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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들 복 안고 강남에 내려 앉다

● 예화랑 '木雁, 꿈을 그리다'전
축원의 마음 담아 손에서 손으로 전해온 목안 83점 '눈길'
빼어난 조형적 완성도 김종학 등 8인이 찾아내
복을 상징하는 기러기들이 소담스럽게 내린 서설 속에 서울 강남 한복판에 내려 앉았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예화랑은 이름 모를 장인의 손에서 만들어져 축원의 마음을 담아 손에서 손으로 전해온 목안(나무기러기) 83점을 선보이는 '木雁, 꿈을 그리다'전을 연다.

백운아 예화랑 전시기획실장은 "국내에서는 흔히 시도되지 않았던 기획전으로, 특히 목안이라는 한 목기 아이템에만 집중해 눈길을 끄는 이번 전시회는 목안의 상징적인 의미를 21세기의 시각에서 재조명하는 동시에 목안 자체의 빼어난 조형적 완성도를 인정받고자 마련됐다"고 전시 의의를 밝혔다.

청실홍실을 코에 꿰고 홍색 보자기에 곱게 싸인 목안은 인생의 출발점에 선 청춘 남녀에게 백년해로의 기원을 담아 전달돼 왔다. 혼례에 사용한 목안은 개인이 직접 소장하지 않고 오복(五福)을 모두 갖춘 집에서 관리하도록 했던 공동체의 자산이었다. 목안은 부부 혹은 일가족만의 행복을 기원하기 보다는 이웃과 마을 등 확장된 공동체의 소망을 담아낸 상징체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목안은 오브제로서 현대의 어떤 조각작품에도 뒤지지 않을 높은 조형적 완성도를 보여준다. 출품된 83점의 목안은 약 100~120년 전 제작된 것이 대부분이며, 여느 목기 공예품과 같이 제작자를 알 길이 없다.

금방이라도 땅을 박차고 날아오를 것 같은 활기찬 움직임을 보이는 기러기가 있는가 하면 새침한 신부처럼 야무진 눈매의 기러기도 있다. 비록 그 색이 바랬지만 청홍색으로 화사하게 단장한 것도 있고, 잇몸을 보이며 활짝 웃고 있는 해학미가 넘치는 목안도 만날 수 있다.

조선시대 한 필부의 손에서 만들어져 '골동'이라 통칭되는 나무기러기에서 빼어난 작품성을 발견하고 즐길 수 있음은 이를 알아보는 탁월한 안목의 수집가를 만난 덕분일 것이다. 김종학 등 한국의 대표적인 목기 수집가 8인이 찾아낸 목안들은 화랑 1,2층에 현대적인 설치미술의 형태로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판매는 하지 않지만, 조형성이 빼어난 목안의 경우 국내 경매에서 7,000만원 정도에 거래된다고 화랑 측은 밝혔다.

세월의 흐름에 반들반들해진 나무기러기 떼는 공동체 안의 우리 모두를 묵묵히 위로하고 격려한다. 12월 6~27일 전시. (02)542-5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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