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벨은 중국과 미국에서 행해진 방대한 조사와 연구의 결과를 토대로 동물성 단백질의 과다한 섭취에 대해 경고하며, 식물성 영양분의 섭취를 늘릴것을 주문하고 있다.
1970년대 초반, 암에 걸려 생명을 잃어가고 있던 중국의 최고 권력자 주은래(周恩來) 총리가 자신의 질병에 관한 정보를 모으기 위해 방대한 규모의 전국적인 조사를 벌인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는 2,400개 지역과 당시 중국 전체 인구의 96%에 해당하는 8억8,000만명을 대상으로 12종류의 암에 대한 사망률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조사에 참여한 인원만도 65만명이나 되었던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생의학 연구 프로젝트였다.

그 결과는 놀라운 것이었다. 주요 암의 지역별 편차가 무려 100배나 되었던 것이다. 당시 영양학 분야에서 명성을 쌓고 있던 콜린 캠벨 박사는 중국은 유전적인 면에서 동일한 편이므로 이런 차이는 환경적인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캠벨 박사는 중국의 최고 전문가들과 역학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옥스퍼드의 리처드 페토 교수 등을 영입해 세계 최고의 연구팀을 구성했다. 이것이 냉전시대 미국과 중국 사이에 처음으로 시도된 공동 프로젝트다. 양적으로나 질적인 면에서 역사상 가장 치밀하게 이루어진 이 차이나 프로젝트를 뉴욕타임스는 '역학의 그랑프리'라고 명명했다.

캠벨이 수행한 는 <건강ㆍ음식ㆍ질병에 관한 오해와 진실>이란 이름으로 이미 한국어 초판으로 선보인 바 있다. 원서에 실린 상세한 연구결과들이 과감히 생략되고 결과의 의미만이 실린 한국어 초판의 아쉬움을 달랠 개정판이 이의철 베지닥터 사무국장의 감수를 거쳐 <무엇을 먹을 것인가>란 이름으로 출간됐다.

이 책은 특히 단백질과 암 발생의 관련성을 충실히 전달하고 있다. 캠벨이 수행한 연구의 결론은 단백질이 암 발생을 켰다 껐다 하는 '암 발생의 스위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는 단백질을 섭취 칼로리의 10%를 넘게 섭취할 경우 암 발생이 증가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인체 필요량의 2배에 해당하는 10~15%의 단백질 섭취를 권고받고 있다. 캠벨은 학계, 의료계, 정부가 어떻게 축산업계의 입김에 영향을 받게 되는지 본인의 경험을 통해 구체적인 상황들을 예로 보여주며, 동물성 식품의 섭취를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콜린 캠벨 지음. 열린과학. 2만원.



홍성필기자 sph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