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신약은 미생물, 동식물, 세포 등의 생물체에 유전자재조합이나 세포배양과 같은 바이오 기술을 적용해 개발한의약품을 일컫는다. 일반 화학합성 신약과 비교해 개발기간과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어 전 세계 제약계의 핫 이슈로 떠오른 상태다.

우리나라 또한 바이오 신약이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가 적고, 연구자의 아이디어에 따라 세계 시장을 장악할 획기적 신약 개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미래 국가 성장을 이끌 블루칩으로서 연구개발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려면 일반적으로 10년 이상의 기간과 8억 달러 이상의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그럼에도 성공률은 매우 낮다. 그동안 신약 개발이 사실상 자금력을 갖춘 극소수 다국적 제약사의 전유물이 된 것이나 항암제, 당뇨병 치료제 등 수요시장이 큰 일명 블록버스터 신약에 초점이 맞춰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약계의 차세대 대권주자

바이오 신약은 이 같은 화학합성 신약의 한계를 타개할 대안으로 불린다. 제품의 효능과 안전성 예측이 용이하기 때문에 연구비와 개발기간, 실패 위험성 모두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화학합성 의약품으로는 치료가 어려웠던 루게릭병, 신경계 질환 등 난치병 및 희귀병의 치료에 새 장을 열어줄 존재로 집중적 조명을 받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세계 100대 의약품 중 단 15개에 불과했던 바이오 의약품의 비중이 지난 2010년 33개로 늘어난 것이 그 방증이다. 전문가들은 오는 2016년에는 바이오 의약품 비중이 45%에 이를 것으로 예견한다.

국내의 경우 지난 2009년 출범한 바이오제약사업본부가 관련연구의 선봉장 역할을 맡고 있다. 기계, 화학, 전기, 재료, 물리학 분야의 우수 연구인력 700여명이 '분자생물공정', '바이오의약품 맞춤형 DDS(약물전달시스템) 플랫폼', '혈중암세포 암예후진단' 등 3개 연구단에 소속돼 있으며 오는 2013년까지 대한민국 제약 역사를 다시 쓸 바이오 신약원천기술 개발에 핵심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상태다.

이중 분자생물공정 연구단은 바이오 의약품 생산을 위한 융복합생물공정 기술 개발을 표방한다. 이를 위해 바이오 기술(BT)에 정보기술(IT)과 나노기술(NT)을 접목해 세포 효소 항체를 대상으로 세포 배양, 생물공정, 바이오진단센서 등을 연구하고 있다.

또 DDS 플랫폼 연구단은 기존 바이오 의약품의 아킬레스건인 낮은 치료효과와 불안정성, 낮은 면역 반응성을 개선할 DDS를 개발 중이며 암예후진단 연구단의 경우 혈액 속을 떠도는 혈중암세포에 기반한 신개념 암 예후 예측·진단 원천기술 개발을 지향한다.

김정회 본부장은 "출범이래 나노 기공막을 이용한 단백질 DDS 기술, 성장호르몬 결핍증 치료용 약물전달체 등 특허출원 217건, SCI급논문 301편, 기술이전 4건의 성과를 거뒀다"며 "국내 여건에 맞춰 직접적 신약 개발보다는 이미 개발된 바이오 의약품의 효능 개선과 약효 지속기간 연장에 연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조기진단으로 난치병 정복

앞서 언급했듯 분자생물공정 연구단의 주 타깃은 암을 필두로 한 난치병의 조기 진단이다. 질병 초기에 정확한 진단만 이뤄져도 완치 가능성을 상당히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연구단은 지난 3년간의 연구를 통해 다수의 가시적 성과를 거뒀다. 일례로 고려대 김중배 교수팀은 암을 포함한 다양한 질병을 지금보다 빠르고 정확히 진단해주는 '나노바이오촉매-효소결합면역흡착검사(ELISA) 시스템'의 개발에 성공했다.

김 교수는 "현 기술보다 안정성과 민감도가 월등히 뛰어나 시료의 농도가 낮아도 질병 유발 바이러스와 항원 등을 검출할 수 있다"며 "개발된 촉매를 국내 의료기기업체 비엠텍 메디칼에 기술이전한데 이어 이 원천기술을 이용한 암세포 진단용 항체를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장비 전문기업 코미코의 박현규 박사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정봉현 박사팀과 함께 간암을 야기하는 만성 간질환 조기진단용 간기능 진단센서와 측정기의 시제품 테스트를 마치고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이 기기가 출시되면 간질환 환자들은 병원에 가지 않고도 직접 간기능 진단 지표(AST, ALT)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박 박사는 "간기능 진단센서로 활용할 바이오센서의 원천특허를 확보했다"며 "바이오 의약품, 바이오 화학제품, 기능성 식품소재, 바이오칩, 식품산업 등에서 광범위한 활용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맞춤형 약물전달시스템

DDS 플랫폼 연구단의 DDS는 암 세포와 같은 특정 표적에만 약물을 전달하는 일종의 정밀타격기술이다. 대개 나노입자에 약물을 넣어 표적에 달라붙도록 하는 형태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 기술이 구현되면 치료효과의 향상에 더해 약물에 의한 정상세포의 피해를 줄여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 암 세포에만 달라붙는 형광 나노입자를 체내에 주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질병의 조기진단도 가능하다.

연구단장을 맡고 있는 서울대 변영로 교수는 "DDS는 효능과 안전성이 검증된 기존 약물의 치료효과를 극대화할 최적의 해법"이라며 "신약 개발 대비 투자비 부담은 적고, 성공확률은 월등히 높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연구단에 참여 중인 의료바이오기업 제넥신은 왜소증으로 불리는 성장호르몬 결핍증 치료를 한 차원 진전시킬 원천기술을 개발해냈다.

이 기술은 성장호르몬 전달기술(hyFc)을 적용, 치료제가 환부에 서서히 전달되도록 해 매일 주사로 투약해야 하는 현재의 치료제와 달리 3주일에 1회만 투약하면 된다. 제넥신은 기술료 46억원에 이 기술을 한독약품에 기술이전 계약했으며 향후 해외 임상시험 등의 공동연구를 거쳐 오는 2018년까지 판매용 의약품을 생산한 후 5년 내 1,000억원 이상의 블록버스터급 의약품으로 발돋움 시키겠다는 복안이다.

덧붙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송수창 박사팀도 임플란트 시술 시 치주골을 재생하는 등 국소 부위의 뼈를 재생할 수 있는 '주사제형 뼈 형성 단백질 전달 하이드로겔'을 개발했다. 외과적 수술 없이 뼈를 재생, 환자의 고통과 비용·시간에 대한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게 송 박사의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바이오제약사업본부는 우수연구성과가 사장되지 않고 임상시험까지 연계될 수 있도록 후보물질들의 효용성과 시장성 분석에도 만전을 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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