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선율에 깃든 정겨운 이웃 이야기

총 4곡로 구성된 음반이 없는 음반 '시와, 커피'가 아날로그 향기가 진동하고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이율배반은 시와 만의 특별한 소통방법 때문이다.

완벽한 디지털 음원인 노래들은 오히려 디지털 세상에 대한 저항적 메시지로 무장했다. 무기가 거창한 것은 아니다. 느릿하고 애잔한 가락이지만 농밀해진 보컬의 질감과 한층 내밀해진 이야기, 그리고 소박하고 따뜻한 아날로그의 정서와 타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전부다.

경쟁과 외모지상주의가 판치는 디지털세상은 오직 내가 세상의 중심이다.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걸 또 다른 이에게 전해주는 일은 너무 번거로운 일이 돼버렸다.

시와의 노래들이 특별한 것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기꺼이 타인의 이야기를 담은 그녀의 이번 앨범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 할머니가 화로 불 주위에 둘러앉은 손자손녀에게 군밤을 구워주며 들려주었던 구수한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따뜻한 풍경을 연상시킨다.

시와의 음악은 평범해서 오히려 매력적이다. 그녀의 노래는 울퉁불퉁한 인생항로를 걷다가 고단해진 우리의 심신에 휴식을 안겨주는 산들바람의 향기와 결이 담겨있다.

2007년 데뷔곡 '화양연화'로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낸 후 특별한 홍보 없이 직접 제작한 EP는 무려 5번이나 재발매를 거듭하는 바람몰이를 했다. 2010년 정규 1집에서 내면의 풍경을 독백하며 자신의 삶을 위로했다면 2집은 청자의 성찰을 이끌어내는 육필 편지 같았다.

이번 앨범은 타인의 이야기를 자신의 목소리로 들려준다는 점에서 그녀의 노래는 1, 2, 3인칭이라는 시각의 다양화를 모색하며 진화하고 있는 이야기인 셈이다.

이번 앨범의 녹음은 아름다운 자연풍광이 근사한 제주에서 진행했다. 긴장되는 녹음작업이라는 압박을 자연의 기를 받아 스스로 극복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모든 걸 홀로 진행했지만 밴드 '투명'에서 활동하는 정현서의 도움은 완성도를 높였다.

첫 트랙 '그대의 우물에서' 시와는 특유의 깨끗하고 투명한 목소리의 매력만으로 단박에 청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쓸쓸한 정서가 지배하는 이 노래에 훈훈한 생동감이 더해진 것은 보컬 뒤로 숨어 있는 나직하고 차분한 청현서의 프렛리스 베이스 연주를 덧칠했기 때문이다.

'마시의 노래'는 시와의 애절한 목소리와 통기타 그리고 아코디언의 앙상블이 눈물 나게 아름다운 이 앨범의 백미다. 노래 가사는 '마시'라는 친구가 아이슬란드를 여행할 때에 받은 인상과 그때 만난 또래의 어부 이야기다.

가사에 담긴 이국적이고 아련한 그리움의 정서는 아이리쉬 혼성밴드 '바드'의 멤버 박혜리가 연주하는 아코디언 손풍금 선율을 타고 극한의 서정성을 구현하고 있다.

봄눈별의 아련한 인디언 플루트 소리로 시작되는 '인사'는 시와의 어쿠스틱 기타선율과 목소리만으로도 자신이 매력적인 보컬리스트임을 증명한다. 그녀는 "김선재 시인의 시 '마지막의 들판'을 읽자마자 눈앞에 한 폭의 풍경이 그려지면서 이 노래의 멜로디가 선물처럼 뚝 떨어졌다"고 한다.

수록곡 중 가장 경쾌하고 밝은 마지막 트랙 '나는 당신이'는 트위터에 올라온 글 '나는 당신이 좋았다가 싫었다가 좋았다가 서운했다가 좋았다가 미웠다가 좋았다가'를 읽고 만든 곡이다.

자연스러운 운율이 실린 글을 읽으니 절로 멜로디가 흥얼거려져 그 자리에서 곡을 완성했다. 노래는 막힘 없이 만들었지만 문제는 편곡. 셔플 리듬을 기반으로 한 밴드시스템의 편곡은 다음 앨범을 위해 남겨두었기에 정현서의 조언에 따라 여러 트랙의 코러스를 합체시켜 목소리의 입체적 구성을 시도했다.

'나는 당신이'는 제주도에서 기타녹음을 따로 작업해 왔다. 그런데 서울에서 다시 들으니 공연 때의 활기와 자연스러움이 부족해 다시 녹음을 시도했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원테이크로 다시 기타를 치고 노래하고 코러스를 입혀 비로소 완성했다. 시와의 새 노래들을 들으려면 음악 서비스가 가능한 모든 국가의 아이튠즈 계정과 밴드캠프, 현대카드뮤직으로 가거나 6,000원을 내고 e메일()로 직접 주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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