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눈 크기가 최고속력을 반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 위치한 텍사스대 연구진들은 몸의 크기만큼이나 눈의 크기를 통해 동물의 운동성 정도(스피드)를 확인할 수 있다고 최근 발표했다.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인류학 전공 크리스 커크 교수는 큰 눈을 가진 종들은 시각적으로 예민한 성향을 가지고 있음을 밝혀냈다. 연구진들은 몇몇의 포유류의 눈이 큰 생물학적 이유는 이동시 장애물에 민첩하게 반응하기 위한 진화적 산물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말처럼 속도가 빠른 동물들은 포식자들에게 잡혀 먹히지 않기 위해 어떤 동물보다도 예리한 시력을 가지고 있다. 시력의 발달은 눈 크기 확대로 이어진다"고 의견을 전했다.

커크 교수와 인류학 박사과정 앰버 하드 부스 학생은 루카스의 법칙을 실험군인 포유류 동물에 적용했다. 루카스 법칙은 새와 비행속도의 관계를 정의하는 가설로 포유류에 적용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연구결과를 발표한 앰버는 진화형태학 분야 석사연구부문 밀드레드 트로터 상을 받았다.

연구진은 포유류 50종을 대상으로 눈 크기와 스피드 간의 법칙이 맞는지를 조사했다. 눈의 크기는 아프리카코끼리가 39.6㎜, 말 41.5㎜, 기린 42㎜, 대형 영양인 일런드 47.7㎜ 등이었다. 하지만 체중이 작으면서도 커다란 눈을 가진 대표적인 동물은 육상 최고의 스프린터인 치타다. 시속 110㎞로 달리는 치타는 몸무게가 55㎏에 지나지 않지만 눈의 크기는 36.7㎜로 체중이 3~4배 무거운 사자나 호랑이와 비슷하다.

영장류 가운데는 파타스원숭이가 24.9㎜로 눈의 크기가 가장 컸는데 이는 체중이 25배 무거운 고릴라와 비슷하다. 파타스원숭이는 원숭이 가운데 가장 빠른 종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연구진이 통계적으로 체중의 차이를 고려해 비교한 결과 최대 속도와 눈의 크기는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커크 교수는 "기존의 몸의 질량과 주행속력 간의 가설보다 동물의 눈 크기와 주행속력의 관계가 더 밀접하다"고 전했다. 포유류의 눈 크기는 이밖에도 몸과 머리의 크기, 행동 유형, 그리고 먹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논문은 미국 해부학회가 발행하는 '해부학 기록(Anatomical Record)'에 게재될 예정이다.



홍성필기자 sph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