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책- 나시르 가에미 '광기의 리더십'정신질환과 리더십 관계 규명'우울증 때문에 지도자들은 더 현실주의자가 되고조증 때문에 창의적이 된다'주장

광기=천재성. 19세기 이탈리아 정신의학자 체사레 롬브로소는 광기와 천재성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나시르 가에미의 '광기의 리더십'은 롬브로소의 견해를 바탕으로 정신 질환과 리더십의 관계를 연구하고 기본 법칙을 유추하고 규명한 책이다. 저자는 '제정신의 반대법칙'이라고 불러도 좋다며 "호경기나 평화로운 시기에는 정신적으로 건강한 지도자가 역할을 잘해낸다. 반면, 격동의 시기에는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지도자가 가장 훌륭하게 역할을 수행해낸다"고 주장한다. 정신 질환과 리더십의 관계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뒤엎는 과감한 주장을 펼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정신 질환은 우울증이나 기분 장애를 뜻한다. 그리고 이러한 정신 질환과 위기의 시대 지도자들이 보이는 공통 특성으로 현실주의, 공감 능력, 회복력, 창의성을 꼽았다. 정신의학적으로 분명한 의미가 있으며 과학적으로 널리 연구된 이 같은 네가지 요소는 모두 우울증과 동반되며, 창의성과 회복력은 조증과 함께 나타난다는 점을 부각한다. '우울증 때문에 지도자들은 더 현실주의적이 되고 공감 능력이 커지며, 조증 때문에 더 창의적이고 회복력이 강해진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유명한 지도자 윌리엄 T. 셔먼, 테드 터너, 윈스턴 처칠, 에이브러햄 링컨, 마하트마 간디, 마틴 루서 킹 주니어,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존 F. 케네디의 인생과 업적을 정신의학적으로 분석한다.

"우울증이나 기분 장애를 가진 지도자들은 위기에 처했을 때 남들이 보지 못하는 현실의 부정적인 측면을 냉철하게 간파하고(처칠과 링컨),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느끼며 진정으로 공감한다(간디와 마틴 루서 킹). 또 시련과 역경에 부딪혀 쓰러졌다가도 다시 일어서는 빠른 회복력을 보이며(루스벨트와 케네디),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낸다(셔먼 장군과 테드 터너)"며 역사적 기록들을 통해 이들의 정신 질환이 어떻게 가혹한 환경에서 성공적인 리더십을 연마할 수 있었는지 보여준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심리학에 관한 책이면서 역사에 관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뒤집어버린 이 책에 대해 워싱턴 포스트는 "독창적 사고에 높은 점수를 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평했다.

도발적인 이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미친' 지도자가 아닌 위기의 시대에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요소들을 정신의학적 측면에서 지적한 것이 아닐까. 학고재 펴냄. 1만8,000원.



정용운기자 sadzo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