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들은 최근 '고도 성장'이 멈추면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할 기로에 서있다.
책의 제목 '시민 K, 교회를 나가다'는 중의적이다. 교회에 나간다는 뜻과 함께 교회로부터 철수한다는 뜻도 있다. 이 책은 제목처럼 한국 개신교의 부흥과 추락을 가감없이, 그러나 애정어린 눈길로 다루고 있다.

저자는 지난 100여년 간 한국 사회와 기독교의 동거와 불화를 훑으면서 배타성, 성장 지상주의, 극우반공, 친미성 이 네 요소가 어떻게 한국 개신교의 중요한 특성이 되었는지 묘파한다.

2005년 인구센서스 결과에 따르면 국내 개신교 신자는 860여만 명으로, 1995년보다 신자 수가 1.4% 감소했다. 안목있는 개신교 인사들은 이 결과를 중대한 변화의 징후로 여긴다.

최근 많은 이들이 개신교를 바라보는 시선이 마뜩하지 않다. 면세, 목회자 세습, 교회 매매 등 오랫동안 묵인되어온 관행들이 문제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개신교식 거리전도의 무례함은 다반사다. 기도원ㆍ정신요양소 등 기독교 사회 시설의 문제들, 기독교계 사립학교에서 종교 교육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인권 침해와 재정 불투명성이 연일 시민사회에 폭로되고 있다. 여기에 수구 집단으로 정치세력화를 도모하는 보수 기독교 지도층의 행보는 개신교에 부정적 평을 더한다. 이렇게 한국의 근대화를 함께했고 한국적 근대의 메커니즘을 추동했던 개신교는 후퇴하고 있다.

저자는 20세기 초 한국의 개신교가 근대 한국사회와 가장 어울리는 종교로서 제도화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근대화와 함께 몰아친 성장주의 속에 거의 모든 교회들은 마음 속에 대형 교회를 품게 되었다. 그런데 최근 성장이 한계에 다다르자, 개신교 신자들이 줄고, 교회를 떠나고, 교회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특정 교단에 속하지 않은 독립 교회들이 도처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대두하고 있고, 새로운 실험을 창의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그들은 크기를 추구하지 않으며, 사회적 공공성과 더 긴밀하게 엮인 신앙을 탄생시키고 있다. 저자는 여기서 한국 교회의 희망의 전조를 본다.

그간 활발한 비평의 목소리를 전해온 중견 신학자 김진호의 <시민 K, 교회를 나가다>는 쉽게 접할 수 없었던 한국 개신교 안팎의 역사를 명쾌하게 속속들이 들려준다. 그리고 불가능할 것 같았던 '개신교의 욕망'을 비평하고 내파하는 시도를 한다.

김진호 지음. 현암사. 1만3,800원.



홍성필기자 sph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