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나 왕국 수도 등 700년 역사찬란했던 왕궁들의 흔적과 옛 왕국의 보석같은 사원 즐비고산족 삶터 방문·숲속 트레킹 이방인 눈길 사로잡아

란나 왕국시대의 성곽
문화의 용광로인 태국 방콕도 치앙마이 앞에서는 감히 명함을 내밀지 못한다.

북부 지방의 문화 중심지인 치앙마이는 일찍이 란나 타이 왕국의 수도로 번영을 누린 곳이다.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에코투어 등으로 알려진 도시는 고산족들의 삶터와 옛 왕국의 보석 같은 사원들을 품고 있다.

치앙마이의 역사는 13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번 왕국, 란나 타이 왕국의 수도에서 풍겨지는 문화적 깊이와 융성함은 방콕의 화려한 200년 역사를 훌쩍 뛰어 넘는다.

옛 왕국과 세월을 함께 한 구시가지는 아직도 성곽과 해자가 둘러싸고 있고 찬란했던 왕궁의 흔적 위에서 주민들은 한가로운 휴식을 즐긴다. 고대 문화유산은 사람과 도시 사이에 가지런히 정렬해 있다.

성곽과 해자는 구시가지의 역사이자 치앙마이의 세월이기도 하다. 성 안팎은 쁘라뚜로 불리는 문을 통해 연결되는데 동쪽문인 쁘라뚜 타페 지역은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이 한번쯤 들리는 번화가다.

승려를 태운 붉은색 성테우
태국어와 영어가 혼재돼 있는 타페 거리는 이방인들의 세상이다. 일찍부터 문을 연 카페나 바에는 한낮에도 외국인들이 넘쳐난다. 거리를 활보하거나 파라솔 그늘에 앉아 편안한 휴식을 취하며 치앙마이 여행의 '제철'을 향유한다.

11월을 넘어서면 치앙마이에는 건기가 시작될 때.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고, 습기때문에 불쾌할 이유도 없다. 11월에서 3월까지 이어지는 건기철에는 방콕 사람들이 치앙마이로 휴가를 오기도 한다.

사원과 뒤엉킨 뜨거운 거리

치앙마이는 태국 제2의 도시지만 규모가 거대한 것은 아니다. 오래된 문명과 함께 교육의 도시로 알려진 치앙마이의 거리들은 깔끔하고 안락하게 단장돼 있다. 여행지들은 구시가를 기준으로 걸어서도 닿을 수 있다. 붉은 색 썽테우(승합 트럭)를 타고 돌면 시내 안은 제법 윤곽이 잡힌다.

성곽안 구시가에는 1,000여개의 크고 작은 사원들이 골목마다 숨어 있다. 왓 체디루앙 사원은 방콕의 왓 프라깨오에 안치되어 있는 에메랄드 불상이 한때 머물렀던 사원으로 본당 뒤편으로 돌아가면 높이 42m의 거대한 벽돌 불탑이 모습을 드러낸다.

치앙마이의 소수민족
오른팔을 베고 편안하게 누워 있는 와불은 친근한 느낌이다. 구시가 서쪽의 왓 프라씽 사원은 북부지방 최고의 격식을 자랑한다. 외벽의 섬세한 조각들은 란나 타이 왕국의 최고의 걸작으로 여겨진다.

성안 사람들의 삶이 오래되고 소박하다면 구시가 밖으로는 청춘들이 향유하는 거리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서울의 압구정동쯤 되는 님만행 거리는 치앙마이의 매력남녀들이 주말 밤이면 클럽에서 밤을 달구는 곳이다. 로터스 뒷거리도 홍대앞 같은 분위기로 현지인들이 부담없이 한 잔 즐길수 있는 바들이 늘어서 있다.

치앙마이 시내를 다니다 보면 유독 훤칠한 미녀들이 눈길을 끄는 점도 특이하다. 태국 남자들 사이에서 북부 치앙마이 여인들은 최고의 신붓감으로 우대 받는데 이곳 민족적 특성상 매끈한 몸매에 흰 피부를 지닌 여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미스 타일랜드'도 치앙마이에서 여럿 배출됐다. 흰 피부를 위해 뙤약볕에 거리를 활보하는 젊은 여인들은 그래서 발견하기 쉽지 않다.

치앙마이는 쇼핑 마니아들에게도 호감이 가는 도시다. 오래 전부터 은세공, 티크 등 다양한 수공예품으로 유명했다. 타페 거리의 나이트 바자에서는 방콕 야시장보다 한 수 위의 물품들이 거래된다.

고산지대 트레킹과 소수민족들

해자로 둘러싸인 구도심
치앙마이의 외곽에 들어서면 또 다른 세상을 만난다. 치앙마이에서 치앙라이로 연결되는 루트는 샨족, 카렌족, 파다웅족, 라후족 등 소수민족들이 거주하는 곳이다. 고산지대에 두루 기반을 둔 이들은 붉은 빛 두건을 쓰거나 기다란 목에 금빛 굴렁쇠를 차고 미모를 자랑한다.

산을 오르거나 뗏목을 타고 고산족의 삶터에 방문하는 체험은 치앙마이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색다른 기회다.

치앙마이의 외곽 메말레이 지역은 멧뎅강 계곡을 거슬러 트래킹을 하려는 이방인들의 근거지다. 대부분 이곳 시장에서 간단한 식량과 물을 구입한뒤 사륜구동차를 타고 계곡이나 후이꾸깝산으로 향한다. 이 일대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타이족이 아니라 소박한 소수민족의 얼굴을 하고 있다.

비포장길을 따라 산속으로 향하면 라후족의 터전을 만난다. 고구려인의 후예로도 알려진 라후족은 오랫동안 화전민으로 떠돌며 낙후된 생활을 해왔다.

일부 라후족은 귀를 뚫기도 했지만 '감치'를 먹는 등 우리네와 비슷한 면모도 지니고 있다. 라후족 마을에서 더 꼭대기로 오르면 '라카'족 다른 소수민족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

고산족 마을에서는 산 아래로 향하는 트래킹 코스가 마련 돼 있다. 12월이 되면 온화한 날씨에서 트레킹을 즐기려는 외지인들이 이곳을 찾는다. 숲속 트레킹은 폭포와 계곡을 따라 꼬박 반나절이 소요된다.

4륜구동차로 숲속을 누비거나 멧뎅 계곡에서 래프팅을 하는 것으로 치앙마이의 자연과 삶을 피부 깊숙히 음미할 수도 있다.

치앙마이의 겉과 안에 심취하다 보면 옛 타이 왕국의 융성한 자취는 다양한 삶의 모습으로 전이돼 다가선다. '북방의 장미'인 오래된 도시는 독특하고도 숨겨진 매력으로 이방인의 추억 속에 자리잡게 된다.

■ 여행 팁

가는길=대한항공이 인천~치앙마이 직항편을, 타이항공이 인천~방콕~치앙마이 경유편을 운항 중이다. 시내로 이동할 때는 툭툭이라는 모터사이클 택시를 이용하는 게 편리하다.

■ 레저

선선한 기후, 아름다운 풍광 덕에 에코 트래킹, 골프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다. 후이꾸깝산과 멧뎅강에서 트래킹 및 래프팅을 즐길수 있으며 X-센터에서는 소형 버기차를 타고 산을 오르는 독특한 체험도 가능하다.

■ 기타정보

치앙마이는 11~3월이 건기에 해당된다. 기온이 밤에는 10도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치앙마이 여행 때는 태국의 다른 지역과 달리 긴팔옷을 반드시 준비한다. 태국관광청(www.visitthailand.or.kr)을 통해 자세한 추가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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