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신인왕 후보에 오른 재미교포 존 허가족 사랑 있었기에 가능13년간 한국서 생활 영어보단 한국어 더 편해마야코바 우승후 집 장만… 한 번의 기회 신인왕 탐나

"아직도 우승에 배고파요." 지난 10월 국내에서 열린 한 골프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고국을 찾은 재미교포 존 허(22세∙한국명 허찬수). 존 허가 그의 포부를 들어보기 위해 찾아간 기자에게 던진 첫 마디다.

그는 남다른 골프 유년기를 보냈다. 미국의 조그마한 한국식당에서 일도 해보고, 골프장에서 볼 줍는 아르바이트도 해봤으며, 한국에서는 1시간 반 동안 골프백을 메고 지하철로 골프연습장을 매일같이 출퇴근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달라졌다. 지난 2월, PGA 투어 마야코바 클래식 우승과 텍사스오픈 준우승으로 벌어들인 상금만 204만7,540 달러로 미국 댈러스 지역에 방 5개(부지 1,660여 평)짜리 집까지 장만했다며 행복한 표정이다.

▲오랜만에 한국을 찾는 것 같다. 얼마만인가?

=한국을 1년만에 찾았다. 미국도 편하고 좋지만, 한국은 왠지 모를 끈끈한 애정 같은 게 있는 것 같다. 인터뷰(10월16일)를 마친 후 편찮으신 할머님 댁에 방문하고, 이번 주 일요일(21일) CIMB 클래식에 참가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떠난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 자주 오고 싶다. 아마도 내년에도 대회 초청을 받게 된다면 다시 한 번 한국을 찾게 되지 않을까 싶다. 기회가 된다면 여러 차례 한국을 찾아 대회장에서 활약하는 존 허를 보여주고 싶다.

▲한국에는 얼마나 살았었나?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고, 섬유업을 하던 아버지를 따라 두 살 무렵에 한국에 왔다 초등학교 5학년(12세)때 다시 미국으로 들어갔다. 알다시피 한국에서 투어 생활을 2009년부터 3년간 했으니 정확히 말하면 13년을 한국에서 살았다고 볼 수 있다. 올해 스물세 살(한국나이)이니 미국 보다는 한국에서 더 많이 산 셈이다. 부모님이 한국인이고 영어보다는 한국어 사용이 더 편하다. 시민권은 미국에 있지만,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어렵게 골프를 배웠다고 들었다.

=어렸을 때는 연습장에서 볼을 줍는 아르바이트를 해봤고, 레슨비가 없어서 못 낸 경우도 많았다. 친형은 다니던 대학까지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참가비를 벌어다주었다. 부모님도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말씀하시며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고 일용직으로 일하기도 하셨다.

▲헝그리 정신이 있었기에 지금의 위치까지 올랐다는 말로 봐도 되는가?

=그렇다. 가족들의 희생과 사랑이 없었다면 지금의 난 없었을지도 모른다. 가족을 생각하며 한 샷, 한 샷 신중을 기했고 스코어를 줄여나가기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했다. 우승으로 보답하겠노라고 말버릇처럼 가족에게 했던 말이 2010년 KPGA 투어 신한동해오픈과 2012년 PGA 투어 마야코바 클래식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현실이 됐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더 많은 대회에서 우승할 것이다.

▲올해 PGA 투어 루키로서 현재까지의 상금인 2,692,113 달러(10월16일 기준, 한화 약 29억7,747만원)는 헝그리 정신을 잃어버리기에 충분한 금액으로 보인다.

=PGA 투어 진출 첫해에 좋은 성적을 얻고, 덕분에 심리상태가 매우 안정적이 됐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예전에는 우승에 집착했다면, 이제는 여유로운 자세로 골프를 즐기는 가운데 우승을 향해 한 발자국씩 다가가는 것 같다. 예전의 고생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초심을 잃지 않고자 마음을 다져나가고 있다. 지금의 나를 만든 건 헝그리 정신이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마야코바 클래식 우승 후 집을 장만했다.

=전 세계 수많은 투어 프로들은 세계 혹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대회에 참가하기 때문에 집에 머무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특히 타국에서 활동하는 투어 프로들은 호텔을 전전하며 생활하기 때문에 '집'은 언제나 '그리움'의 대상이 된다. 나 역시 한국에서 활동하던 시절, 가족과 함께 좋은 집에 살고 싶은 꿈을 꿔왔다. 그래서 마야코바 클래식에서 받은 우승 상금으로 가장 먼저 집을 장만했다. 근방에는 최경주, 양용은 선배가 살고 있다. 그래서 더 좋다(웃음).

▲PGA 투어 Q스쿨이 올해를 마지막으로 폐지될 예정이다. 앞으로는 PGA 투어를 네이션와이드 투어를 통해 강화하고자 한다는 데 어떤 입장인가?

='코리아 루키 트리오'라 불리는 나를 비롯한 배상문 선배, 노승열은 지난해 모두 Q스쿨에 통과해 PGA 투어 진출권을 획득했다. 대부분의 한국선수들이 PGA 투어 무대의 꿈을 안고 Q스쿨에 참가하고 있어 Q스쿨 폐지에 대해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폐지에 대해 찬반 의견을 표하기에는 아직 내가 너무 모르는 게 많다.

▲올해 미국 PGA 투어의 유력한 신인왕 후보다.

=앞으로 남은 투어 대회에서 큰 변동이 없는 한 유력한 건 사실이다. 일생에서 단 한 번밖에 없는 기회가 바로 눈앞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소감을 밝히기엔 아직 이르다. 못 받더라도 올해의 성적이 좋았기에 아쉬움은 없을 것 같다.



글=유시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