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정모씨와 첫 아이를 안고 단란했던 때.
가왕(歌王) 나훈아(본명 최홍기)는 여전히 톱스타다. 관련 소문들이 아직도 끊이질 않는 걸 보면 그렇다. 최근에는 그가 '잠정' 은퇴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여기에 나훈아의 이혼소송이 마무리 될 것이라는 소식이 더해지면서 그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나훈아는 지금까지 그러했듯이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최근 가정법원은 나훈아와 그의 아내 정모씨에게 이혼에 관한 판결선고기일통지서를 송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에 따르면 양측은 지난 8월 13일 열린 조정 기일에 출석했으나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그래서 재판부는 10월 11일 오전 선고를 내릴 계획이다.

정씨는 지난해 8월경 "정상적인 부부생활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나훈아에 대해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정씨 측에 따르면 정씨와 나훈아는 1985년 결혼해 슬하에 1남1녀를 뒀지만, 나훈아가 가정에 소홀히 해 자녀들은 거의 정씨 혼자 키우다시피 했다는 것이다. 정씨 측은 "더 이상 결혼생활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나훈아 은퇴 정말 할까?

마지막으로 모습을 비쳤던 2008년 기자회견 당시.
지난 8월 중순경 나훈아가 괌으로 출국해 활동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괌에 머물고 있는 이유는 지인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측근들에 따르면 나훈아의 이번 출국은 단순 해외 나들이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나훈아는 그동안 머물러 왔던 경기도 양평의 집이 외부에 노출된 이후 주변 사람들에게 "사생활이 노출돼 불편하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나훈아가 실제로 양평에 거주했는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그가 양평 자택에 모습을 내비치는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나훈아가 사생활 보호를 위해 겉으로는 양평에 거처를 두고, 실제로는 서울 모처에서 지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2007년 소위 '아랫도리' 기자회견 이후 나훈아가 공식석상에 모습을 내비친 것은 지난 3월 말 전 소속사 대표 윤모씨의 아들 결혼식장이 전부다. 그 이외에는 늘 잠행이었다.

그래서 나훈아가 현재 괌에 있는지, 한국에 머물고 있는지 조차 사실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나훈아는 올해 들어 거의 국내에 머물지 않았다고 한다. 철저하게 외부와 연락을 차단한 것이다. 다만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가 지난 3월에 보름 안팎 일정으로 일본과 괌을 다녀왔으며, 4월 중순부터 6월 초까지 일본에 머물렀고, 8월 중순경 또 출국했다는 정도다.

가요계 주변에선 나훈아의 이혼 소식이 전해진 시점을 두고 공교롭다는 평도 나온다. 나훈아는 과거 잠적하기 직전, 공연을 기획하다 불륜스캔들이 터지는 바람에 취소한 전력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나훈아 가요계 데뷔 45주년 기념' 공연을 통해 과거를 잊고 가요계로 컴백하려던 계획이 아내와의 이혼 소송에 휘말려 백지화됐다는 후문이 나돌고 있다.

1970년대 쌍벽이었던 나훈아(왼쪽)와 남진.
여하튼 이혼소송 문제가 알려지면서 나훈아는 더 꽁꽁 숨어버렸다. 유명인사가 그러듯 나훈아는 정씨와의 이혼 및 재산 분할 소송 조정 기일에도 변호인을 대리 출석시키는 등 모습을 완전히 감췄다.

나훈아 가요계 데뷔 45주년 기념 공연이 사실상 물건너 가면서 나훈아를 잘 아는 주변인들 사이에서는 "나훈아가 은퇴를 선언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는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나훈아의 한 측근은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이 측근은 "이번 이혼소송은 나훈아에게 큰 충격을 준 것 같다"며 "그동안 무의식중에 가정이라는 존재에 의지한 면이 없지 않았는데 가정이 아예 없어질 상황에 놓이자 정신적으로 많이 힘든 모양"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은퇴설에 대해서는 "활동을 하지 않은 게 1~2년이 아닌데 새삼스럽게 은퇴라고 할 게 뭐 있나"며 "활동이다 은퇴다 선을 긋지 않고 나오고 싶을 때 나오는 게 나훈아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나훈아의 공식 은퇴선언은 영원히 없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복귀한다면 시점은 언제

