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가수인 나훈아(65ㆍ본명 최홍기)가 이혼소송 중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그를 아끼는 팬들은 충격에 빠졌다. 수년 전 여러 불미스러운 소문에 시달리면서 마음고생을 한 나훈아는 한동안 잠잠한 듯했으나 이번에는 이혼소송 소식이 전해졌다.

나훈아가 이혼소송에 휘말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와 관련된 여러 추측성 소문도 무성하게 생산되고 있다.

나훈아의 아내 정수경(51ㆍ본명 정해인)씨가 밝힌 사유는 일단 '나훈아의 오랜 잠적생활'이다. 말하자면 가정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게 이혼하려는 이유다.

나훈아의 사생활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때문에 그의 가정생활이 어떠했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다만 세간에 여러 소문들로 논란이 일었던 만큼, 가정생활이 평탄치 못했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만 가능할 뿐이다.

정씨 측은 언론과의 접촉을 통해 이혼사유를 밝힌 바 있다. 정씨 측에 따르면 나훈아는 지난 5년간 정씨와 거의 연락을 끊고 지냈다. 연락이 없기는 정씨가 이혼소송을 제기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아내 정수경씨와 결혼을 앞두고 다정했던 한때.
주변에 사생활 철저히 함구

나훈아 지인들에 따르면 정씨는 미국 보스턴에서 생활하고 있다. 한때는 하와이에서 거주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는 보스턴에 있다고 한다.

주변인들이 전하는 말을 들어보면 나훈아는 미국 생활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고 가족들과 일상생활을 하며 동시에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성격도 아니다. 그는 한 가지 일에 몰입하면 주변의 모든 것을 돌아보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나훈아를 잘 아는 한 인사는 "나훈아에게 '왜 미국에서 가족들과 살지 않느냐'고 물으면 '미국 생활이 적성에 맞지 않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정서적으로 작품활동을 하기에도 한국이 편하다'고도 하더라"고 전했다.

또 다른 측근 A씨는 "나훈아는 자신에 대해 간섭하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예를 들어 자신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사람들이 캐물으면 별로 안 좋아한다. 자신의 사생활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 말 안 하는 걸로 유명한 사람"이라며 "그런데 그런 사람 옆에 생활에 대해 간섭하는 아내가 있다고 하면 그 관계가 원만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또 나훈아는 수년 전 잠적설 때문에 큰 파장이 일었을 때 자신과 관련된 여러 소문이 나돈 것에 대해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이후 더욱더 자신의 자취를 감추게 됐다는 말도 들린다.

한바탕 소란이 인 이후 작품활동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도 클 것이라는 게 동료 가수들의 추측이다. 하지만 가깝게 지냈던 동료 가수들조차 나훈아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아는 이가 거의 없다.

일부에서는 정씨가 나훈아의 성격을 잘 맞췄기 때문에 그나마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도 말한다. 정씨는 나훈아의 사생활을 일절 간섭하지 않았고 해외에서 따로 살면서 자녀들을 키우는 데만 열중했다는 것이다.

나훈아가 결혼 초부터 연락을 끊고 살았던 것은 아니다. 코미디언의 아내와 관련된 루머가 나돌던 2007년부터 나훈아의 갑작스런 '잠적'이 시작됐고 이때부터 소식이 끊어졌다는 것이다.

정씨 측근들 중에는 정씨가 정말 바라는 것은 이혼이 아니라 나훈아의 사과와 가정으로의 복귀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나훈아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정씨, 딸 결혼후 소송 결심

정씨 측은 "이혼 소송을 제기한 지 9개월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훈아는 정씨에게 "좀 쉬어야겠다. 내가 연락할 때까지 전화하지 말라"고 말한 뒤 그 길로 채 행방을 감춘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이유도 듣지 못한 채 별거 아닌 별거에 들어간 정씨는 이혼을 심각하게 고민했으나 자녀들의 상처를 우려해 망설여왔다고 한다. 그러던 정씨가 이혼을 결심하게 된 것은 딸이 결혼하고 아들이 명문대를 졸업한 직후인 지난해 8월쯤이다. 이때 이혼 결심을 굳히고 이혼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정씨 측에 따르면 정씨가 조정 신청 대신 이혼소송을 택한 것은 남편과 가정 문제를 상의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씨 측은 "정씨가 합의 신청이 아닌 이혼소송을 택한 이유는 나훈아가 수년째 가정을 방치해 소통이 안 되는 상태였기 때문에 소송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나훈아의 이해하지 못할 속내다. 정씨 측은 "나훈아는 이번 이혼소송에도 불구하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여전히 연락조차 없다"며 "그러면서도 주변 사람들을 통해 이혼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전해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훈아 주변에서는 "나훈아가 조만간 정씨과 접촉해 이번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또 "나훈아는 개인적인 문제로 그동안 많이 방황했으며 아내의 이혼소송 제기에 충격을 받고 어떻게 이 문제를 수습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나훈아가 머지않아 정씨를 만나 그간의 전후 사정을 설명하고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이라는 말이 정씨 측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씨는 이 말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훈아는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씨 측에 따르면 나훈아는 정씨와의 이혼을 받아들일지,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지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이며 더 이상 가정에는 미련이 없는 상태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45주년 컴백 모색

1976년 '여군 일등병'으로 데뷔해 빼어난 외모와 노래 실력을 선보이며 안방극장을 사로 잡았던 정씨는 1982년부터 14세 연상의 나훈아와 동거를 시작했다. 정씨는 동거 3년 후인 85년에 나훈아와 결혼했고, 두 사람 사이에는 1남 1녀가 있다.

한편 나훈아는 지난해 조심스럽게 컴백을 모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훈아의 한 측근은 지난 24일 스포츠한국에 "(나훈아가) 지난해 데뷔 45주년을 맞아 무대 복귀를 심각하게 고민했다"면서 "시기와 형식을 놓고 고민했지만 하반기 들어 모든 접촉을 끊었다"고 말했다.

나훈아의 또 다른 측근은 "2010년 경기 양평 인근에 작업실을 마련할 때만 해도 컴백이 임박했다고 봤다"면서 "하반기 들어 해외로 나가는 일이 잦아졌는데 (소송) 영향이었던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