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앨빈 토플러ㆍ하이디 토플러 '정치는 어떻게 이동 하는가'1994년판 한국어 번역 출간격동의 미국 사회 속 옛 정치질서 몰락 분석 미래 이끌새질서 진단

앨빈 토플러
현대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인정받고, 미래학자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다진 '미래 쇼크'. 인류가 농업혁명, 산업혁명을 거쳐 정보화혁명으로 가고 있다고 예견한 '제3 물결'. 앞으로의 세계는 지식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지배될 것이라는 주장을 펼친 '권력 이동'.

무명의 저널리스트를 세계적인 지식인 반열에 올려놓은 이 세 권의 책. 그 주인공은 다. 그가 아내이자 저술 파트너인 하이디 토플러와 함께 쓴 '정치는 어떻게 이동 하는가'는 1994년 출간된 책이다. 정치적으로 혼란과 위기감이 팽배해 있던 1990년대 '격동의 시기'의 미국을 바라보며 '정치의 이동'을 주제로 썼다.

미래 사회를 지배할 새로운 정치 질서를 진단하고 옛 정치 질서가 어떻게 몰락해가고 있는지를 분석한 정치학 지침서다. 매우 빠른 변화, 일반 대중의 각성, 극심한 사회 갈등 등으로 특징지어지는 시점에서 정치가들에게 필요한 것은 변화를 위한 새로운 틀이라고 말하는 '21세기 접근법'을 이야기한다. 새 시대를 위한 '제3 물결 정치 의제'들을 제시하고, 기존 정치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하며, 새로운 정치를 위한 도발적이고 깊이 있는 제안으로 당시 미국 정치권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다음달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국어 번역 출판은 큰 의미를 시사한다. 새 정치에 대한 갈망은 크지만, "뭐, 바뀌는 거 있겠어?"라는 의문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1장 '치열한 투쟁'과 9장 '21세기의 민주주의'는 1980년에 출간된 '제3 물결'을 통해 소개된 내용이고, 2장 '문명의 충돌'과 4장 '부를 창출하는 새로운 방법'은 1993년에 출간된 '전쟁 반전쟁'에서 가져온 것이다. 3장 '궁극의 대체재', 5장 '유물론적 사고방식', 6장 '사회주의와 미래의 충돌'은 1990년에 출간된 '권력 이동'에서 가져왔다. 원전의 내용을 크게 압축하고 논리적인 연결을 위해 다듬었으며, 7장 '정치 세력들 간의 대립'과 8장 '제3 물결 의제들을 위한 원칙들'을 새롭게 구성했다.

대부분의 내용들이 토플러가 쓴 기존의 책에서 가져온 것이지만 단순한 모음집이 아닌 새로운 책에 가깝다고 토플러는 밝혔다. 또한 '반(半)직접민주주의'와 '의사결정의 분배'를 제3 물결 정치 모델의 핵심사항으로 꼽으며, '정치의 이동'이란 '제3 물결 정치 모델'로의 성공적 전환이라고 주장한다.

는 "변화에 대한 책임은 기본적으로 우리 자신에게 있다"며 "제3의 물결 새로운 민주주의로의 평화로운 전환이 불가능해지기 전"에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2의 물결 혁명을 이뤄냈던 앞선 세대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 역시 새로운 문명을 창조할 숙명을 안고 태어난 세대다"라고 말한다. 청림출판 펴냄. 1만5,000원.



정용운기자 sadzo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