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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약자의 짓밟힌 인권 고발

● 책-형제복지원 사건 파헤친 '살아남은 아이'
12년간 513명이 죽고 시신을 의대에 판 사건
피해자 한종선이 겪은 '한국판 아우슈비츠' 증언
  • 지난 11월 27일 열린 '살아남은 아이' 발간보고회'에서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인 한종선씨가 폭력 상황을 직접 그린 그림을 보며 설명하고 있다. 신상순기자 ssshin@hk.co.kr
지난 1987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인 한종선씨 등이 지난 11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사건의 전말을 파헤친 책 <살아남은 아이> 출간보고회를 열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87년 폐쇄될 때까지 12년간 복지원 자체 기록으로만 513명이 사망하고, 다수의 시신이 의대에 팔려나가 시신조차 찾지 못한 희대의 인권유린 사건이다. 배경에는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정부가 대대적으로 펼친 사회정화사업이 있었다.

한종선씨는 9살이던 1984년 12살이던 누나와 함께 복지원에 끌려간다. 그로부터 3년, 아이는 지옥을 경험한다. 이로 인해 그의 누나와 술 취해 잠자다 끌려온 그의 아버지는 평생을 정신병원을 떠돌아야만 했다.

한씨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사회복지 시설이라는 이름 아래 3,500여명을 수용했던 형제복지원은 그야말로 생지옥이었다. 수용자 중 지체장애자는 10분의 1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심신이 멀쩡한 상태로 끌려와 정신이상자나 지체장애인이 되었다. 그곳은 성폭행과 구타, 고문, 기합이 행해지는 한국판 아우슈비츠였다고 그는 증언한다.

소대와 중대 등 군대식 편제로 수용자들을 묶어놓고 하루 종일 이 핑계 저 핑계로 구타와 기합이 행해졌다. 군대식 행진으로 식사를 하는 곳에 도착하면 밖에서 한참 동안 추운 날씨에 떨게 한 뒤 식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식사시간에도 자유는 없었다. '동작 그만' 소리에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동작이 느리다는 이유로 구타와 기합이 행해지기 일쑤였다. 자고 일어나면 누가 머리를 맞아 불구가 되었다거나, 복지원 주변에 새로운 무덤이 생겼다는 소문들이 나돌았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원생 1명이 구타로 숨지고 35명이 집단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실체가 사회에 알려져 폐쇄됐다. 복지원이 폐쇄된 후에도 '짐승의 기억'은 수용자들의 삶을 유린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고 수십억원의 정부지원을 받은 복지원 원장은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풀려났다.

이 책은 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가 마주해야 하는 지옥에 관한 기록이다. 피해자 한종선이 증언하고 문화연구자 전규찬과 인권운동가 박래군이 함께 썼다. 문주 펴냄. 1만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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