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Psyㆍ본명 박재상)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한국가수로는 최초로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조회 수 1억 건을 돌파해 화제다. 그동안 가장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 뮤직비디오는 걸 그룹 <소녀시대>의 'Gee'가 3년에 걸쳐 기록한 8,400만 건이었다. 싸이는 단 50여일 만에 조회 수 1억 건을 돌파했다.

과거 마카로니 춤과 <원더걸스>의 텔미 춤이 그랬듯 싸이의 '말 춤' 또한 패러디 광풍으로 이어지며 그 열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언론의 반응도 뜨겁다. 국내외 언론은 일제히 그의 신드롬을 분석하느라 정신이 없다. 금년 7월 15일 싸이의 6집 <싸이6甲 Part.1>이 발표되며 음원차트를 '올킬'했을 때만 해도 잠시의 광풍 정도로 생각했는데 전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지금의 신드롬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놀라운 현상이다.

미니 앨범 규모인 싸이 6집은 '강남스타일'외에도 '청개구리', '뜨거운 안녕', '77학개론', '어땠을까', '네버 세이 굿바이'등 총 6곡이 담겨 있다. 모든 노래에는 지드래곤, 리쌍, 성시경, 윤도현, 박정현, 김진표 같은 유명가수들이 피처링에 참여했다. 타이틀 곡 '강남스타일'은 싸이가 직접 작사, 작곡한 창작곡이다. 여름을 상징하는 엽기 '인어 싸이'가 그려진 앨범 커버도 위트가 넘친다. 앨범 타이틀은 인터넷에서 '최고'라는 의미로 쓰이는 '甲(갑)'자를 이용해 6곡이 수록된 6집의 개성을 싸이스럽게 표현했다.

싸이가 국내 팬들을 넘어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비결이 무엇일까? 우선 계층을 초월하는 웃음 코드를 언급해야 된다. 또한 쉽고 단순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복고풍 '말 춤'의 코믹하면서도 성적인 코드의 절묘한 결합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싸이는 멋지고 섹시한 남성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배나온 30대 아저씨 가수 싸이의 외모와 말 춤에 대중은 이례적으로 열광하고 있다. 성적 상징성이 강한 말을 춤으로 표현하고, 채찍을 휘두르며 펄쩍펄쩍 뛰는 전혀 멋있거나 강인해 보이지 않는 그의 모습에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은 디지털시대의 결핍이 불러온 완벽한 역설의 미학이다.

전 계층 즐기는 콘텐츠

이처럼 전혀 고급스럽지 않고 코믹하고 친숙한 'B급 정서'를 비롯한 다양한 흥행 코드가 하나로 녹아 든 '강남스타일'은 전 계층이 즐길 수 있는 명품 콘텐츠로 탈바꿈했다. 사실 말 춤은 1980년대 말에 강남의 나이트클럽에서 크게 유행했던 춤이다. 1990년대 신세대문화 태동 이후 '강남'은 대한민국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상징적 공간이 되었다. 유행을 선도했던 당시의 이미지에서는 빗겨났지만 강남은 여전히 한국인이 선망하는 부촌의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비주얼적으로 '강남'과 거리가 멀고, 아이돌도 아닌 35살 유부남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지금의 현상은 논리적으로 설명하기가 힘들다. 여하튼 이 노래는 2012년 여름 시장을 완전 석권했다.

그나저나 강남스타일은 어떤 것일까? 노래가사를 살펴보면 낮에는 따사로운 인간적인 여자, 커피 한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 있는 여자, 밤이 오면 심장이 뜨거워지는 여자, 그런 반전 있는 여자이면서 정숙해 보이지만 놀 땐 노는 여자, 이때다 싶으면 묶었던 머리 푸는 여자, 가렸지만 웬만한 노출보다 야한 그런 감각적인 여자가 강남스타일이다. 남자의 경우는 낮에는 너만큼 따사로운 그런 사나이, 커피 식기도 전에 원샷 때리는 사나이, 밤이 오면 심장이 터져버리는 그런 사나이, 점잖아 보이지만 놀 땐 노는 사나이, 때가 되면 완전 미쳐버리는 사나이, 근육보다 사상이 울퉁불퉁한 사나이가 지금의 강남스타일 남자다.

강남스타일은 스타일리시한 패션이나 고급스런 생활 양태를 지칭하기보단 열심히 사는 자신이 바로 강남스타일이라고 생각하는 '공감대'로 여겨진다. 결국 열심히 일하면서 놀 땐 확실하게 노는 게 바로 강남스타일이다. 또한 '오빤 강남 스타일'이라는 노랫말이 노래 가사를 알아듣지 못하는 일부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오픈 콘돔 스타일'로 들리는 환청작용까지 발휘하며 섹시 흥행코드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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