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ter Lily Pond with Reflections, 147.32x214.63cm,Screenprinted enamel on stainless steel, painted aluminumframe, 1992 ⓒEstate of Roy Lichtenstein/SACK2012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는 대중문화 속 이미지를 미술영역에 적극적으로 수용해 새롭게 재맥락화한 20세기 팝아트의 대표 작가 로이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 1923-1997)과 팝아트가 미술사의 중심에 있던 1960년대 '팝아트의 복제'로 또 다른 화두를 던진 리차드 페티본(Richard Pettibone, 1938~)의 개인전을 각각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페티본의 국내 첫 개인전이자, 모네의 '수련'을 재해석한 리히텐슈타인의 '수련'연작 10점이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자리이다.

근래 '행복한 눈물'로 유명세를 치르기도 한 리히텐슈타인은 신문, 잡지, 광고 등 대중문화와 소비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매스미디어 이미지와, 특히 만화 형식을 차용해 당대 시대상을 표현한 작품으로 친숙하다. 그는 또한 기존 미술사에서 차용한 이미지를 독특한 복제 방식인 망점과 형태의 조형적 단순화를 통해 재현하기도 했다. 이는 작품 안에서 일정한 방식과 규칙에 따라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원본의 차용이 아닌 작가만의 또 다른 원작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1980년대 전위예술의 개척자 중 한 명으로 불리는 페티본은 이미 팝아트가 미국미술을 주도하던 60년대, 앤디 워홀의 작품을 복제하며 '차용과 복제'에서 더 나아간 '재차용과 재복제'로 당대 포스트모더니즘적 성향을 극단적으로 보여준 작가다. 1962년 워홀의 첫 개인전에서 처음으로 팝아트를 접한 페티본은 예술이 아니라며 비난받던 워홀의 작품을 복제하기 시작한다. 그는 '차용과 복제'로 인한 작품의 원본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대신, 오히려 그 지점에서 '차용과 복제'가 난무하던 당시 미술계를 향해 원본성에 대해 반문했다. 하지만 그는 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기 보다는 오히려 기존 작가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시대의 담론에 대한 상호 비평의 기회를 만들고자 했다.

이번 전시는 두 작가의 만남을 통해 당대 미국 문화를 반영하며 미술영역의 확장에 기여한 그들의 작품 경향을 작품에 내재된 시대적 가치와 함께 되짚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10월 14일까지 전시. (02)720-1020



홍성필기자 sph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