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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 줄 알면서도 다수 따른다?

● 실뱅 들루베 '당신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그럴듯한 착각들'
무색 무취 증류수, 75% "냄새 맡았다"
애매함은 획일화로 놀라운 심리실험 이야기
심리실험은 흥미롭다. 황당하고 놀랍기까지 하다. 하지만 당신이 피실험자라면 그럴듯한 착각에 빠져 말도 안 되는 어처구니없는 행동들을 저지를지도 모른다. 자신도 모르게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틀린 줄 알면서도 다수의 의견에 따르고, 부당한 줄 알면서도 순순히 권력에 복종하며, 합리화를 시켜가면서까지 바보 같은 짓을 계속하는….

프랑스 사회심리학자인 실뱅 들루베가 쓴 '당신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그럴듯한 착각들'은 12가지 주제로 20여 가지의 심리실험을 소개하며 주변 상황과 타인들의 존재가 사람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파헤친다. 일상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일들을 심리실험을 통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심슨 가족' 'CSI 수사대' 'X파일' 등 영화나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도 이 책에서 소개되는 실험들을 발견할 수 있다.

#실험1-교수가 평범한 병에 무색무취한 증류수를 가득 담고 학생들에게 말했다. 냄새가 공기 속에서 얼마나 빨리 확산되는지 실험한다며 냄새를 맡은 사람은 곧바로 손을 들라고. 병을 개봉한 후 15초 정도 지나자 앞줄에 있던 대부분이 손을 들었고, 40초 후에는 강의실 맨 뒤쪽 수강생까지 포함해 4분의3 정도가 냄새를 맡았다고 했다.

왜 그랬던 걸까. 암시 때문이라고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미치는 상호 영향, 즉 사회적 영향력 때문이라고. 교수가 무슨 냄새를 맡을 거라고 했으니 분명히 뭔가 냄새를 맡아야만 했고, 한 사람이 손을 들자 덩달아 손을 들게 된다는 것이다.

애매한 상황에 처하면 사람들의 행동은 획일화되면서 사회규범이 형성된다는 실험이다. 타당성을 가늠할 만한 객관적인 기준을 갖고 있지 않을 때에는 집단의 다른 구성원들이 내놓은 대답에 자신의 답을 맞추려고 하고, 상황이 애매모호할수록 개개인은 타인의 대답을 따라 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실험2-참가자 중 한 명은 단어를 외우는 학생 역할을, 다른 한 사람은 학습을 감독하는 교사 역할을 맡는다. 교수 역할을 맡은 참가자는 학생 역할의 참가자가 오답을 말할 때마다 실험자의 명령으로 전기 충격을 보낸다. 450볼트까지.

이 실험 전에 정신과 의사들은 최대 전력 450볼트까지 올릴 사람은 없을 것이고, 어쩌면 아무도 전기 충격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과는 충격적이다. 교수 역할자의 62.5%가 명령에 끝까지 복종했고, 그 중 3분의 1정도가 450볼트까지 충격을 가했다. 이들은 왜 순순히 명령에 복종한 것일까.

이 실험은 교사 역할을 하는 참가자가 어떤 권위의 결정에 따라 단순히 집행만 하는 대리자라고 생각하는 면책 상태로, 집행자로서 해야 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뿐 그 행동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성적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인간 행동의 밑바탕에 깔린 심리적 원인들을 따라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저지르는 실수나 어리석은 짓의 근원적인 문제를 자연스럽게 파악하게 된다.

'내가 피실험자라면 어떨까, 나는 어떻게 행동하고 반응할까'라고 상상해 보자. 이 책의 '권위에 대한 복종'처럼 심리실험을 당한다면 당신도 최고치의 전압 스위치를 올리며 실험자를 고문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니콜라스 베디 그림. 문신원 옮김. 지식채널 펴냄.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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