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on Kwak, Van Gogh, 5 1/2 x 4 1/2 ' (167.64 x 137.16cm), Acrylic on canvas, 2011
동양의 정신세계를 담아내는 작업으로 미국 화단에서 주목받고 있는 곽훈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예화랑에서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의 부제는 '1890년 7월, Vincent van Gogh'.

곽훈은 1995년 한국인 최초로 베니스 비엔날레에 초대돼 옹기 설치 작업을 선보이기도 했다.

작가는 같은 예술가의 관점에서 고흐의 생애 마지막 순간을 경의의 대상으로 삼아 작업을 했다고 한다. 예화랑 개인전을 준비하며 고흐에 관한 텍스트를 새롭게 접하면서 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화면 가득히 크게 그려진 얼굴 형상에는 윤곽만이 존재할 뿐 눈, 코, 입 등의 형태는 알아 볼 수 없다. 그 위로 겹겹이 쌓인 다양한 물감들의 색의 파편들은 숨어있던 보석이 빛을 발하듯 조용히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구체적인 재현보다는 무수히 많은 선과 나이프로 긁어댄 흔적 아래에 다양한 색채와 인물의 형태를 품고 있는 갈색조의 화면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작가는 형상적 존재가 찬란한 우주임을 일깨워주고 있다. 이것은 작가가 지금까지 해왔던 작업과 같은 선상에서 우주의 끊임 없는 운행, 태양과 빛의 근원을 상징한다. 화면 가득 칠해진 역동적인 선의 움직임 속에서 우연히 그어진 것처럼 빛나고 있다. 어떤 특별한 의도나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전개되는 하나의 과정으로 대상이 존재할 뿐이라는 작가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Hoon Kwak, Untitled, 5 1/2 x 4 1/2 ' (167.64 x 137.16cm), Acrylic on canvas, 2011
미술평론가 임두빈이 전시글에서 밝힌 것처럼 작가는 그의 그림 '빈센트 반 고흐'를 통해 그 자신의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무수히 많은 선들과 겹겹이 쌓은 울퉁불퉁한 물감들을 통해 창조의 열정, 살아있는 모든 것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현시대의 예술가가 지난 시대를 먼저 살다간 예술가에 대한 경의를 표한 (homage) 이번 전시에는 총 40여점이 전시된다. 10월 12일~11월 8일 전시. (02)542-5543



홍성필기자 sph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