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 첫 유전자형 분석기법 적용 씨수말 국내 도입북미 명문 '턴투'계열… 특정 혈통 편중 완화 기대

그동안 국산마 품종개량을 위해 수십억원대의 고가 씨수말을 수입해온 한국마사회가 최초로 유전자형 분석을 통해 선발한 미국산 씨수말 '록하드텐(Rock Hard Ten)'이 지난 11월 2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마사회는 혈통이나 경주성적, 교배료 등의 통계자료를 분석하고 현지검수를 거쳐 씨수말을 구매해오던 방식에서 올해는 한 가지 특별한 판단자료를 더했다. 국내 도입되는 씨수말의 잠재능력을 평가하는 데 최초로 '유전자형 분석 기법'을 적용한 것이다.

'록하드텐'은 유전자형 평가를 통해 국내 도입된 제1호 씨수말로 기록되게 되었다. 구매 물망에 오른 씨수말 후보들을 대상으로 한 유전자형 분석에서 '록하드텐'은 특히 국내적합성 및 거리적성을 나타내는 유전자 측면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DNA에 새겨진 후대의 잠재능력이 뛰어나니 진정한 알짜배기 씨수말인셈.

'록하드텐'은 혈통적인 매력도 상당하다. 이 말은 북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가문인 '턴투(Turn-to)' 집안에서 가장 잘 나가는 엄친마(馬)이다. '록하드텐'의 할아버지격인 '로베르토(Roberto)'는 2세 때 일찌감치 아일랜드 챔피언 자리를 꿰찼으며 3세 때는 엡섬 더비(Epsom Derby)에서 우승하는 등 영국에서도 왕성한 활약을 펼쳤다.

'로베르토(Roberto)'는 씨수말로도 '셰프드라스(chefs-de-race:혈통의 리더. 혈통라인을 형성한 말)'로서 씨수말로 성공한 많은 자마들을 남겼다. 무려 5마리의 브리더스컵 우승마를 배출해낸 '록하드텐'의 아버지 크리스에스(Kris S)도 그 중 하나. '록하드텐'의 명문 가계도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록하드텐'의 작은 할아버지격인 '할로(Halo)'의 아들이 바로 일본 씨수말계의 신화 '선데이사일런스(Sunday Silence)'다. 이쯤 되면 '록하드텐'이 '귀한 집 자식'인 것은 입증된 것.

국내에 없는 신선한 피의 수혈이라는 점에서 '록하드텐'의 등장은 더욱 반갑다. '턴투'계열은 북미 주류 혈통이지만 아직까지 국내에 도입된 적이 없는 미보유 혈통이다. 최근 경주마 생산계에는 메니피 등 혈통의 메카로 자리 잡은 일부 씨수말들의 활약이 특정 혈통에 대한 편중과 의존도를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되어왔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혈통의 영입은 혈통 편향의 문제를 완화하여 혈통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국내산마의 질적 개량에 기여하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록하드텐'은 인천국제공항 검역소에서 40일간 체류한 뒤 12월 말 KRA 제주 목장으로 옮겨와 본격적인 신접살림을 차리게 된다.



홍성필기자 sph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