그렇다면 나훈아는 언제쯤 무대위에서 볼 수 있을까? 다행스럽게도 복귀 여부를 다양하게 타진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최근까지 괌에 칩거하면서 복귀 여부를 타진했다는 것이다. 특히 나훈아가 괌에 머물면서 음악 작업에 몰두했다는 이야기는 더욱 고무적이다. 음악활동을 접을 생각이라면 음악작업에 몰두했을 리 없다는 게 주변인들의 분석이다.

나훈아의 또 다른 측근은 "나훈아가 아예 거처를 외국으로 옮겨 해외에서 활동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봤다"며 "나훈아는 가족들이 외국에 있어도 고집스럽게 국내에 머물렀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거처를 외국으로 옮기겠나. 그는 음악적 영감을 한국땅에서 얻는다"고 말했다.

측근들의 말을 종합하면 나훈아는 외국생활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고 수입원도 국내에 있기 때문에 해외에 장기체류 한다는 것은 뜬소문이라는 것이다.

나훈아는 부산 A호텔 ○○나이트클럽의 지분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나훈아는 부산뿐 아니라 여러 곳의 사업에 지분참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활동을 접을 것이라는 말도 있는데 내가 알기로는 사실무근인 루머"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다른 질문에 대해서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나훈아는 이번 이혼소송이 마무리되면 다시 복귀 시점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소송 잡음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한동안 잠행은 불가피해 보인다.

가요계 한 인사는 나훈아의 잠행에 대해 "나훈아가 의도적으로 잠행을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나훈아가 주변인들에게 '무대에 설 자신이 없다. 제대로 된 음악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며 "나훈아에게는 아직도 시간이 필요한 것같다"고 말했다.

남편 부정행위냐 아니면 재산 문제냐
■ 부인 정씨, 뒤늦게 이혼 소송한 이유는?

나훈아의 이혼소송 문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지금까지 침묵해 온 아내 정모씨가 이혼을 결심한 배경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정씨는 파경의 이유로 "나훈아의 부정 행위와 악의적인 유기"를 주장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씨는 왜 진작에 이혼을 결심하지 않았는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정씨는 "자녀문제 때문에 참았다"는 입장이지만, 나훈아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정씨로 상징되는 가정과는 멀리 떨어져 생활해와 새삼스럽게 들린다.

또 하나, 정씨는 이혼을 요구하는데 나훈아가 극구 반대하고 이상한 현상(?)이다. 나훈아는 지금까지 여러 번 결혼과 이혼을 반복해 왔다. 그 과정에서 그가 상대의 이혼 요구에 버텼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왜? 이번에는 버티는 것일까. 그 배경을 두고 여러 추측과 분석이 난무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자녀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수록 자녀들에 대해 애착을 갖게 마련인데, 이혼할 경우 아내뿐만 아니라 자녀 모두와 연결고리가 끊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나훈아의 가정관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나훈아는 가정에 큰 집착을 가지지 않는 인물"이라고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후자쪽은 "나훈아가 가정에 애착이 없는 게 아니라 자신의 사생활 노출을 극도로 꺼리기에 가족들을 외국에 내보낸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정씨가 이혼소송을 제기한 것은 나훈아가 가정을 지키지 않아서가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낳는다.

정씨는 소장을 통해 "아버지와 남편으로서의 의무를 저버리고, 연락이 닿지 않았다. 나훈아에게 휴대폰이 없어서 식구들을 통해 연락을 하라고 했다. 또한 나훈아가 가정생활에 충실하지 못했고 부정행위를 저질렀으며, 2007년 1월부터는 생사가 불분명할 만큼 3년 이상 연락이 안 됐다. 2007년 이전에도 남편과 관련된 루머로 괴로워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누적돼 있는 상황에서 터져 버렸다"고 이혼사유를 밝혔다.

