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품업계 '회장님 마케팅'이 대세농심 '강글리오 커피' 개발부터 네이밍까지 신춘호 회장 적극 참여쟈뎅 '드립커피' 패키지, 윤영노 회장 사진 넣어 자사 커피 철학 담아내

김영식 천호식품 회장이 등장하는 CF의 한 장면
#'회장님, 우리 회장님'. 1980년대 영화로까지 만들어졌던 인기 개그 프로그램의 이름이다. 이 프로그램은 약간 희화화됐지만 그룹의 모든 일에 관여하는 '회장님'의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었다. 20여 년이 흐른 지금 식품업계에서는 '회장님'이 전면에 나서 제품개발은 물론 이름짓기(네이밍)까지 참여해 시장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심지어 광고에 직접 출연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붙잡고 있다.

올 들어 농심은 '강글리오 커피'라는 기능성 커피를 내놓아 주목을 받았다. 이 제품은 신춘호 회장이 제품 개발부터 네이밍까지 모든 과정에 적극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심 측에 따르면 신 회장이 골프장에서 VIP들에게 녹용커피나 홍삼커피를 제공하는 것에서 녹용과 커피를 결합한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그동안 농심의 히트상품인 '신라면' '짜파게티'의 네이밍과 광고 카피에 관여해 성공을 거뒀던 신 회장이 참여한 만큼 커피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앞서 쟈뎅이 지난 10월 출시한 '드립커피 로스트 3종'은 제품의 패키지에 창립자인 윤영노 회장의 사진을 넣어 화제를 넣었다. 윤 회장이 직접 원두의 상태와 맛과 향을 확인하는 커핑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윤 회장이 커핑하는 모습은 최상의 커피를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쟈뎅의 비전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하단의 '커피는 자연식품이다'는 문구는 평소 윤 회장의 철학으로 알려졌다.

샘표의 스테디셀러, 현미발효흑초음료 '백년동안'이 탄생하는 데는 박승복 회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30여 년간 흑초를 장복했던 박 회장은 자신의 건강비결을 제품으로 승화시켰다. 평소 '흑초 전도사'로 불렸던 박 회장의 건강비결이 담긴 '백년동안'은 2009년 출시 이후 2010년 250억원, 2011년 400억원을 기록하며 홍초에 이어 흑초 열풍을 일으켰다. 샘표는 대용량 페트병 제품뿐 아니라 휴대용 파우치 제품을 내놓으며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샘표 박승복 회장과 그의 건강비결이 담긴 발효흑초음료 '백년동안'
'산수유, 남자한테 참 좋은데…'라는 광고카피로 스타가 된 회장님도 있다. 김영식 천호식품 회장은 2010년 자사의 제품인 '산수유' 광고에 출연해 국내 식품ㆍ의약법상 좋은 제품을 마음대로 알리지 못하는 처지를 전달해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었다.

'딱이야, 딱이야'라는 카피를 내세운 산수유 후속광고에 이어 최근에는 '마누라~ 마누라~ 열 내지마'라고 노래를 부르며 '황후백수오'의 광고모델로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갱년기 여성에게 좋은 이 제품은 김 회장의 노력 덕분인지 지난해 12월 천호식품 전체 제품 중에서 판매량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직접 매장을 돌며 빵을 맛보고 살피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같은 그의 노력은 부친인 고 허창성 삼립식품 명예회장이 빵을 만들고 파는 과정을 보고 자란 게 영향을 미쳤다. 허 회장은 매주 수요일 열리는 신제품 회의에도 매번 참가하고 있다.

삼립식품의 '크림빵'의 경우 '옛날 그대로의 크림빵을 만들어 달라'는 부친의 뜻에 따라 1960년대 추억의 맛을 살려 2002년 재출시됐다. 허 회장은 부친의 장례식을 찾은 조문객들에게 '크림빵'을 일일이 전달하기도 했다. 1964년 출시된 '크림빵'은 현재까지 15억개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농심 '강글리오 커피'
쟈뎅 '드립커피 로스트 3종'

박진우기자 jw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