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고 웅장하진 않지만 기암괴석 많아 산세 마치 부처가 서 있는 듯해120헥타 편백나무숲 새 명소로 3,736m 완만한 '말레길'도 인기

편백숲 사이로 말레길이 이어진다.
전라남도 장흥읍에서 남동쪽을 바라보면 높거나 웅장하지는 않지만 제법 아기자기하고 준수한 산악이 눈에 들어온다.

장흥읍과 안양면, 용산면에 걸쳐 솟은 해발 518m의 억불산이다. 1750년대 초반에 제작된 <해동지도>에 억불산봉(億佛山峰)과 억불산봉수(億佛山烽燧)가 표기되어 있는 산이다. 기암괴석들이 솟아 있는 산세가 부처가 서 있는 것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억불산의 기암괴석 가운데 가장 도드라져 보이는 것은 산중턱에 올라앉아 있는 며느리바위로 메누리바위라고도 일컫는다. 어린아이를 업은 아낙네 형상을 하고 있는 이 바위에는 며느리와 시아버지에 얽힌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옛날 옛적 마음씨 곱고 효성이 지극한 며느리가 시아버지를 모시고 어린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그런데 며느리와는 반대로 시아버지는 지독한 자린고비였다.

어느 날 탁발승이 이 집에 와서 시주를 청하자 시아버지는 똥을 한 바가지 퍼서 대사의 몸에다 붓고는 "저기 쌀통에서 한 번만 퍼가시오" 라고 했다. 그 쌀통은 한 손이 겨우 들어가서 쌀 서너 알밖에 퍼가지 못하도록 만든 것이었다.

숙박시설로 이용되는 편백숲 우드랜드의 한옥
이를 보던 며느리는 시아버지 몰래 탁발승에게 밥과 쌀을 주었다. 탁발승은 며느리에게 '모일 모시에 천둥이 치고 장대 같은 비가 쏟아질 테니 뒷산으로 피하되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일렀다.

며칠 후 천둥과 함께 폭우가 쏟아졌다. 아들을 업고 뒷산으로 피하던 며느리는 시아버지가 애절하게 부르짖는 소리에 그만 뒤를 돌아다보았다. 그 순간 굉음과 함께 며느리는 돌로 굳어져 며느리바위가 되었고 마을은 물바다로 변했다는 전설이다.

새로운 명소로 떠오른 편백숲 우드랜드

2009년 7월 억불산 북쪽 기슭에 들어선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가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정남진(正南津)은 서울 광화문에서 정남 방향으로 한반도 맨 끝에 자리한 곳을 뜻하며 전남 장흥군을 일컫는 말이다. 2011년에는 60만 명, 2012년에는 66만 명이 편백숲 우드랜드를 방문해 장흥의 새로운 명소로 굳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곳에 편백나무 숲이 조성된 것은 장흥 출신의 독림가 고 손석연(1918~1997) 선생의 공로 덕분이다. 손석연 선생은 갈수록 황폐해지는 억불산을 보며 안타까워하다가 1958년 산자락 120헥타르(1.2㎢)의 황무지에 편백나무, 삼나무, 소나무 등 47만여 그루를 심었으며 1967년 조림왕 포상을 받았다. 그로부터 50여 년이 흘러 이제는 울창한 편백나무 숲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말레길 옆 곳곳에 벤치가 마련되어 있다.
편백나무는 피톤치드 효능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피톤치드는 식물이 해충이나 병원균, 곰팡이 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내뿜는 고유의 성분으로 편백나무는 그 어느 나무보다도 많이 발산한다.

참고로 편백나무의 피톤치드 발산량(단위 ㎖/100g)은 여름 5.5, 겨울 5.2에 달한다. 이는 구상나무(여름 4.8, 겨울 3.9), 삼나무(여름 4.0, 겨울 3.6), 전나무(여름 3.3, 겨울 2.9) 등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1943년 러시아 태생의 미국 세균학자 왁스만이 처음으로 명명한 피톤치드((Phytoncide)는 그리스어로 식물을 뜻하는 파이톤(Phyton)과 죽인다는 뜻을 가진 차이드(cide)의 합성어로 '식물이 내뿜는 살균물질'이라고 볼 수 있다.

피톤치드의 정유 성분은 인체에 자연 살상 세포(Natural Killer Cell)를 증가시킴으로써 암세포 등의 불순물을 억제하거나 제거하면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효과를 준다.

휠체어도 오를 수 있는 말레길 인기몰이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는 편백 소금집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는 편백톱밥을 이용한 산책로와 치유의 숲, 편백톱밥 찜질방, 편백 노천탕, 목공예센터, 풍욕장, 편백 소금집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한옥, 흙집, 통나무집 등 다양한 숙박시설이 마련되어 있어 편안히 묵어가기에도 그만이다.

특히 편백 소금집에는 소금동굴, 소금 마사지방, 소금 해독방, 편백 반신욕방, 황토방, 편백 단전호흡방 등이 마련되어 아토피 피부질환, 고혈압, 뇌졸중 등의 면역력 향상 및 자연치유를 돕는다. 편백 소금집의 탁월한 치료 효과는 2012년 10월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임상시험팀에 의해 밝혀졌다.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에서 억불산 정상으로 오르는 새 길이 단장되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기존 등산로를 대체하여 2011년 12월 23일 개통한 길이 3,736m의 '말레길'이 그것이다. 여기서 말레는 대청이라는 뜻의 장흥지역 사투리다.

말레길의 특징은 경사가 완만하고 층계가 없는 갑판길(데크로드)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나무 갑판을 이용해 억불산 정상까지 오를 수 있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말레길은 맨발로 걸으면 지압효과도 뛰어나 가벼운 등산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을 뿐 아니라 장애우들도 휠체어를 타고 등반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찾아가는 길

며느리와 시아버지의 전설이 어린 며느리바위
동광주 나들목에서 호남고속도로를 벗어난 뒤에 각화대로-제2순환도로-지원 교차로-29번 국도-초당 교차로-2번 국도-장흥을 거친다.

대중교통은 전국 각지에서 장흥으로 가는 버스를 탄 뒤에 택시 이용.

맛있는 집

편백숲 우드랜드 내의 수라간(☎061-864-0301)은 비빔밥, 닭떡국, 키조개죽, 청국장, 육개장, 김치제육볶음 등을 맛깔스럽게 내는데 상차림이 깔끔하다. 장흥읍내의 신녹원관(☎061-863-6622)은 다양한 해산물과 육류가 푸짐하게 나오는 한정식으로 유명하고, 신가네(☎061-863-6663)는 낙지삼합(낙지+키조개+돼지고기), 만나숯불갈비(☎061-864-1818)는 장흥삼합(한우+표고버섯+키조개)으로 인기를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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