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dless Walk
소소한 삶의 풍경들을 친숙하고 간결하면서도 리드미컬하게 표현해 온 이스라엘 조각가 데이비드 걸스타인의 세 번째 국내 개인전이 열린다.

주로 강철이나 나무를 소재로 한 컷아웃(Cutout) 작품으로 유명한 걸스타인은 튜브에서 갓 짜낸 물감의 흔적이나 자유로운 선의 리듬을 여러 겹의 층으로 구성된 평면-부조 위에 고스란히 담아냄으로써 회화 같은 조각, 조각 같은 회화 작업으로 주목받아 왔다.

국내에서 2006년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첫 개인전을 가진 후, 2008년 가나아트 부산에서의 전시를 거쳐, 4년 만에 다시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서는 일상의 즐거운 유희보다 더 리얼하고 유쾌한 걸스타인의 신작 40여점을 만나 볼 수 있다.

도시 곳곳 어디론가 바쁜 발걸음을 내딛는 사람들, 거리 위를 가득 메운 자동차의 행렬, 혹은 따스한 햇살 아래 여유를 즐기며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나 빠른 속도로 쉴 새 없이 이어 달리는 사이클 주자 등 그의 작품에서는 도시적 삶에서 마주치게 되는 매일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강철판 위에 자동차 도료나 에폭시로 그려진 매끈하고 대담한 색상들은 조각적 무게감이 사라진 컷아웃 작품에 더욱 더 밝고 경쾌한 효과를 불어넣는데, 이는 그가 다루고 있는 작품의 소재들과 더불어 팝아트적 감성을 떠올리게 한다.

Burning Lips
그러나 걸스타인은 1960~70년대 미국 팝아트가 현대 대중소비사회의 물질적 풍요와 이에 따른 생활방식의 변화와 시각적 풍경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순간의 인상이나 느낌, 곧 자신이 포착한 현실의 프레임 속에서 끝없이 생성되는 삶의 에너지와 기운들, 변화하는 시각적 환영의 흔적들도 담아낸다.

그렇기에 그의 작품에서는 도시적 삶 속에서의 숨가쁜 호흡과 압박감, 스포츠 경기를 볼 때 느끼는 팽팽한 긴장감, 혹은 여가를 보낼 때의 즐거움 등을 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이처럼 자칫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대상에 특유의 생동감을 부여하는 걸스타인의 작품은 대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동시에 시각적 차원을 넘어서 예술이 지닌 창조적 리듬과 율동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4월 6~29일 가나아트센터, 5월 9일~6월 2일 가나아트 부산 전시. (02)720-1020


Disco

홍성필기자 sph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