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의 울루루 감상
울루루는 호주 중부의 끝없는 모래사막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거대한 바위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빛이 변하는 엄청난 덩치는 수만 년 동안 원주민의 성지였고 그 세월을 뛰어 넘는 짙은 사랑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울루루는 지구의 배꼽, 세상의 중심이라는 수식어를 늘 달고 다닌다. 길이 3.6㎞에 높이 348m인 세계 최대 바위의 둘레는 10㎞에 달한다. 그나마 육중한 몸의 3분의 2가 모래 속에 파묻혀 있다.

일본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배경이었던 울루루는 일본 연인들이 방문하고 싶은 인기 여행지로 꼽힌다. 이곳에서 유독 달뜬 얼굴의 일본 청춘들을 여럿 만나게 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내 재를 울룰루의 바람 위에 뿌려줘. 그리고 너는 너만의 시간을 살아줘."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에서)

울룰루에서 영원을 약속하는 젊은 연인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헤드폰을 끼고 '셀카'를 찍거나 눈물로 얼굴을 적시는 여인을 보게 되는 것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그들은 자신의 현실에서 수만km 떨어진 울룰루로 달려와 가슴 뭉클한 감동에 어깨를 기댄다.

사막 위에 들어선 호텔
백혈병으로 죽어간 소녀의 영화 속 사연이 아니더라도 울루루는 덩치만큼이나 큰 전율이다. 바위는 수억 년 세월 동안 풍화와 침식을 거치며 온몸에 굴곡과 생채기를 만들어 냈다. '그늘이 지난 땅'. 원주민의 말로 울루루는 그런 의미를 지녔다.

하루에도 수십 차례 색이 변하는 덩치

거대한 덩치인 울루루의 숨은 매력은 변화무쌍함에 있다. 한낮에 갈색 거인이던 바위는 해가 뜰 때 회색이었다가 붉은색으로 변하며 바위에 새겨진 흉터를 드러냈다가 검은색으로 스러져간다.

그 변덕스러운 모습을 보려고 관광객들은 해 뜨기 전부터 숙소를 나서고 해질 무렵까지 자리를 뜨지 못한다. 빛과 자연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신비로움은 단순히 매혹적이라거나 아름다운 것 이상의 의미가 숨겨져 있다.

바위는 그 자체로 인간의 삶과 오랜 애환을 담아낸다. 곳곳의 벽화에서 드러나듯 울루루는 원주민의 삶터였을 뿐 아니라 죽은 이의 혼령을 모시는 상징적인 장소였다. 바위에 난 흠집들은 이곳 원주민인 애버리지니가 성스러운 곳으로 여겨 사진촬영조차 금지하는 곳이다.

사운드오브 사일런스 체험
사랑, 죽음이 던져주는 거대한 모티브에 대해 사람들은 끝없는 호기심을 던진다. 그 호기심을 주체 못해 쇠줄을 잡고 개미처럼 달라붙어 정상에 오르기도 한다. 정상에 오르면 사막과 주위의 모든 것들이 울루루를 경배하는 듯한 모양새다.

울루루 관광의 하이라이트는 정상에 오르는 것이지만 이곳 원주민은 입구에 '신성한 울룰루에 오르지 말아 달라'고 적어놓고 있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원주민의 성지

울루루에서 여러 이색 투어도 진행된다.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sound of silence)'라는 체험 때는 황량한 사막에 탁자를 놓고 촛불을 켠 채 울루루를 감상하며 사막이 전해주는 고요함과 와인처럼 검붉게 변해가는 울루루를 음미하게 된다.

원주민의 전통악기인 디제리두의 연주가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울루루가 암흑 속에 숨으면 사막 위 밤하늘을 수놓은 별자리를 보며 커피 한잔을 마신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자리를 뜨는 사람들은 모두 눈 속에 초롱초롱한 '별' 하나씩을 담고 있다.

울루루에 새겨진 벽화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사막을 질주하며 울루루를 감상하는 스피드 투어도 이색적이다. 최근에는 울루루의 변신을 감상하며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숙소도 사막 한가운데 들어섰다. 신혼부부들은 이 숙소 안에서 두문불출 며칠을 묵으며 울루루의 감동을 되새기기도 한다.

울루루와 쌍벽을 이루는 카타추타 골짜기를 둘러보는 것도 놓칠 수 없는 코스다. 카타추타는 바위 한 개가 36개로 조각난 모습을 지녔는데 역시 원주민의 성지 중 하나다. 카타추타는 '머리가 많다'는 의미를 지녔는데 원주민들은 조각난 바위에서 사람 머리군을 연상해냈다.

수십km 떨어져 있으면서 하나의 국립공원을 만들어낸 두 개의 바위는 석양이 물들 때면 하나는 가까이서, 또 다른 하나는 멀리서 큰 감동을 전해준다. 울루루는 카타추타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여행메모

가는 길=한국에서 시드니를 경유해 울루루로 들어갈 수 있다. 시드니 울루루간 3시간30분 소요. 공항에서 숙소가 밀집돼 있는 리조트단지까지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울루루에 일단 도착하면 국립공원 관리소에서 주의사항을 전달받은 뒤 출입허가서를 받아야 한다. 각 호텔에서 일출·일몰을 보는 프로그램에 관한 참가신청을 받는다.

기타정보=울룰루 리조트단지의 숙소는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단지 내에 슈퍼마켓도 있으며 다양한 자료를 보유한 문화센터도 자리잡았다. 캠핑족을 위한 캠핑장과 백패커용 숙소도 있다. 울루루에 간다면 일출·일몰 때 진행되는 사막식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색다른 체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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