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식업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한 창업자들은 지난 4일 주간한국 회의실에서 열린 좌담회를 통해 소규모 식당 창업에 대한 속 깊은 대담을 가졌다. 왼쪽부터 김만중 ‘한양족발’ 대표,
올해부터 베이비부머 합류 창업 1년후 생존확률 8% 사전공부 철저히 준비해야
재료·맛 차별화는 기본 사소한 것부터 신경써야
그 집만의 스토리텔링 꼭! 주인의 사연·독특한 그릇 음식 만드는 과정도 소재
기획없이 창업땐 실패 양심껏하면 반드시 재방문


'소규모 식당 창업 시장'에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대거 합류하기 시작했다. 경쟁도 덩달아 치열해지고 있다. 흔히 "창업 1년 후 살아남을 확률은 8%"라고 하지만 2012년부터는 이 숫자가 더 낮아질 전망이다.

신규 점포가 주변에 들어서면 기존 식당도 상권에 맞춰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거나 재창업에 가까운 리모델링, 업종 전환 등이 불가피해진다. 그만큼 살아남기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규모 식당 창업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며, 성공적인 창업을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주간한국은 치열한 요식업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살아남고 자리매김한 창업자들과 함께 그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주간한국 회의실에서 진행된 좌담에는 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를 비롯해 김산 '뜸팡이와김치찌개' 대표, 김형기'천지궁'대표, 김만중'한양족발' 대표, 유경동 '헬렌스키친' 대표 등이 참석했다.

왼쪽부터 유경동, 김형기, 김산, 김만중
주제는 소규모 식당 창업의 차별화 포인트와 적절한 스토리텔링, 그리고 창업 준비 과정 등이었다.

황광해(진행, 이하 황): 베이붐 세대의 퇴직자들이 소규모 창업에 몰리고, 기존 창업자들중엔 재창업을 하거나 업종 전환을 고민하기도 합니다. 이 분들께 조언을 해주신다면.

유경동(이하 유): 제가 준비를 제대로 못하고 창업을 하는 바람에 고생을 무척 했습니다. 막걸리 전문점을 하겠다고 창업을 했는데 마음만 앞서고 준비는 소홀히 했지요. 그래서 창업 초기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저는 창업이든 재 창업이든 혹은 업종 변경이든 미리 공부를 철저히 하고 또 준비를 해야 한다고 미리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김형기(이하 형): 결국 좋은 음식이 성공의 바탕이 된다고 믿습니다. 식당을 열면서 누구나 맛있고 좋은 음식, 친절한 서비스를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정작 어떤 음식이 좋은 음식인지, 또 어떤 서비스가 친절한 서비스인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희 가게에서는 식탁에 반드시 보라색 양파를 내놓습니다. 물론 그 양파가 더 비쌉니다. 이야기하지 않아도 그걸 아시는 손님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은 제가 보라색 양파 쓰는 걸 보고 단지 그 이유만으로 단골이 됩니다. 결국 음식점은 좋은 음식만으로는 성공하지 못하지만, 그러나 좋은 음식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믿습니다.

김 산: 저는 이른바 스토리텔링의 힘을 믿습니다. 창업 전에 충분한 기획단계를 거치고, 또 그에 맞는 준비를 하고 음식 메뉴 개발부터 마지막 마케팅까지 어떻게 할 것인지를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스토리텔링을 이야기하면 흔히 오래된 역사 이야기나 음식의 유래 등을 생각하는데, 저는 김치 담는 옹기그릇도 스토리텔링의 대상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숨 쉬는 옹기라고 하는데 그 부분으로만 몇 시간씩 이야기할 수 있고, 그게 바로 음식점 승패의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작은 음식점의 승패는 주인이 음식과 음식점의 특징, 스토리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가 퍽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황: 그렇다면 스토리텔링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김 산: 입지의 중요함을 예로 들겠습니다. 제가 서울 대치동에서 김치찌게 집을 운영했는데, 그때 입지가 그야말로 상당히 외진 곳이었습니다. 말하자면 '맹지'였지요. 요즘은 외진 곳이라도 스마트폰으로 찾아오는 분들이 많지만, 당시는 그런 외진 곳에서 가게를 한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스토리텔링 요소였습니다. 손님들이 한번 방문하면 그걸 다른 사람들한테 이렇게 전합니다. "도대체 식당이 있을 곳이 아닌 외진 골목에 있는데 음식은 진짜 맛있다"고. 그 이야기를 들은 분들이 반드시 저희 식당에 왔습니다. 당시엔 미처 몰랐는데 그게 하나의 스토리텔링이 되더라고요. 스토리텔링에 대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식당 주인이 음식이나 용기, 음식점을 만든 과정, 혹은 식당과 관련된 어떤 내용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고 나서 그걸 이야깃거리로 삼는 것이지요. 한때는 '욕쟁이 할머니'도 중요한 스토리텔링의 요소가 되었잖습니까?

황: 한때는 소스의 비밀을 풀려고 쓰레기통을 뒤졌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졌던 적도 있었습니다만, 그것도 하나의 스토리텔링이겠지요?

김만중(이하 김): 식재료나 소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스토리텔링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식당 주인이나 주방장이 음식 재료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삼겹살에 캐비아를 얹는다는 식이 아니라 사소하게 보이는 소스 하나라도 소중하게 여기고 깊이 연구하는 모습을 진솔하게 보여주면 그 자체가 바로 중요한 스토리텔링이라고 믿습니다. 서울 장충동 족발집들의 경우, 소스 하나만 가지고 중요한 스토리텔링의 콘텐츠를 만들었지요. 전국에서 많은 집들이 장충동 족발집들의 소스가 무엇인지 궁금하게 생각합니다. 물론 좋은 재료와 나름의 노하우가 있는 소스 개발 과정이 있습니다만, 그보다는 소스 개발에 쏟는 정성을 어떻게 보여주느냐는 것이 더 소중하다고 믿습니다. 소스가 아니라 정성이 이야깃거리입니다.

