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제트여객기' 뜬다

보잉 모델명 미정
미 항공우주국(NASA)은 세계 최고의 항공기 엔지니어들에게 민간 항공기가 직면한 최대의 난제, 즉 유해물질 배출과 소음 공해, 저 연비의 해결방안 모색을 요청했다. 향후 20년 내 항공업계의 새로운 표준이 될 수도 있을 프로토타입 모델들을 소개한다.

경량소재·고리형 날개 도입 "연료 절반이면 충분~"

목표 이륙시점 2025년

제트 여객기의 연비는 최악에 가깝다. 보잉 747 기종의 경우 1해리(1.852m)당 무려 19ℓ의 항공유를 소모한다. 유가가 오르면 항공료도 오르는 게 이 때문이다.

MIT D8
'박스 윙(Box Wing)' 콘셉트 모델은 이런 고민에 대한 록히드 마틴의 대답이다. 현 항공기의 기본적 외형을 유지하며 대폭적 연료 소비량 절감이 가능한 독창적 디자인을 채택했다. F-22 랩터나 F-35 라이트닝Ⅱ 제트전투기에 쓰인 경량 소재로 주 날개와 꼬리날개를 잇는 박스 윙 형태의 고리형 날개를 채용한 것. 이는 16%의 양항비(lift-drag ratio) 증가 효과를 제공, 더 적은 연료로 더 먼 거리를 비행할 수 있다. 현재의 공항게이트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메리트다.

또한 기존 항공기의 터보팬 엔진을 UHB(UltraHigh Bypass) 터보팬 엔진으로 교체했다. UHB 엔진도 일반 터보팬 엔진처럼 팬을 통해 흡입한 공기를 엔진의 중심부에서 연료와 혼합해 연소시키는 방식으로 추력을 얻는다. 연소에 활용되지 않은 잉여공기는 연소실을 우회해 압축·배출되면서 추력을 높인다. UHB 엔진은 팬의 폭이 40% 더 넓어 일반 엔진보다 우회 배출되는 공기량이 몇 배나 많다. 때문에 아음 속에서 22%의 에너지 효율이 향상된다.

바로 이런 구성 덕분에 박스 윙 항공기의 에너지 효율은 평균적인 여객기와 비교해 50%나 우수하다. 덧붙여 날개의 양력이 커진 만큼 인구밀집지역 인근의 공항에 착륙할 때 엔진 추력을 낮추고 착륙각도를 더 가파르게 할 수 있다. 이는 소음을 35㏈로 낮추며 활주로 진입거리도 최대 절반까지 줄여준다.

연료효율 30% UP~" 날아라, 가오리!"

록히드 마틴 박스 윙 제트
목표 이륙시점 2025년

보잉이 2011년말 제시한 첨단 항공기 콘셉트는 가오리를 꼭 닮았다. 아직 공식 명칭도 없이 차세대 콘셉트 항공기라고 불리지만 동체와 주날개가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어지는 '동체-날개 일체형(Blended Wing Body)' 디자인을 채택, 아름답고 수려한 외관을 자랑한다.

사실 이런 형태의 설계는 보잉과 NASA가 공동 개발 중인 실험용 무인항공기 'X-48B'에서 차용된 것으로 얇고 납작한 동체 덕분에 기존의 제트 여객기와 비교해 약 30%의 연료 효율 증진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 콘셉트 모델의 또 다른 특징은 엔진에 있다. 프랫앤휘트니가 제작한 터보팬 엔진을 동체 후방 상단에 올려 놓은 것. 그리고 엔진 양쪽에 수직 꼬리날개를 채용, 엔진음의 전파를 막음으로서 지상에 전달되는 소음을 대폭 줄였다.

1930년대 복고풍 설계 '스텔스 폭격기'닮았네~

록히드 마틴 슈퍼소닉 그린 머신

목표 이륙시점 2025년

오는 2025년을 목표로 설계된 노스롭 그루먼의 제트 항공기 콘셉트 모델. 미래지향적 디자인이라기보다는 1930~1940년대의 복고풍 냄새가 물씬 풍기는 전익기 설계를 채택했다. 하지만 사실상 전익기만큼 공기역학 효율이 뛰어나 연비 향상에 도움을 주는 디자인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에 노스롭 그루먼은 전익기의 대표주자격인 B-2 스텔스 폭격기를 제작했던 경험과 노하우를 십분 살려 상용 여객기에 접목하고자 했다. 그래서인지 색상만 검게 칠한다면 B-2 폭격기와 쌍둥이라고 해도 많은 사람들이 속아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 닮았다.

롤스로이스의 HB(High Bypass) 엔진 4기를 탑재했으며 전익기들이 모두 그렇듯 모든 엔진은 날개 윗부분의 내부에 감춰 놓아 소음 차폐 능력을 향상시켰다.

