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작가 오세린의 '모방과 속임수(Imitation & Deception)'전이 서울 삼청동 갤러리 예담 컨템포러리에서 열린다.
반지나 브로치, 목걸이 같은 장신구에는 자신을 과시하려는 욕망이 담겨 있다. 그것이 값비싼 명품일 경우에는 사회적인 권력과 계급의 표상으로까지 작용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명품의 벽을 뛰어 넘기 위해 복제품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이런 길거리 싸구려 복제품들을 모아 오브제 성격의 장신구를 만든다. 이런 복제품들이 그의 손을 거쳐 재조합되면 매우 독창적인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한다. 그의 작품들은 원본과 복제의 경계마저 허물고, 자본주의 사회의 욕망에 대해 일갈을 고한다. "패션은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있는 상류층의 역사라고 하죠. 늘 위를 향한 모방이었어요. 저는 피라미드의 가장 아래 있는 것들로 새로운 것을 만들면서 이 정의를 무너뜨리고 싶어요."
그의 작업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반짝거리며 화려한 형태를 가지고 있는데, 그 속에는 역설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값비싼 보석이 잔뜩 세팅돼 있는 줄 알았던 반지를 자세히 보면, 싸구려 가짜 큐빅과 반쯤 잘려나간 용 머리, 길거리에서 파는 곰돌이 모양 액세서리, 짝퉁 루이비통 마크까지 수십 개의 요소가 뒤섞여 한 몸이 되어 있다. 그의 작업들은 형태가 지나치게 복잡해 기술적으로도 원본 이외의 복제가 불가능하다. 복제품들을 모아 작업한 작품들이지만 오히려 오리지널의 특징이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홍성필기자 sph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