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경공원 소속 5세마 통산 26억 상금왕우승상금 일부 쾌척 장애 철인3종 국가대표 등 4명에게 의족 전달

지난 12일 열린 기부금 전달식에서 의족을 선물받은 이준하(왼쪽) 선수와 정영식 마주가 당대불패(작은 사진)가 그려진 현수막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한국마사회 제공
경기침체 속에 불우이웃을 위한 기부 온정마저 식어가고 있는 가운데 연말 나눔 캠페인에 동물이 매년 거액의 성금을 기부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소속의 경주마 '당대불패(5세)'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대통령배 대상경주의 우승상금 중 1억원을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한 것.

KRA한국마사회(회장 장태평)는 지난 12일 오전, 서울경마공원 관람대에서 기부금 1억원 전달식과 함께 기부금의 첫 번째 수혜자로 고교시절 교통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었지만, 꾸준한 노력으로 장애인 철인3종 국가대표가 된 이준하(36)씨와 청소년 3명에게 의족을 전달했다.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현역 경주마로 활약 중인 '당대불패'는 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경주마다. 2009년에 데뷔한 이후 27전 18승을 기록한 '당대불패'는 대통령배 대상경주, 코리안 더비 등 굵직굵직한 대회에서 우승하며 상금만 26억원을 벌어들였다. 경마 역사상 최다 상금이고, 자신의 몸값인 2,900만원의 90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달릴 때마다 각종 신기록을 양산하던 '당대불패'의 마주 정영식씨는 최고의 자리에 만족하지 않고, 작년에 또 다른 기록을 남겼다. 지난해 대통령배 2연패를 달성을 하고 우승상금 가운데 1억원을 사회복지모금공동회를 통해 장애인 핸드사이클 선수 양정관씨에게 기부한 것. 이 때문에 '당대불패'는 1억원이 넘는 기부자 명예의 전당인 '아너스 소사이어티'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동물이 됐다. 올해 또 한번의 기부로 한국 경마 최다 수득상금 기록뿐만 아니라 경주마 '기부왕'이라는 명예를 얻게 됐다.

'당대불패'의 마주이자 경남 창원에서 조선기자재를 생산하는 범한산업을 운영하고 있는 정영식(53)씨는 난치병을 극복하고 재기해 대통령배 준우승 상금 절반을 기부한 국내 최초 동물명의 기부 1호 '백광'을 보고 감명을 받아 사람과 동물의 아름다운 동행이 가능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취지에서 기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경마는 스피드의 스포츠이고, 경주마는 경마의 주인공입니다. 경주마의 다리처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야말로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가 아닐까요. 흔히 마각(馬脚)을 드러냈다고 해서 말의 다리가 부정적으로 쓰이는데, 이제는 나눔을 실천하는 마각이 되도록 더욱 노력해야죠"라고 했다. 정영식씨는 이제 친자식이 다 됐다는 '당대불패'가 앞으로 우승할 때마다 계속 기부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히고, 동물 기부가 더욱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울마주협회 강용식 회장은 "서울마주협회에서는 마주로서의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기 위해 사랑의 열매와 공동으로 우승상금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동물기부 프로젝트를 실천하고 있다. 경주마 기부왕 '당대불패'의 기부가 제3호, 제4호의 경주마 기부로 이어져 말을 통한 나눔문화를 확산시키는데 기여하기를 바란다"며 "이를 통해 마주와 경마산업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는데 도움이 되기 위해 마주협회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필기자 sph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