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창홍 '아리랑 - Arirang'전격변의 시기 결혼식·동창회 등 시대의 순간 그려눈 감은 등장인물들 자기 내면 깊게 바라보게

oil, drawing ink, mixed media on canvas, 249.1 X 361.6㎝
사진보다 더 리얼하면서도 절박한 회화적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는 '사진을 그린' 전시회가 열려 주목받고 있다.

서울 서초동 THE PAGE GALLERY(더페이지 갤러리)는 안창홍의 개인전 '아리랑-Arirang'을 선보인다.

신작으로 구성된 20여점의 작품은 근간의 안창홍의 작품에서 느껴졌던 전복적 표현방식과 더불어 한층 깊어진 여유와 깊이, 무게감을 더한 새로운 안창홍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안창홍의 작품들은 현실과 실재를 기반으로 인간 내면 깊숙이 숨겨진 본능이나 욕망에 관한 부정적인 측면들을 거리낌 없이 표출하면서 해학과 비판의 방식으로 표현한다. 이러한 시대와 불화하는 예술가의 모습과 함께 깊은 정서적 울림을 안겨준다.

초현실주의와 독일 표현주의를 성향을 바탕으로 그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한 안창홍은 50년대 사진을 주종으로 작업한 '가족 사진' 연작을 통해 눈을 도려내거나 얼굴을 종이가면으로 가림으로써 억압된 사회와 시대의 고통에서 인간성을 잃어버린 황폐해진 시대상을 보여주며 개인사를 역사 속 한 부분으로 끌고 들어와 상실감과 소외감을 극적으로 표현했다.

이번 안창홍의 신작 시리즈는 작가가 골동가게나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 수집한 한국의 근현대 사진들을 재해석한 회화 연작이다.

일제 강점기와 독립 이후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던 한국의 근현대 사진에 찍힌 인물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서있다. 사진 속 인물들은 그 시대를 살아가던 평범한 인물들로 시대의 순간을 담고 있다.

동창회, 졸업, 기생, 결혼식, 입양아, 가족 사진 속 이들의 모습은 사적인 순간을 기록한다기 보다는 사회적인 목적으로 찍은 사진이 대부분으로 교복, 치마저고리, 기모노, 웨딩드레스 등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서 있다. 작가는 이들의 모습을 그대로 캔버스 위에 옮기지만 인물들의 눈을 감긴다. 작가는 "자기 내면을 더 깊게 바라보고, 전도와 역류를 통해 가치관을 새롭게 보자는 뜻에서 눈을 감겼다"고 말한다.

또한 탄압과 격변의 역사가 이들에게 지워졌을 고통과 상처는 회화 표면 위에 얼룩으로 표현됐다. 때때로 이것은 덩어리로 표현되기도 하며 찢어지고 긁히고 뜯어진 모습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구겨지고 손상된 그림들은 세피아, 흑백, 노란 피막으로 거듭나 시간의 흐름과 함께 삶의 단층들을 보여주면서 역사의 흐름 속에 변화되는 과거를 상기시켜 준다.

11월 7일~12월 9일 전시. (02)3447-0049



홍성필기자 sph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