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 Landscapes_ polycarbonate, 엑스선필름, ohp필름, LED, 122x100, 2012
불의의 교통사고 이후 '엑스레이 아트'라는 새로운 지평을 연 한기창 작가의 'AMOR FATI'전이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린다.

학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한기창은 1993년 교통사고로 인해 생사를 넘나드는 긴 투병생활 후 2000년부터 이러한 경험을 모티브로 엑스레이 필름, 의료용 도구와 같은 의학 재료를 작품의 재료로 사용하여 죽음과 생명에 대한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이번 전시는 엑스레이 필름을 사용한 평면 작품 외에 사진, 영상, 설치 작업을 다양하게 선보인다. 현미경으로 확대된 병든 인체의 기관과 조직의 이미지를 드로잉하거나 동력을 이용한 LED 빛을 담은 거대한 설치물, 사진, 애니메이션, 오브제 등 다양한 매체로 표현함으로써 작품에 대한 열정과 보다 확장된 실험정신을 보여준다.

작가는 암세포, 인체 기관과 뼈의 형상, 진열된 각종 의료용 를 보여줌으로써 '운명애(運命愛) AMOR FATI'라는 전시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전시장을 죽음의 공간이자 치유, 생성이 순환되는 공간으로 환기시킨다. 이로써 이번 전시를 통해 관객들에게 삶과 죽음의 의미, 결국 순환되는 자연의 원리를 전달하고자 한다.

작가의 그동안의 작업이 정신적 고통에 대한 치유의 과정이었다면 이번 전시는 치유를 넘어 온전히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려는 수행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수술도구
이번 엑스레이 필름을 이용한 작품의 특징은 엑스레이 필름은 인체의 뼈만을 담아내는 것이 아닌 인간이 살아가는 수많은 일상의 이미지가 함께 엑스레이 촬영한 것처럼 오버랩 되어 있어 보다 다층적인 인간의 삶과 죽음, 자연의 생성과 소멸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병원에서 볼 수 있는 수술용 의료기구와 현미경으로 확대한 암세포 사진, 병든 인체의 엑스레이 필름 등 오브제를 과감하게 있는 그대로 설치함으로써 상처와 죽음을 여과 없이 직설적으로 드러내어 죽어가는 과정의 이미지에서 새로운 생명을 발견하는 작가의 시선을 보여준다.

16일부터 6월 29일까지 전시. 입장료는 성인 2,000원, 5세~대학생 1,000원. (02)735-4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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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필기자 sph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