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물리학 분야에서 새로운 발견이나 진전이 이루어졌을 때, 신문지상에 단골로 등장하는 중성미자, 쿼크, 블랙홀 등의 단어를 보고 생소하게 느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신간 <보이지 않는 세계>는 이처럼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던 물리학의 세계를 알기 쉽고 친근하게 설명한 책이다. 딱딱한 과학서적일 것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한번 읽기 시작하면 흥미로운 물리학의 세계에 금세 빠져들게 된다.

최근 연이어 일반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과학 저술을 내놓고 있는 이론물리학자 이강영 박사가 오직 현대 물리학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세계의 이야기를 담았다. 원자, 중성미자, 쿼크를 지나 블랙홀, 암흑물질, 다른 차원까지, 현대 물리학이 그 존재를 확인한 여섯 주제를 통해 '본다'라는 의미가 새롭게 확장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 책은 보이지 않는 입자 물리학의 세계를 다루며 크게 3부로 구성된다. 1부는 보이지 않았던 세계를 기구를 통해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주었던 두 세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너무 작아서 볼 수 없던 작은 세계는 현미경이라는 발명품을 만든 사람들을 통해 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너무 멀리 있어서 볼 수 없었던 바깥 세계는 망원경을 통해 볼 수 있게 되었다.

2부에서는 현미경으로 볼 수 없는 더 작은 세계를 다룬다. 원자, 중성미자, 쿼크가 그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이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에, 더 작은 세계가 존재한다고 믿었던 과학자들은 이론의 벽과 함께 자신의 고독과도 싸워야 했다.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나노튜브의 사진
3부에서는 망원경을 통해서도 볼 수 없는 더 바깥 세계를 다룬다. 블랙홀, 암흑물질, 다른 차원을 통해 21세기 현대 물리학이 다루고 있는 최신 연구 성과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우리가 마냥 어렵게만 느꼈던 현대 물리학이라는 학문을 수식 없이 역사와 인물을 통해 유려한 문장으로 풀어나간다. 어려운 개념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은 그 분야의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힘일 것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쓰러지기나 도망가지 않기를, 그래서 카프카의 말을 빌려 이 책이 '우리 안에 있는 얼음 바다를 깨는 도끼'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강영 지음. 휴먼 사이언스. 1만8,000원.



홍성필기자 sph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