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효는 못의 억압된 본능을 매력적으로 들춰내 보여주고 있다.
중견 조각가 이재효의 지난 20여년을 돌아보는 중간 회고전 성격의 전시가 성곡미술관에서 열린다.

초창기 드로잉, 조각소품, 설치작업 200여점과 2012년 신작 등 300여점의 미공개 작품을 미술관 최초로 공개한다.

대규모 전관 전시로 선보이는 그의 작품들을 관통하는 모티프는 자연이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이재효에게 자연이 지닌 다양한 형식과 체계적 통일성 그리고 자연으로부터 받아들인 경험적 법칙들은 건강한 작업충동이 되었다.

그는 대부분의 작업에 나무와 나뭇가지, 떨어진 이파리, 크고 작은 돌, 풀 등 자연에서 구한 재료를 사용했다. 여기에 못이나 볼트, 철제 와이어와 철근, 용접술 등도 일부 개입한다. 그의 작업에서 이들의 만남은 운명적이다. 어찌 보면 상처를 입고 입히는 관계의 나무와 못이 상조하며 그의 대표적인 작업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재효의 나무ㆍ못작업들과는 달리, 실험적인 설치작업은 그동안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초대형 규모의 설치작업에서부터 공간을 반영한 현실적인 크기와 다양한 재료의 설치작업들이 상당하다. 그의 설치작업은 자연의 내적ㆍ외적구조를 원과 직선을 중심으로 포괄하고 있다. 자연의 원만함과 무한함, 생성과 소멸, 고정되어 있지 않고 움직이는 속성을 현재적 파노라마 시점으로 보여준다.

이재효 설치작품 'IMG 9191'
실험적인 설치작업에 비해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작업은 역시 나무와 못을 사용한 작업이다. 1998년부터 선보이기 시작한 나무작업은 이재효를 일약 세계적인 스타작가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동안의 작업이 그러했듯 재료의 속내와 성결을 있는 그대로 강조했다.

이재효는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못을 활용한 작업을 시작했다. 못의 내부에 감춰져 있는 재료의 본성과 물성을 존중하되 보다 직접적으로, 공격적으로 드러내고자 노력했다. 평소 나무속 깊이 박혀 있어 제한적으로만 알고 있던 못의 억압된 존재론적 본능을 매력적으로 들춰낸 작품이 시선을 붙잡는다.

이재효 작업의 특징이자 미덕은 다투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연과 인공이 그러하고 작품과 설치되는 공간, 작가와 재료가 그러하다. 재료 또한 서로 다투지 않는다.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다. 미술관 전관을 가득 메운 작품 하나하나에서 보잘것없는 자연의 티끌, 터럭 하나도 가벼이 여기지 않는 작가의 애정을 만날 수 있다. 3월 30일부터 5월 27일까지 전시. (02)737-7650



홍성필기자 sph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