿음과 창의적 발상으로 실패와 역경에 굴하지 않았던 그들의 의지가 때론 교훈적으로 때론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자본금 500만원 규모의 무역회사라는 조그만 배 한 척을 동남아 바다에 띄우고 수출 항해의 돛을 올린 대우호는 10여년 만에 대한민국 최대의 선단을 구성하는 성장신화를 이룩한다. 그들은 첫 항해 이후 태평양을 건너고, 아프리카의 사막과 러시아의 동토를 누비며 본격적인 세계경영에 나선다. 오대양 육대주에서 펼친 그들의 도전 비사는 오늘의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세계 각지를 무대로 펼쳐지는 진솔한 일화들은, 대우의 전성기 시절 김우중 회장이 펴낸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의 2012년판을 읽는 듯한 감회를 불러일으킨다.

대우의 성장과 몰락에 대한 평가는 후대 역사가들의 몫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펼쳤던 세계경영의 기치는, 한국경제의 기로를 맞아 다시금 되돌아볼 소중한 기업가 정신임에 틀림없다.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엮음. 북스코프. 2만2,000원.



홍성필기자 sph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