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헌 개인전 'Cloud Map'혁필그림·CG 등 이용 아날로그-디지털 만남 구현종로 자하미술관서 내달 2일까지 전시

Cloud Map-p1206_2012, 130.5x162㎝, oil on canvas
모호하고 이중적인 모습 속에서 진실을 찾는 작업을 해오고 있는 김영헌 작가가 서울 부암동 자하미술관에서 개인전 'Cloud Map'을 연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구현이라는 사건을 화면에 담아 현실과 사이버상의 다중자아와 공동두뇌를 표현하고 있다.

그의 최근 평면작업들에서 보여지는 이미지는 실제의 경험과 가상공간의 경험이 뒤섞인 혼성적 경험과 관련이 있다. 화면 속에는 현대전 무기들로부터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캐릭터, 게임 아이템, 현실공간과 가상공간, 무지개와 파장, 구름들이 섞인 듯한 이미지들이 등장한다. 캐릭터나 물체 중에는 가상게임 속에서 그리고 현실에서 얻어진 이미지들이 혼합되어 재구성 된 것들이다.

이 혼성적인 이미지들은 전자적 색체와 유동적인 붓질을 통해 유기체적으로 연결된다. 이 회화작업들은 다분히 즉흥적이지만 반면 구축적인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색채는 형광색과 원색, 파스텔 톤과 무채색이 공존하고 이의 움직임은 혁필그림이나 마블링처럼 유동적이며 유연하다. 때로는 거친 붓질과 자유곡선이 동원되기도 하고 두터운 물감층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좀 더 디지털적인 결과물들을 얻기 위해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하기도 하고, 뇌파 구조나 열감지 카메라에 나타나는 색상에서 힌트를 얻기도 한다. 혁필을 연상시키는 유동적 붓질은 뇌파나 전자파의 파형을 모방하여 심리적 파장을 재현하거나 생성시키려는 제스처를 취하고, 구상적 형상들은 이 추상적 이미지들이 구체적 메시지에 근거하여 발생되도록 하는 장치들로 사용된다.

구상성과 비구상성은 화면 내에서 충돌하거나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하며 구체성을 가진 심리적 상상과 초자아적 상상을 오간다.

김영헌의 근작들은 이렇게 추상성과 구상성 사이의 어떤 지점에 위치해 있다. 이런 방식을 통해 구축된 심리적 풍경들은 실제 경험과 영화나 뉴스, 애니메이션, 인터넷 게임 등의 미디어를 통해 얻어진 가상경험들이 혼합되고 재생산돼 형성된 혼성적 풍경이기도 하다.

그는 "내가 생각하는 무지개 구름은 세상의 복잡한 관계와 미디어들의 틈에서 만들어져 융합과 분열을 반복하며 성장하거나 소멸한다"고 말한다. 11.2~12.2 전시. (02)395-3222



홍성필기자 sph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