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오르는 것은 정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각자의 본성을 마주하는 행위다.
'왜 산에 오르는가'라는 물음에 '그 산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라고 답한 산악인 조지 맬러리의 선문답 같은 명언은 아직도 유효할까? 대답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지금 우리들은 정상의 노예가 되기를 강요하는 세상에 물음표를 던지지 못하고, 산에서도 일상의 무게와 싸우고 있다. 우리는 왜 산에 오르는 것일까. 산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바로 이러한 질문의 답으로서 등산잡지 기자 출신인 김선미씨가 <외롭거든 산으로 가라>를 펴냈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저자가 지난 10년 동안 산을 통해 만난 인연들에 대한 기록과 통찰을 한 권의 책으로 담아냈다.

이 책은 우리나라 대표 산악인들과 그들이 읽고 쓴 책, 삶을 연결해 타인에게 무임승차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가는 모습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울림을 준다. 또한 등산이란 행위의 의미를 되짚으며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에베레스트 원정대장이자 산악계 원로인 김영도부터 인류 최초 산악 그랜드슬램을 달성했지만 2011년 안나푸르나에서 실종된 박영석, 뼈가 뭉개지고 손발에 동상이 걸린 채 72시간의 사투 끝에 베이스캠프로 살아 돌아온 조 심슨까지 삶 자체가 하나의 드라마인 산사람들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들려준다.

이 책은 온몸으로 자신만의 길을 걸어간 등산인들의 족적을 통해 인생에서 소중한 것만 남기고 불필요한 것은 버릴 수 있어야 하며,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고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소리 없이 품어줄 수 있는 산처럼 산을 오르는 것은 정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각자의 본성을 마주하는 행위라고, 그러니 남과 경쟁하지 말고 자신의 속도로 인생을 오르라고 말한다.

짧은 근대등산의 역사 속에서도 히말라야 14좌 완등자를 여럿 배출하고 인구 대비 가장 많은 등산인 수를 자랑하는 우리의 외적인 성장에도, 아직까지 튼실한 산악문학의 맥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시점에서 발간된 이 책은 인간의 모험과 도전, 자기인식의 극한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삶의 의미와 도전정신을 성찰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유용한 저술로 평가된다. 김선미 지음. 해냄출판사. 1만4,000원.



홍성필기자 sph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