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에 제작된 국내 최초의 LP

2000년대 들어 맹위를 떨치고 있는 복고문화는 단순히 과거 아날로그 시대로의 회귀가 아닌 디지털과의 접목을 통해 그 상품성이 전 방위적으로 입증되었다.

중요한 점은 복고문화의 산업적 각광으로 인해 대중문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변화까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의 국가적 모토는 재건이었고 최우선적 가치는 발전과 성장이었다. 국가재건과 경제발전을 위해 앞만 보고 죽어라 내달린 결과는 달콤쌈싸름하다.

현재 K-POP이 전 세계적으로 위세를 떨쳐 우리의 어깨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 대중음악 산업에 발전과 팽창을 불러온 중요 음반 미디어 LP가 언제부터 국내제작이 시작되었는지, 처음 제작된 LP음반이 무엇인지조차 모른다.

경제는 비약적 발전을 했고 한국 대중문화는 한류라는 이름으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그동안 '딴따라문화'로 폄하되었던 한류의 소중한 자료와 기록들은 무참하게 방치되고 훼손되었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발전에 밀려 사라지고 있는 아날로그 시대의 상징물들은 무수하다. 그 중 "지지직거리는 잡음까지도 정겹다"고 그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는 LP음반은 대표적이다.

LP이전의 음반 미디어인 SP는 단 2곡밖에 담지 못했기에 'short playing'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하게는 'standard playing'의 약자다. 즉 '표준화된 음반'이란 뜻인데 이는 음반의 회전수가 들쭉날쭉했던 시절임을 증명한다. LP는 'long playing'의 약자다. 그러니까 많은 노래를 장시간 동안 들을 수 있는 음반 미디어란 의미다. LP는 수록 가능한 곡이 제각각 다른 7인치, 10인치, 12인치와 그보다 더 큰 LP까지 다양한 종류가 존재한다.

LP는 1948년 미국 콜롬비아레코드에서 1분에 33⅓회전, 크기는 12인치로 처음 개발했다. 음악 산업에 혁명적 발전을 가져온 LP는 주한미군부대를 통해 국내에도 대거 유입되었다. 1950년대 중반에는 국내에서도 어느 정도 LP보급이 이루어졌다.

문제는 LP가 개발된 지 10년이 되어가도록 국내에는 제작할 기계와 기술조차 없었다는 점이다. 한국대중음악계는 지금까지도 국내 최초로 제작된 LP음반이 정확하게 무엇이고 어떤 노래가 수록되었는지 조차 모르고 있다. 추측할 수 있는 정황을 알려주는 기록은 있었지만 그 기록들조차 기본 팩트에서 오류투성이다. 그래서 국내 최초 제작 LP음반에 대한 인증이 쉽지 않았다.

이제 국내에서 제작한 '최초의 LP 밝혀내기 여행'을 떠나보자. 일단 최초 LP제작 사진과 더불어 비교적 상세한 정황을 전하는 1993년 <한국 방송사료 보존회>에서 발간한 '사진으로 보는 한국방송사'를 살펴보자.

이 책에선 전하는 최초의 국내 제작 LP에 대한 내용을 보면 "1957년 4월 30일 KBS가 LP레코드 프레스기를 도입하여 레코드제작을 시작했다. LP 레코드의 등장으로 가요의 대량생산이 이루어졌다. (중략) 부작용으로 저속가요 시비가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켰다. (중략) 이에 공보실에서는 가요정화의 한 방안으로 건전가요를 보급해 (중략) 건전가요로는 반야월 작사 박시춘 작곡 '금수강산에 백화가 만발하고'등이 있고 이승만 대통령 탄신 82회 탄신기념행사로 열린 창경원의 경축음악회, 세종로의 3군 합동분열식 중계방송이 2장의 축하 LP레코드로 제작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1975년 세광출판사 발간 '한국가요'에 기고한 하중희의 칼럼을 보면 "LP레코오드가 생산된 것은 1957년 오아시스레코오드사(당시 경영자 봉철)에서 시도한 것으로 가요는 손석우 작사, 작곡인 '검은 장갑(손시향 노래), 손로원 작사, 박시춘 작곡'비내리는 호남선(손인호 노래)'이 처음으로 LP에 취입되어 가요계에 일대 혁신을 가져왔다."고 기술하고 있다.

하중희는 KBS 가요심의위원, 공연윤리심의위원회 전문심의위원으로도 활동했고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이사와 가요작가협회 부회장을 지냈고 남일해의 '빨간구두 아가씨', 김상희의 '코스모스 피어있는 길' 등 60~70년대에 히트곡을 다수 발표한 당대의 유명 작사가다. 두 자료에 의하면 국내 최초 LP제작 주체가 KBS와 오아시스레코드로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1957년을 한국에서 최초로 LP 제작이 시작된 원년이라 말하고 있다. 과연 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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