보잉 슈거 볼트
소음은 줄이고 속도는 그대로~ '초음속 여객기의 귀환'

목표 이륙시점 2030

상업용 초음속 항공기의 첫 번째 시대는 2003년 11월 26일 콩코드 여객기의 마지막 비행으로 막을 내렸다. 사실 콩코드는 시끄럽고 비효율적이며 공해 유발도 심했다. 하지만 3시간이면 미국에서 영국에 도착하는 초음속 항공기에 대한 대중의 로망은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2010년 록히드 마틴은 이 꿈을 실현할 마하 1.6(시속 1,960㎞)의 '슈퍼소닉 그린 머신(Supersonic Green Machine)' 콘셉트를 선보였다. 이 항공기는 이착륙 시에 한해 터보팬 모드로 전환되는 가변 사이클 엔진(VCE)을 채용, 연비를 향상시켰으며 엔진 내부에 연소기를 설치해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을 75%나 줄일 수 있다.

노스롭 그루먼 모델명 미정
특히 역 V자형 꼬리날개와 그 아래에 설치된 엔진은 소닉붐을 거의 없애주는 효과를 낸다. 여기에 송곳처럼 날카로운 디자인이 동체에 부딪치는 공기압의 파형을 완화해 소닉붐을 일으키는 충격파를 감소시킨다. NASA 초음속 프로젝트 책임자인 피터 코엔 박사에 따르면 충격파의 길이와 위치, 상호 간섭을 제어하는 것이 소닉붐 감소의 핵심 설계다.

콩코드는 소닉붐 때문에 육상 상공에서의 비행이 금지됐지만 슈퍼소닉 그린 머신은 그럴 염려가 없다. 지상에서 들을 수 있는 소음은 진공청소기 수준에 불과하다.

'엔진 대신 전기모터' 하이브리드 여객기

목표 이륙시점 2035년

항공기의 제트 연료를 아끼는 최고의 방법은 간단하다. 엔진을 끄면 된다. 물론 엔진을 대신할 대체 동력원이 있다는 전제 하에서 말이다. '슈거 볼트(Sugar Volt)'의 추진시스템은 그 대체 동력원을 배터리팩과 전기모터로부터 얻는다.

동체가 보잉 737 항공기만큼 크고, 항속거리가 3,500해리(6,480㎞)에 이르는 슈거 볼트는 최고의 파워가 필요한 이륙시에는 제트연료와 배터리의 에너지를 모두 사용하지만 순항고도에 진입하면 오직 전기로만 비행한다.

또한 보잉의 엔지니어들은 주 날개의 설계를 변경, 한층 얇고 길게 디자인했다. 슈거 볼트 프로젝트의 수석연구원 마티 브래들리는

이것이 양력 상승과 항력 감소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전폭은 넓어졌지만 접이식이어서

날개를 접고 기존 탑승게이트의 활용이 가능하다.

이 같은 설계에 힘입어 이 항공기의 연료 효율은 일반 여객기 평균치보다 55% 뛰어나며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 배출량도 각각 60%, 80% 적다. 게다가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추력이 뛰어나 이륙거리가 짧다. 보잉 737의 경우 최소 1,500m의 활주로가 필요한 반면 슈거 볼트는 1,200m면 충분하다. 때문에 지방의 작은 공항에도 취항할 수 있다.

MIT 연구팀 뭉쳤다 '하늘의 데칼코마니'

목표 이륙시점 2035년

전문 항공기 제작사에 맞서 MIT 연구팀이 디자인한 'D8'은 마치 데칼코마니를 연상케 한다. 동체의 좌우를 반으로 자르면 양쪽이 정확히 일치할 것 같다는 얘기다. 그래서 애칭도 '더블 버블(double bubble)'이다.

캔디 바처럼 넓적한 직사각형으로 동체를 설계, 동그란 모양의 일반 항공기와 달리 동체 자체에서도 추가적인 양력을 발생시킨다. 또한 주 날개를 동체의 밑면 쪽에 배치한 저익(低翼), 날개의 끝으로 갈수록 뒤로 쳐져 있는 후퇴익 형태로 디자인해 항력과 중량을 최소화시켰다. 엔진 역시 고강도 초경량 복합소재로 제작한 UHB(Ultra High Bypass) 터보팬 엔진을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모두 연비 향상에 상당한 도움을 주는 것들이다.

MIT는 D8이 180명의 승객을 태우고 마하 0.74(시속 900㎞)의 속도로 5,560㎞의 거리를 비행할 수 있다며 국제선보다는 국내선 항공기로서 더 큰 효용성을 발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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