그러나 나훈아 측은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나훈아 측은 "아들의 연락처도 있고 평소에도 연락을 취해왔다. 가수라는 특별한 환경이 있었고 악의적인 루머가 돌면서 잠시 힘들어서 그랬을 뿐, 아내가 이혼을 준비한 것부터가 이해할 수 없다. 2007년 당시는 나훈아가 안 좋은 일을 겪으면서 정신을 추스르기 위해 가수 활동을 쉬고 싶어 했던 시기다. 2007년 이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정씨가 청구한 위자료 부분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초대형 톱스타의 위자료치고 너무 적은 액수라는 것. 양측의 이혼 소송에 금전적인 문제가 크게 작용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나훈아는 재산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잠적 사건 이후 나훈아의 재산이 알려진 것 보다 많지 않으며 여러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많이 줄었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정씨는 이혼 소송과 함께 11억 원 상당의 부동산 가처분 신청을 냈다. 나훈아 소유의 한남동 주상복합 아파트와 양평군에 위치한 토지 및 건물 소유권에 대해서다. 정씨 측은 재산분할 대상에 예금과 부동산에 이어 저작권료까지 포함시켰다. 나훈아의 부동산 재산은 총 43억 원이지만, 이 중 22억 원은 근저당이 설정돼 있어 실제 부동산 재산은 약 21억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의 요구에 대해 나훈아 측은 수십억이 정씨에게 넘어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줄만큼 줬다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과거 "남자는 돈 없이 살 수 있어도 여자는 돈 없이 살 수 없다"며 전 재산을 위자료로 준 나훈아의 이미지와 배치된다. 나훈아는 과거 수차례 이혼 과정에서 재산문제에서만큼은 비교적 신사적인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정씨 측은 겨우 집 한 채와 500만 원 상당의 예금만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나훈아 측은 정씨의 금융 계좌를 공개하라고 주장하고, 정씨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어 이들의 재산 다툼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나훈아의 명성에 비하면 20억원이라는 돈이 결코 큰 돈은 아니다. 또 이 돈을 못 주겠다며 통장 공개를 요구하는 것도 나훈아 답지 않다는 말이 적지 않다.

나훈아-남진 역대 라이벌 2위
■ KBS 해피 FM 설문조사
최고 라이벌은 H.O.T-젝스키스

나훈아와 남진이 가요계 역대 최고 라이벌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KBS 해피 FM에서 방송되는 '즐거운 저녁길 이택림입니다'가 지난 8월 2~27일 홈페이지 방문자 802명을 대상으로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가요계를 움직인 최고 라이벌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다.

나훈아-남진은 1970년대 전설적인 라이벌이다. 전남 목포의 부유한 집안 출신인 남진과 부산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나훈아는 '도회적인 매력'과 '편안한 인상'이라는 이미지로 강력한 대결 구도를 형성했다.

팬들의 경쟁도 심했다. 1972년 나훈아가 한 나이트클럽에서 괴한이 휘두른 맥주병에 맞아 큰 부상을 입은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양측 팬들은 서로 의혹을 제기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갔다.

'최고의 라이벌'1위에는 H.O.T와 젝스키스가 올랐다. 양 그룹은 각각 1996년과 1997년에 데뷔해 국내 아이돌 그룹 시대를 연 '신화적인' 인물들이다. 대형 공연이 펼쳐질 때면 관중석에는 H.O.T의 팬을 상징하는 흰색 풍선과 젝스키스의 팬을 상징하는 노란색 풍선이 가득 차는 등 대결 구도는 공연장 안팎을 뜨겁게 달궜다. 팬들은 또 가요 프로그램 공개 방송이 끝난 뒤 방송국 주변에서 서로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멤버 수도 H.O.T가 5명, 젝스키스가 6명으로 엇비슷했다.

'최고의 라이벌' 3~5위는 '태진아-송대관', 'SES-핑클', '신승훈-김건모' 순이었고 6~10위에는 '신화-god', '울랄라세션-버스커버스커', '이미자-패티김', '동방신기-빅뱅', '강수지-하수빈'이 각각 이름을 올렸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