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자 '사유공간' 160x130cm 한지 순지 먹 2012
"마음 속 깊이 자리잡고 있는 침묵의 소리를 끄집어내 한 점 한 점 붙인 것이지요."

한지 고유의 아름다움과 지필묵(紙筆墨)의 새로운 시각적 모색을 성공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원문자 작가의 초대전이 인사동 선화랑(대표 원혜경)에서 열린다.

작가가 3년 만에 갖는 이번 전시에서는 더욱 단순화된 작품들이 선보인다. 마치 해탈의 경지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3년 동안 작업실에 틀어박혀 세상과 담을 쌓고 고행과도 같은 작업을 하면서 자유를 얻었어요."

원문자는 미대 재학 시절부터 꽃과 새를 독특한 감성으로 그린 화조화로 인정받았다. 그 뒤 국전에서 국회의장상과 대통령상을 잇달아 수상하면서 세밀화 영역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쌓아 올렸다.

그러나 그는 1989년 익숙한 길을 버리고 화조화의 단문화를 시도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추상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후 그는 평면적 종이작업을 입체화시켜 실험적인 방법론을 다양하게 모색해왔다.

초기 추상작품은 대부분 콜라주로 스티로폼을 조각한 위에 물에 풀은 한지를 부은 다음 떼어내어 그 위에 다시 착색을 하는 부조작품이었다. 이후 한지를 세워서 붙이고 그 위에 착색을 하는 방법을 병행해 조각적인 부조작품을 여러 점 발표했다. 2008년에는 순지를 가늘게 잘라 물을 묻혀 형태에 따라 입체적으로 붙여가는 작업을 시도했는데, 이때 배경은 선적인 것과 추상적인 것이 주류를 이루고 반 구상적인 요소가 많은 작업이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예리하게 면을 구획하던 이전 평면구성과는 달리 구겨진 순지의 작은 조각들을 일정한 평면 위에 몇 겹씩 쌓아 올리는 릴리프 작업을 보여준다. 농담의 차이로 변화된 각각의 순지 조각들이 모여 풍부한 양감과 집중도 있는 화면을 구성하고 물성과 이미지를 융합해 독특한 회화세계를 창조하고 있다.

이러한 입체적인 작품은 "밖으로 돌출하는 부분을 통해 규격 안에 머물지 않고 자유로움을 추구하려는 마음, 나로부터의 해방을 추구하고자 한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원문자 작가의 선화랑 초대전은 85, 97년에 이어 세 번째다. 작품마다 한결 같은 예술정신으로 정진해온 작가의 진중함이 오롯이 배어 있다. 2일부터 16일까지 전시. (02)734-0458



홍성필기자 sph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