유: 지금은 편하게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처음 가게를 열었을 때 참 막막했습니다. 별 경력도 없고 가게 운영도 오래하지 않았는데, 창업자들을 위한 강의를 흔쾌히 승낙한 것은, 제가 겪었던 막막함을 창업자 대부분이 겪으시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겪은 사람으로서, 같이 걱정하고 논의하다 보면, 어느 정도 해결책이 나오리라고 생각합니다. 지나고 보니, 그것도 하나의 스토리텔링의 요소가 되었습니다. 막걸리 전문점 창업자가 막걸리를 몰랐다니 말이 됩니까? 가게 문을 열고나서 지방 양조장을 다니고, 주인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공부했습니다. 그것도 나중에 하나의 중요한 스토리가 되었지만, 준비 없는 경우는 힘든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먼저 계획하고 기획하고 그 기획에 맞는 공부를 해야합니다. 스토리는 만드는 것이 아니고, 가게를 준비하는 동안 자연히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형: 현재의 위치에서 창업할 때 차별하를 하지 않으면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수타경력 35년 주방장'이라고 쓰고, 식당 한 구석에서 수타면 만드는 모습을 보여드렸죠. 신기하게 쳐다보는 손님들도 있고, 무심코 지나는 분들도 있는데 무심코 지나치는 것 같은 분들도 사실은 다 보고 계십니다. 겉으로 표현하지 않지요. 저는 손님들이 모른 척하지만, 사실은 종업원들의 복장까지 다 챙겨본다고 믿습니다. 청결하고 정성껏 서비스하면 반드시 통한다고 믿습니다. 수타면 만드는 장면도 다 흘려버리는 것 같아도 결국 다 기억하고 반드시 재방문합니다. 제 경우에는 '수타 경력 35년 주방장'이란 표현을 차별화 포인트로, 그리고 스토리텔링으로 활용한 경우이지요.

황: 차별화 포인트, 스토리텔링, 창업 준비 과정의 중요성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창업을 준비 중인 분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은 어떤 것인가요?

유: 저는 고민만 하지 말고 창업에 관한 내용들을 실제적으로 준비하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창업 예비자들은 고민만 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준비 없이, 구체적인 계획, 기획 없이 창업하는 경우는 반드시 실패합니다.

김 산: 저도 마찬가지 생각입니다. 철저하게 준비하고 스스로 차별화된 스토리를 만들지 않으면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준비가 없으면 반드시 실패합니다. 스스로 '창업 지도'를 꼼꼼하게 그리시기를 기대합니다.

김: 저도 여러 번 실패를 겪은 적이 있습니다. 성공한 이야기만 듣지 말고 실패한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것도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실패한 경우를 듣고 그런 요소들을 피하는 것도 성공하는 방법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형: 양심껏 하면 반드시 손님들이 그 식당을 재방문합니다. 그리고 유행을 잘 챙겨 보시기 바랍니다. 유행을 따라가지 말고 반걸음 앞서가는 차별화가 필요합니다.

김: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말씀드리고 싶어요. 아시다시피 서울 장충동은 족발의 메카입니다. 전국적으로 장충동 이름을 단 족발집들도 많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희 가게가 장충동에서 제일 오래된 가게도 아니고 또 매출이 가장 높은 가게도 아닙니다. 그럼에도"후발주자이면서 오랫동안 살아남고 또 나름 성장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저는 창업자들을 위한 강의에서 그 경험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한마디로 음식에 대한 애정과 정성입니다.

황: 오늘 좋은 말씀들 감사드립니다.

■좌담회 참석한 맛집

김 산: '뜸팡이와김치찌개' 대표. '뜸팡이김치'를 고유 상표로 등록, 현재 서울 시내 10여개의 식당에 '뜸팡이 김치'를 납품하고 있다. 여러 차례 창업 관련 강의를 진행한 경력이 있다. 창업 전 '현장 실습'을 다방면으로 진행하는 것이 실제 창업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

김형기: 서울 서초동 중화요리 식당 '천지궁'의 대표. 골목 깊은 곳에 식당을 열고 '35년 수타경력 주방장'을 고용하여 차별화에 성공했다. 현재 식당 위치는 '지도 보면서도 찾기 힘든 위치'이다. 외진 곳에서 성공적으로 창업하는 노하우를 창업자들을 위한 강의에서 전수할 예정이다.

김만중: 장충동 '한양족발' 대표. 족발의 메카인 장충동에서 후발주자로 성공적인 식당 운영을 하고 있다. 이미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 살아남는 방법에 대한 남다른 노하우가 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유경동: 서울 삼성동 막걸리전문점 '헬렌스키친' 대표. 별 다른 준비 없이 막걸리전문점을 개업하면서 많은 고통을 겪었다. 준비 없이 요식업에 뛰어드는 것은 "지도 없이 야간 행군하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고 말한다.

황광해 : 맛집 칼럼니스트로 30년간 전국 식당 3,000여 곳을 방문했고, 1,000곳 이상의 자료를 보관하고 있다. 전국 맛집1,000여 곳을 추려서 스마트폰 앱으로 발표했고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오래된 맛집 111>과 <줄서는 맛집> 등의 맛집 관련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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