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분을 활용해 친환경 비료를 생산하는 사회적 기업이 탄생한다. 사진은 서울경마공원 마방에서 경주마들에게 사료를 주고있는 모습. 한국마사회 제공
KRA한국마사회(회장 장태평)는 9일 서울경마공원(과천시 소재)에서 축산 폐기물에 불과했던 마분(馬糞)을 친환경 비료로 가공ㆍ판매하기 위한 'KRA 함께하는 에코 그린 팜' 발족식을 가지고 사회적 기업형 사회공헌사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고용 창출, 동반 성장을 위해 공기업이 직접 출자하여 설립되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회적 기업이다. 일본 JRA(중앙경마회)가 수익사업으로 마분공장을 세워 비료로 공급 중인 사례가 있지만 사회적 기업과는 거리가 있는 점을 감안하면 획기적 시도라는 반응을 얻고 있다.

예로부터 마분은 덜 소화된 풀과 함께 양분이 들어있어 다양한 약재로 쓰였고, 심지어 마통차라 하여 차로 끓여 먹을 정도로 자연친화적인 재료이다. 게다가 경주마 마분은 영양적인 측면에서 강점이 크다. 경주마는 매 경주마다 전력 질주를 하기 때문에 고단백 영양식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갖은 정성을 쏟고 있다. 사료에 영양제, 홍삼 가루, 마늘 가루, 종합비타민제를 첨가한 먹이를 끼니 때마다 먹이고, 기호식으로 당근이나 알파파 건초를 줘 체력을 비축하도록 한다. 때문에 질소와 인산, 칼륨 등 유기질 성분을 고루 갖췄고 통풍이 뛰어나 미생물 함유량이 높은 것이 장점이다.

특히, 경주출전 3시간 전에 출주하는 모든 경주마의 혈액을 채취해 사전검사를 하고, 경주 후에도 오줌과 혈액을 채취해 다시 검사를 실시할 정도로 경주마의 약물검사체계가 엄격해 마분에서는 항생제나 중금속 등이 검출되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한국마사회는 장수육성목장에 1,275㎥(386평)규모의 마분공장을 조성했다. 서울경마공원의 1,500마리의 경주마가 일년 동안 배출하는 총 2만톤(서울경마공원 마분 1만5,000톤+부산물 투입 5,000톤)의 마분을 모아 1~2 개월의 발효과정을 거쳐 유기농의 고급 비료로 탈바꿈하게 된다. 다른 가축의 분뇨와 다르게 발효 과정을 거쳐 재생산된 마분비료는 사람이 손으로 만져도 전혀 문제가 없을 만큼 냄새가 없고 깨끗해 도시형 농업에 적합하다.

한국마사회는 고급 유기농 마분비료 생산을 통해 2014년부터는 연간 2억원 정도의 이익을 창출하고, '에코 그린 팜'에 직접 고용되는 인력을 비롯해 텃밭지도사 배출 등 간접 고용까지 합쳐 연간 50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KRA 함께하는 에코 그린 팜'은 경주마 마분을 이용하여 친환경 유기농 퇴비의 생산을 비롯해 양질의 도시농업용 마분상토, 버섯 배지 등을 생산하고, 마분버섯 재배키트, 마분식물 관찰키트 등 마분관련 상품 등을 도시농업 관련 단체와 연계하여 유통하는 사업도 하게 된다. 그 외에도 마분 텃밭지도사 양성, 취약계층 친환경텃밭 보급 등의 사회서비스도 시행해 사회적 기업으로서 가치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KRA 함께하는 에코 그린 팜'은 공기업인 마사회와 민간기업에서 공동 출자하여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되는데 생산되는 마분퇴비는 도시형 농업사업에 집중적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도시형 농업사업에 관심이 있는 지자체와 관련 사업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홍성필기자 sph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