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정 원장
"학생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습니다. 클래식기타를 잠시 배웠지만, 남 앞에서 연주할 정도는 아닙니다. 하하."

다소 길고 컬이 들어간 헤어스타일, 차분하고 나지막한 목소리. 최근 무료 문화봉사 활동을 열정적으로 펼치고 있는 리젠메디컬그룹 김우정 대표 원장의 첫인상은 예술가를 떠오르게 한다. 성형외과 전문의지만 최근 김 원장은 강남역 일대의 문화지도를 바꿨다는 평을 받는다.

서울 신논현역에 리젠타워를 만든 지 6개월여 만에 의욕적으로 무료 문화사업을 벌이고 있다. 매달 둘째·넷째 토요일에는 1층 커피숍 카페 도로시에서'도로시 데이'라는 이색 공연을 연다. 록밴드 심전무를 주축으로 인디 밴드에게 연주의 장을 제공해주고, 젊은이들에게는 문화의 향기를 전달한다. 카페의 창을 열고 행인까지 관객으로 끌어들이는 풍경은 마치 유럽의 거리처럼 보인다. 9월에는 소울스타의 미니콘서트도 열었다.

수준높은 연주회도 갖고 있다. 12일 기타리스트 타미 김의 미니 콘서트, 13일 재즈 색소포니스트 신현필 단독 앨범 '누스트림(Nu-Stream)'발매 기념 미니 콘서트 등이 잇따라 개최되었다. 재즈 색소폰 연주자 신현필은 버클리 음대에서 연주ㆍ작곡을 전공했다. 웅산밴드, 박주원밴드, 서영도일렉트릭앙상블, 찰리정밴드 등으로 활동하며 자신의 밴드 누스트림으로 활동 중이다. 재즈계의 대부 신관웅, 컨템포러리 재즈 기타리스트 하타슈지 콰르텟 등이 출동한 사단법인 한국 재즈 협회와 함께 하는 문화 나눔 콘서트도 가졌다. 강남의 거리를 걷는 젊은이들에게 수준 높은 연주회장과 같은 음악을 선사하는 셈이다.

"진료를 보고 있을 때 '쿵쾅 쿵쾅'울리면 '1층에서 공연을 하는구나'알죠. 병원에서도 커피 기부를 하고, 오가는 사람 누구나 음악을 듣고…. 도로시 데이는 일종의 힐링이라고 봅니다. 사회를 건강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일은 의료분야나 문화분야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김 원장은 심지어 리젠타워 내에 밴드연습실 시설도 만들어놓았다. 공동대표인 이석준 대표원장과 의기투합한 결실이다. 연습실을 빌릴 자금이 없는 인디밴드를 위해서다. 어떤 밴드든 이용할 수 있다. 벌써부터 입소문이 나 오전부터 연습실이 북적거린다. 뿐만이 아니다. 오페라단의 창단도 지원사격하고 있다. 5일 홍정희 오페라단 창단공연을 후원했고, 11일에는 카페 도로시에서 나눔콘서트를 가졌다.

"제가 의사를 하는 이유도 사람들에게 건강한 아름다움을 선사하기 위한 것이거든요.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의료기술이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저희가 재능으로 의료기부를 하듯, 문화에 열정적인 분들을 돕는 거죠."

시종일관 수줍게 말하던 김 원장은 학창시절 의료봉사 이야기가 나오자 안경 너머 눈을 반짝였다. 매주 무의촌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훗날 사회에 공헌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들을 지금 하나씩 실현해가고 있는 것이다.

"혹시 서울 시내에 의료혜택을 못 받는 분들이 있을까? 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있습니다. 진료비나 약값의 부담으로 병원에 한 번 가기 어려워하시는 분들을 만났습니다. 학생 때라 고급 의료기술을 갖추지 못했지만, 진료를 하며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힘을 내시더라고요. 그때부터 의사로 살아가며 봉사하는 마음을 실현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의과대학 시절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마음이랄까요."

김 원장은 의료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리젠메디컬그룹이 보건소와 손을 잡고 어르신들의 재건성형을 하기도 한다. 성형의 목적이 선천적 후천적 장애에 대한 치료는 물론이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자신감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마음의 치유 효과가 있는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문화 후원 사업은 또 다른 마음의 치유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다.

사실 성형외과는 심미적인 눈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문화적인 자질도 의사에게 필요하다. 의료와 문화가 전혀 관련이 없는 분야가 아닌 셈이다.

"아름다움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환자가 원하는 아름다움을 구현하기 위한 눈이 필요합니다. 마음의 문제가 클 때에는 상담을 통해 설득을 하는 경우도 있고요. 최근에는 중국은 물론 호주나 독일에서까지 일부러 찾아오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럴 때는 뿌듯하고 한류의 영향력을 생각하게 되죠. 사실 의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국가브랜드가 강하지 않다면 해외에서 의료수준을 신뢰하지 않을 수 있거든요. 문화는 그만큼 중요합니다."



이재원기자 jj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